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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Oct 26. 2022

전통차에 진심인 공간을 기획하다, 오므오트 김혜진 대표

티하우스 오므오트 인터뷰

|  INTERVIEW

                                           

                                                                                  오므오트 김혜진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독특하고 인상적인 이름이에요. 오므오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ON MY OWN TIME 온전히 나만의 시간 / OUT OF MANY, OUR TEA 많은 차 중에 우리차’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소리글자 한글로 풀었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하여 쉽게 한국차를 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요.


Q.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로움으로부터 가치의 재발견’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런 슬로건을 티하우스 오므오트라는 공간과 접목하게 된 계기와, 공간 기획 의도가 궁금해요.

  저희 슬로건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로움으로부터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말 그대로, 한국사람이라면 차를 안 마셔본 분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마셨던, 우리에게 익숙한 보리차도 차의 일종이고요. 그래서 그 가치를 재발견해서 차와 정반대되는 요소들로 낯설고 차갑지만, 그 안의 따뜻함과 진정성을 담아 현재의 서울숲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Q. 요즘 차를 즐기는 다양한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집에서도 다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요. 그런데 ‘티 세레모니’란 명칭은 독특하게 느껴져요. 어떻게 티 세레모니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나요? ‘다도’와는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해요.

  차는 처음 음료수의 일종이나 약용으로 등장하였으나 차차 기호식품화하면서 취미생활과 연결되었고, 다시 일상생활의 도를 끽다(喫茶)와 관련지어 다도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다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한국 차 문화를 글로벌하게 풀어가고자 티세레모니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티 오마카세라고도 표현하시는데, 오마카세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에서 주방장 특선, 주문할 음식을 가게의 주방장에게 일임하는 것을 말해요. 저희는 단순히 차만 내어드리는 것을 넘어서,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제다인들의 정성, 한국 공예가들의 공예품 등의 스토리를 티 세레모니라는 프로그램에 녹여 손님들과 공유하고자 해요. 오므오트를 찾아 주시는 분들이 티 세레모니를 통해 한국차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셨으면 좋겠어요.



Q. 오므오트에선 전국 각지의 제다 명인의 프리미엄 전통차를 만날 수 있는데요. 어떤 명인들의 어떤 차를 맛볼 수 있고, 이분들을 섭외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려주세요.

  다음 시즌의 지역을 생각하면서 그 지역의 전통차나 특별한 차를 생각해봐요. 장흥의 청태전, 연꽃차, 강진 백운옥판차, 다산정차 등 우리나라에도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현재까지도 차문화 계승에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데요. 이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저희는 진정성 있게 차를 대하고, 차의 가치를 알기에 그 믿음과 신념이 선생님들께 와닿지 않았을까 해요.



Q. 무채색의 공간 분위기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은은하게 맡을 수 있는 향도 너무 좋고요. 공간 분위기 조성에 특별히 신경 쓰신 것이 있을까요? 인테리어와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따뜻한 느낌의 차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무채색의 차갑고 메탈릭한 지하에서 온전히 나와 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에요. ‘차’와 반대되는 인테리어를 통해 기존에 가지고 계시던 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그날의 날씨, 찻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 공간의 분위기와 함께 온전히 차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한국 차문화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Q. 가야금과 백색소음이 결합한 음악을 직접 제작하셨다고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음악을 직접 제작한 이유와 음악의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음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요!

  세상에 없는, 한국적이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찾던 중에 지인분께서 국악인의 고충을 털어놓으신 적이 있었어요. 평소에 알고 있던 가곡이나 전통 국악 등이 아닌, 우리나라 악기로 이루어진 ‘오므오트스러운’ 사운드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국악의 새로움을 선 사하고 싶었어요.

  가야금을 메인으로 한국 전통 악기, 백색소음 등으로 이루어진 낯설지만 익숙한 사운드로 한 해의 시즌을 풀어나가는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상상하실 수 있게끔 돕죠. 티 세레모니 4가지 구성을 총 4악장으로 풀어서, 티 세레모니가 진행되는 속도에 맞춰 제작해요. 이를 통해 티 세레모니를 경험하시는 손님들의 집중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가 있어요.



Q. 절기에 맞춰 코스 구성이 바뀐다고 안내하고 계시는데요. 시즌마다 차와 디저트, 다기의 감각적인 조화가 인상 깊어요.

  농사는 절기에 따라 진행되기에, 오므오트의 2022년은 절기를 ‘우수소만 / 망종추분 / 한 로대한’ 3분기로 나눠서 4개월씩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 2021년은 계절별로 진행했는데요. 계절이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 지역을 소개하기가 짧다고 느꼈어요.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제다하시고 전통을 유지해온 차들을 조금 더 많은 사람 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올해는 4개월씩 3분기로 나눴어요.

  시즌이 바뀔 때마다 선정한 지역의 차와 다기, 스토리, 전통 병과, 인테리어 소재 등을 달리해서 다시 방문해주신 분들이 새롭고 색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단순히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다, 시즌별로 준비한 티 세레모니의 스토리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에 변화를 주고 있죠.



Q. 티 세레모니의 퀄리티가 무척 높아서, 변화를 주실 때마다 손이 정말 많이 갈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우선 티 세레모니를 구성할 때 조화, 밸런스 (원물의 성질, 계절감, 효능)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차와 잘 어울리는 한국의 전통병과를 페어링함으로써 차의 맛을 극대화하고자 노력하죠. 차를 드실 때 차만 드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예전 차문화를 살펴보면 차뿐만 아니라 전통 병과와 함께 드시곤 했거든요. 온전한 차의 맛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페어링 된 전통 병과와 함께 드시면 블랜딩하지 않더라도 입안에서 원물들의 조화로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스틸, 유리 등 다양한 다기 공예품이 오므오트 만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것 같아요.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이런 공예품은 어떻게 선정되나요? 작가들과의 유기적인 협업도 병행하신다면 그 이야기도 부탁드려요.

  노산도방 홍성일 작가님, 도자 공예가 윤상혁 작가님, 유리 공예가 김민진 작가님, 도자 공예가 박민숙 작가님, 도자공예가 박미래 작가님… 몇 가지를 뽑을 수 없을 만큼 저희와 함께 작업한 모든 기물에 애착이 있고, 여러분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작가님들이 하나하나 수제로 작업하신, 헤아릴 수 없는 마음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들이에요. 그래서 손님들도 티 세레모니때 직접 사용하시면서 그 온기와 열정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특히 저희는 갤러리 '소소단상'과 함께 한국 공예의 미래와 가치를 생각하며 협업하고 있어요.



Q. 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곁들이시는 것이 인상 깊어요. 코스 전반에 걸쳐 소개하고, 설명하시는 것이 에너지 소모도 클 것 같고요. 음식에 얽힌 스토리텔링이 어렵지는 않으세요? 이 부분들은 어떻게 준비하시나요?

  본업은 따로 있었고 한국차를 좋아해서 국내 차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차 여행을 다니면서 잊혀 가는 한국차와 문화에 아쉬움이 생겨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요. 차에 대한 역사, 유례, 풍속, 문화 등 알면 알수록 한국차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단순히 티 소물리에, 마스터, 블랜딩 자격증을 따는 것뿐 아니라 본질에 더욱 깊이 파고들었어요. 1아 2엽(1개의 싹에서 자란 잎 2장을 딴 차)을 왜 사용하는지, 1아에는 몇 개의 잎이 나오는지, 그 효능은 무엇인지 같은 차에 대한 성질과 본질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차를 다루면서 함께 해야 하는 한국 병과도 동일하게 그 원물의 성질, 궁합 등 한의학적으로 관심 있게 보고 있고요. 단순히 저희가 제공하는 플레이팅과 차에 그치지 않고, 그 속 내용을 손님들도 알게 된다면 그것이 가치 있는 찻자리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가치를 아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한국차 시장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오므오트를 방문하고 ‘지친 일상에 위로가 되었다’는 후기를 보았어요. ‘오므오트’와 ‘차’가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시나요?

  중국에서 차를 배우신 분들이나 그 외 많은 차인들이 차나무에서 채엽한 찻잎으로 만들어야만 차라고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그래서 대용차(오미자차, 보리차, 헛개차, 메밀차 등)나 꽃차, 허브차는 차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한국차의 경우 대부분 소엽종으로 차를 만들기 때문에 다른 나라 차들보다 매력이 덜하다고 생각하고 분들도 많고요.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이 모든 차를 차라고 생각해요.

사실 예로부터 한국차는 끓여 마시는 차(전차 방식)로, 다양한 원물들을 넣고 물처럼 마셨죠. 그러다 보니 한국 제다인들은 찻잎차 외에도 다양하고 훌륭한 대용차를 만들고 계세요. 저희 오므오트는 차와 다도를 격식이나 이론적인 개념을 뛰어넘어 차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어요. 한국차만이 가진 다양성과 매력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치유하는 오므오트가 되고 싶습니다!



Q. 잊혀져 가는 한국차가 더욱 조명받고 사랑받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다고 하셨어요. 이를 위한 오므오트의 방향성이 궁금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구상 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차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나이도, 성별도, 나라도, 살아온 방식도 다르지만 차 하나로 사람이 모이고 연결된다는 게 정말 위대한 일인 거죠. 심지어 한 사람의 현재뿐만 아니라 그의 과거와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날씨와 기분, 상황에 따라 함께 맞춰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차가 한층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원물들로 만들어져 그 원물의 성질과 특성을 통해 약리효과까지 얻을 수 있고요.

  한국차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과 매력을 많은 분께 알려서 전 세계 사람들이 중국의 보이차, 일본의 말차처럼 한국차를 많이 사랑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오므오트를 찾으시는 분들이 나의 체질과 입맛에 맞는 차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선택지를 준비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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