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퍼 인치 X the blank_
픽셀 퍼 인치 임지혜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픽셀 퍼 인치는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주세요. 어떻게 이런 공간을 기획하게 되셨는지도요.
저희는 사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독립서점이자 소품샵이에요. 처음 시작은 ‘일삼오삼육’이라고 충무로에 있는 필름 현상소였어요. ‘일삼오삼육’을 처음 시작을 했을 때, 필름 현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소품이나 독립서적 사진집도 같이 판매했거든요. 그렇게 이것저것 재밌는 것도 해보고 행사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는데 현상소 일이 생각보다 너무 바빠지면서 아무것도 못하게 됐어요. 아쉬운 마음이 컸죠. 그래서 시즌2 혹은 2호점 같은 개념으로 아예 분리를 해서 공간을 만들어보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으로 이 곳을 오픈하게 됐어요.
Q. ‘일삼오삼육’ 을 얼마나 운영하고 난 뒤에 이 곳을 오픈하신 건가요?
‘일삼오삼육’ 4년차에 픽셀퍼인치를 오픈해서 이제 1년 됐어요. 현재 ‘일삼오삼육’은 남편이, 픽셀퍼인치는 제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 ‘일삼오삼육’ 운영을 조금씩 도왔던 것이 픽셀퍼인치를 준비하고, 오픈해서 운영하는 데에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Q. 두 공간은 사진과 카메라 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자매 같은 공간이네요. 두 공간이 어떻게 서로 시너지를 내나요?
일단은 기존에 일삼오삼육의 이름으로 만들던 ‘필름 생활 안내서’와 ‘일회용 카메라 생활 안내서’를 픽셀퍼인치가 제작하고 있어요. 독립출판물을 함께 제작하기도 하고, 소품샵이라는 콘셉트를 살려서 일삼오삼육에서 촬영한 사진들로 달력 같이 문구나 소품들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북페어 등에 함께 참여해서 자매가게라는 것을 알리기도 하고요. 곧 2024년 달력이 제작될 예정이고, 북페어에서 새롭게 선보일 출판물도 제작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에요. 곧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Q. 픽셀 퍼 인치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픽셀 퍼 인치는 사전적 의미로 딱 1인치 안에 들어있는 픽셀의 수인데요. 쉽게 말해 ‘해상도’라는 단어로 표현하죠. 1인치 안에 얼마나 많은 픽셀이 들어가 있는지를 뜻하고, 숫자가 클수록 이미지가 선명하고 세밀하게 표현돼요. 필름 현상에서도 이 해상도와 픽셀이 무척 중요하고요. 예전에 인터넷에서 ‘삶의 해상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삶을 좀 더 또렷하고 분명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봤는데, 무척 인상 깊더라고요. 픽셀퍼인치가 이 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삶의 해상도를 높여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고, 저에게도 한편으론 이 곳을 찾아주시는 분들 한 분 한 분이 하나의 픽셀이 되어서, 제 삶의 해상도를 높여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픽셀퍼인치’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Q. 사진을 전공하셨나요? 어떻게 ‘사진’에 포커싱을 하게 되셨는지, 사장님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전공자는 아니에요. 그냥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너무 좋아서 일이 된 케이스죠. 막상 일이 되니 쉽지 않지만, 여전히 사진이 좋아요. 사실 너무 일상이라 특별히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요. 순간 순간을 남기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곱씹는 데에 사진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특히나 필름 사진의 경우, 기다림의 미학이 너무 좋아요.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여러 단계와 시간을 거쳐야 결과를 알 수 있잖아요. 그 기다림의 시간이 참 좋아요. 뭔가 좋았던 순간들을 바로 확인하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한 번에 열어보는 보물상자 같은 거죠.
Q. 맞아요. 필름 사진은 디지털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다른 것 같아요. 디지털 카메라는 쉽게 여러장 찍으면서 그 셔터 한 번의 소중함을 모르게 되잖아요.
그래서 필름사진이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결과가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까. 어떤 날은 진짜 망해서 건질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눈물이 날 것 같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또 너무 잘 나왔고, 촬영할 때 뭔가 잘못됐던 것 같아서 기대 안 했는데, 또 생각보다 괜찮기도 하고.
Q. 인생도 그렇잖아요. 필름 사진이 꼭 인생이랑 닮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필름값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가요?
큰 문제이기는 해요. 기본 필름이 2만원대까지도 올랐거든요. 필름 한 롤에 1~2천원이던 때도 있었는데, 너무 비싸졌어요. 가격이 안정화가 돼야 필름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셔터 한 번 누르는데 손이 떨리잖아요. 사실 필름 사진을 적극적으로 권해 드리기도 조심스러워졌어요.
Q. 공간 한 켠에 있는 포토 부스가 눈에 띄어요. 필름 카메라 대여 서비스도 제공하고 계시고요. ‘사진’과 관련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기획단에서부터 무조건 사진과 관련된 걸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필름 카메라 대여 서비스도 하고 있고요. 사실 필름 카메라가 잘 고장나기도 하고,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체험하시다 보니 손이 가는 일이 많거든요. 매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도 아니고요. 단지 정말 한분이라도 더 필름 사진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하는 의미로 하고 있어요.
포토부스는 네 컷 사진이 유행인데 너무 유행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고, 필름 현상소에서 출발한 베이스를 살려보면 좋겠다 싶었죠. 아날로그의 성질을 가진 뭔가를 하고싶었어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의외로 젊은 사람들 중에 폴라로이드 필름을 한 번도 안 찍어본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게 됐고요. 카메라도 고르고, 부스 설계부터 제작, 시공까지 직접 다 했어요. 화면을 미리 볼 수도 없고, 재촬영이 어렵다는 점 등 여러모로 아날로그 필름 사진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어서 그런지 다행히 손님분들도 저희 예상보다도 훨씬 좋아해주세요.
Q. 필름 카메라를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에게 전수해주실 만한 ‘필름 사진 잘 찍는 법’ 팁이 있나요?
원래는 ‘무조건 편하게, 많이 찍어보세요’ 였어요. 저도 필름을 아끼지 않고 많이 찍는 편이고, 그렇게 찍다보니 사진이 많이 늘었고요. 결과를 당장 확인하면서 찍을 수 없다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고 셔터 누르는 것에 부담을 느끼면 안 돼요. 하나의 피사체를 찍는다고 하더라도 피사체와의 거리를 다르게 해서 찍어보고, 방향을 다르게 해서 찍어보고, 조명을 다르게 해서 찍어보는 등등. 그렇게 찍다 보면 내가 마음에 드는 사진이 한 장쯤 은 나오고, 그런 사진들이 모여서 나만의 취향이 되는 거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필름 값이 너무 비싸져서 그렇게 팁을 드리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그냥 ‘잘 찍으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경험해보시라’고 말씀드리게 됐죠. 필름 롤을 감고, 셔터를 누르고, 현상하고, 인화된 사진을 확인하는 과정은 몸으로 직접 느껴봐야 그 쾌감을 알 수 있어요.
Q. 픽셀퍼인치에는 자체 제작하신 제품 외에도 다양한 작가와 브랜드의 제품들이 입점되어 있는데요. 그 중 특별히 애착이 가거나 소개해주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특정 제품보다는 사진집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사실 문구류나 생활 소품 같은 품목에 비해 사진집은 판매부수가 많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방문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문구, 소품 위주로 가볍게 구매하시는 경우가 많고, 책을 사더라도 사진집보다는 에세이를 더 많이 구매하시는데요. 저는 사진집에 애착이 많이 가서 꾸준히 소개하고 싶더라고요. 사진집을 좀 부담스럽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그냥 편하게 가볍게, 하나의 소품처럼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거든요. 저는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찢어서 벽에 붙여 놓기도 하고, 사진집 자체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요. 생각보다 활용하기 쉽고, 기분 전환이나 공간 분위기 환기에 되게 좋거든요. 후루룩 넘겨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 한 번 구매해보시는 걸 추천해요. 글이 함께 담긴 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분명.
Q. 그렇다면 사진집 몇 권을 소개해주세요.
아무래도 저희가 제작한 책을 먼저 추천하게 되네요. 사진집은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제작한 일회용카메라 생활안내서 ver.2를 소개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일회용카메라로 필름사진을 처음 시작하시곤 하는데, 일회용카메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찍으면 필름 사진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일회용카메라를 잘 찍는 법을 담은 안내서와 일회용카메라를 함께 담은 패키지를 준비했어요. Ver.1과 다르게 일회용카메라로 사진을 다 찍으신 후 사진을 인화해서 담아두시거나 선물해보시라고 사진 미니 폴더도 함께 제작했고요.
그리고 사진집이라면 무거운 양장본만 떠올리시는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은 가볍게 보실 수 있는 zine의 형태로 제작된 사진집들이에요. 그 중에서 A RESTFUL SUMMER를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진집이기 때문이에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진이라 벽에 붙여놓는 등 편하게 활용하기 좋고요. 사진집이 무겁고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싶어요.
Q. 아무래도 사진도 취향이 있기 마련이니, 픽셀퍼인치에서 취급하는 제품들도 이곳만의 감성 같은 것이 담길 것 같아요. 의도하거나 체감하시는 것이 있나요?
특정한 감성을 의도하지는 않고, 작가나 브랜드도 최대한 다양하게 열린 마음으로 받으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제가 계속 추구하는 건 ‘따뜻함’이에요. 풍경이든, 여행이든, 일상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어떤 사진을 보면서든 따뜻한 기분이 들고, 그게 계속해서 이어지면 좋겠어요. 지치고 힘들 때, 삶이 팍팍하고 건조하게 느껴질 때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라요.
Q. 워크샵 같은 오프라인 프로그램들도 운영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기획하시나요?
평소에 남편이나 독립서점 사장님들, 현상소 운영하시는 분들처럼 업계 관련 종사자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요. 그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얻어서 좋은 기획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얘기를 나누다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시장의 니즈 같은 것들이 있거든요. 특히 저희 프로그램은 주로 직접 찍은 사진을 제품으로 발전시켜보고 싶은 창작자분들을 대상으로 할 때가 많아요. 생각보다 사진으로 MD상품이나 사진집을 내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Q. 창작자를 육성하는 풀인 동시에, 창작자가 입점 작가가 되고 브랜드가 되어서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네요. 선순환인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저희는 정말 디테일하고 민감한 부분까지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드리고 있어요. 제작을 기본으로 이후 어떤 채널에 어떻게 입점하는 게 좋은지, 플랫폼들의 입점 수수료는 얼마인지, 제품 가격 측정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제작-유통-판매 관리 전 단계에 걸쳐서 저희는 다 경험이 있으니 그런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나눠드리고 있죠. 이런 것들은 사실 혼자 알아보는 것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에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도 요즘은 옛날이랑은 다르게 제품 제작이 정말 편해졌어요. 업체도 다양해졌고, 작은 수량도 제작이 가능하고. 그래서 저는 사진 찍으시는 분들이 그 사진을 가지고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Q. 최근에 1주년을 맞았다고 들었어요. 가게를 오픈할 때 목표 삼았던 것이 있나요?
일단 1년을 버텨냈다는 게 너무 좋아요.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게 목표였거든요. 대박이 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망했다고도 할 수 없고, 정말 말 그대로 버텨낸 것 같아요. 그 1년이라는 시간 덕분에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중심이 잡혔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리고 우리(부부)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보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하는 바람이 있었고, ‘사진으로 이렇게 많은 걸 할 수 있구나’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조금씩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쁘고요.
Q. 1년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반에 찾아오셨던 손님들 중에 제품들을 보시고 ‘나도 내가 찍은 사진들로 뭔가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로 실행에 옮긴 분들이 계세요. 제품을 제작해서 입점 요청을 해주셨죠. 그렇게 손님이 작가가 되어서 이어지면 너무 뿌듯하고,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픽셀퍼인치의 존재 이유를 직접 체감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저희가 가장 바라는 대로 공간을, 그리고 사진을 경험하고 계신 거니까요. 그리고 소소하게는 포토부스에서 찍은 사진을 저한테 자랑하며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너무 귀여워요(웃음).
Q. 그럼 1년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요?
매출이 0원이던 날들이 있었어요. 게다가 날씨도 진짜 안 좋았고, 내가 나가는 게 맞나 싶으면서도 일단 나오는데 그런 날 혼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전기세만 잔뜩 내고 가네, 싶거든요. 그런 날에 제가 쉰다고 아무도 저한테 뭐라고 하지 않는데, 오히려 자영업이다보니 못 쉬겠더라고요. 직장인일 때는 연차 쓰고 놀러가고, 쉬기도 하고 그랬는데 말이에요. 아마 자영업하시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죠.
Q. 그럼 픽셀퍼인치의 미래는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최소한 5년은 버텨보는 것. 버티면서 조금씩 픽셀퍼인치의 2.0 버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지금 일삼오삼육은 충무로에, 픽셀퍼인치는 삼각지에 있는데요. 넓은 공간을 구해서 두 공간을 합쳐보고 싶어요. 하나의 공간에서 필름 카메라와 필름, 사진의 모든 것을 아울러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이요. 필름 카메라와 필름을 구입하거나 대여할 수 있고, 사진을 찍고 난 후에 현상과 인화도 해보고, 그 사진들을 활용해서 제품 제작도 해보고 입점해서 판매도 해보고. 그렇게 되면 재미있는 일들을 훨씬 많이 벌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픽셀퍼인치가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을 확장 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그로 인해서 사람들의 삶의 해상도가 좀 더 높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다양한 공간이야기와 공간데이터가 보고 싶다면!
본 홈페이지 내의 모든 콘텐츠 저작권은 스페이스뱅크 주식회사에 있습니다. 사전 동의 없는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