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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Oct 24. 2023

일상에 재즈가 내리쬐는 순간, 콰이어트 라이트 인터뷰

콰이어트 라이트 X the blank_

|  INTERVIEW                                           

                                                                            콰이어트라이트 김보라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콰이어트 라이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콰이어트 라이트는 편안한 상태에서 재즈와 커피, 디저트를 즐기실 수 있는 공간이에요. 파주의 아주 한적한 동네에 위치하고 있고요. 음악, 커피, 디저트 모두 수준 높은 퀄리티로 제공하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다른 카페들과는 다르게 음악 감상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어서 다른 분들의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음 레벨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일행이 많거나 수다를 떨기에는 적합하지 않으실 거고요.  


Q. 콰이어트 라이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QUIET LIGHT 는 빌 에반스의 I WILL SAY GOODBYE(1980) 앨범에 있는 수록곡 입니다. 이 공간을 계약 하던 날, 창너머로 한적한 산책로에 볕이 나뭇잎들 사이로 드리우는 걸 보고 머릿속에 이 연주곡이 떠올랐고 공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주 재생하는 곡이기도 해요. 굉장히 아름다운 연주곡이니까 꼭 들어 보셨으면 좋겠네요. 



Q. 원래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셨나요? 대표님께서 어떻게 이 공간을 기획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구두 디자인을 오래했어요. 십년 가까이. 그러다보니 세상도 변하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하고, 저도 지치더라고요. 지겹기도 했고요. 막연하게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재즈 빅보이 JAZZ BIGBOY 라는 도쿄 진보초에 있는 재즈카페에서 큰 스피커로 재즈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참 좋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엄청 차분한 공간에 크게 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일본엔 그런 유명한 재즈 카페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고요. 재즈의 성지라고. 꼭 누군가와 함께 오지 않아도 학생이든 회사원이든, 누구든 그냥 혼자 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한 잔 마시거나 하는 게 일상의 한 부분인 거죠.   


그 후로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정성스럽게 커피나 차를 내리고 좋아하는 재즈앨범을 듣는 게 하루의 루틴이 됐어요. 제겐 하루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고, 또 위안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공간, 그러니까 ‘맛있는 커피나 차, 혹은 위스키를 마시며 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을 듣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쉼표가 될 수 있는 그런 공간.  


Q. 재즈라는 장르 특성상, 매니아가 많고 전문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이런 공간으로 풀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취미에서 업으로,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장 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재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계속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콰이어트라이트의 공간을 기획하기 시작한 단계에서는 조금 더 확실하게 재즈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어요. 일단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고 음향장비나 오디오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했죠. 다행히 매니아가 많은 분야라서 그런지 관련서적도 참 다양하고 자세히 나와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장비 셋팅이나 직접 들어보기 어려운 빈티지 스피커의 성능, 음향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유튜브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고요.  


어느정도 콰이어트라이트에 필요한 음반이나 스피커 시설에 윤곽이 잡힌 후에는 용산에 있는 오디오 전문점 사장님들을 많이 괴롭혔어요. 직접 가서 물어보고, 최대한 많이 들어보고 셋팅에 관한 궁금했던 점들이나 모델에 대해 선택해야 할 경우에 많은 도움을 얻었죠. 또 오랜 시간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재즈를 아주 좋아하고 음악 쪽으로 경험이 풍부해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큰 힘이 됐어요. 



Q. 재즈는 어렵고 낯설게 느끼시는 분들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대표님에게 재즈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재즈를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방문해 주시는 손님들도 그렇게 느끼시기를 바라고요. 그저 다양한 음악의 한 장르일 뿐이고 음악이란 건 감정을 공유하는 데에 가장 좋은 매개체이죠. 콰이어트 라이트라는 공간 안에서 좋은 음향으로 좋은 음악을 듣고 하루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전문 영역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고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콰이어트 라이트의 지향점이기도 해요. 그저 편안하게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고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공간을 느끼시면 충분할 것 같아요. 


Q. 대표님에게 있어 재즈는 개인의 취향이었지만, 콰이어트 라이트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가 됐어요. 콰이어트라이트에서 재즈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재즈는 즉흥성(improvisation)을 기반으로 하는 음악이고 그래서 같은 노래일지라도 누가, 언제 연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리죠. 처음엔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듣다 보면 괜찮아지고 또 좋아지거든요. 마치 정답이란 건 없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좋아'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콰이어트 라이트의 출입문에도 적혀있는 문장인데요. “life is a lot like jazz it's best when you improvise” 제가 생각하는 재즈는 인생과 굉장히 닮아 있거든요. 재즈를 쉽게 얘기해보면, 유명한 스탠다드 곡이 있으면 유명한 뮤지션들이 그 곡을 계속 연주해요. 그런데 10명의 뮤지션이 이 한 곡을 연주했다고 치면, ‘이게 다 같은 곡이라고?’ 할만큼 원곡을 비틀어요. 저마다 해석이 다 다르고, 변주가 많은 거죠. 아마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어렵고 낯설어하는 걸 거예요. 저도 처음 재즈를 들을 때 그랬고요. 


그런데 인생도 그렇잖아요. 내가 아는 길로만 갈 수 없고, 늘 불확실하고, 열심히 계획한다 해도 그 계획대로 흘러가주지 않죠. 그런 와중에 재즈는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그냥 네 마음 가는 대로 해봐, 그냥 느껴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금같이 불확실한 시대에 더욱 위안이 되고 힘을 얻는 음악 아닐까 싶어요, 재즈란 건. 



Q. 공간의 분위기도 무척 아름다워요. 인테리어 주요 콘셉트는 무엇이었나요? 공간을 준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포인트, 고민하셨던 부분에 대해 들려주세요.

일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 비일상의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일상 속에서 지쳤을 때 환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제가 경험했고, 처음에 레퍼런스처럼 생각했던 일본의 재즈 카페들은 대체로 지하에 위치한, 어둡고 음침하고 축축하고, 폐쇄적인 느낌의 공간이었거든요. 그 틀을 좀 깨 보고 싶었어요. 좀 더 젊은 감각으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죠. 그래서 인테리어 스튜디오를 찾을 때도 최대한 젊고, 고집이 굉장히 세고, 저랑은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여러 업체들을 만났는데, 제가 원하는 공간을 설명했을 때, 유일하게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건 안 됩니다. 너무 올드해요’라고 말씀해주신 분이 이망치 실장님이었어요. 여기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밝고, 따뜻한 공간이어야 한다고요. 그 때 그 분을 전적으로 믿고 모든 걸 맡기기로 결정했죠.   


Q. 그래서 이렇게 따뜻하고 정갈하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이 나왔군요(웃음). 인상적인 디테일들이 눈에 띄어요.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짚어주세요. 

일단 가장 첫번째로 육중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다른 공간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요구사항을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저 문이 탄생했죠. 재즈에 어울리는 공간, 차분하고 따뜻한, 클래식한, 음악에 집중하기 쉬운 공간이면 좋겠다는 바람도요.


공간은 크게 커피 바와 홀 스테이지, 창가 바 세 군데로 구조가 나뉘는데요. 어디에 앉아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무드가 돼요. 처음엔 사실 스피커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 일방향 좌석 구조가 조금 낯설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종교적인 느낌도 들고, 제단을 바라보는 것 같고. 그런데 이 구조가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음악에 훨씬 더 깊이 집중할 수 있고, 공간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고 할까요?


이 외에도 공간에 쓰인 가구나 집기류 대부분이 직접 제작한 것이고요. 제 이야기만 듣고도 정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모든 걸 완벽하게 구현해 주셨어요. 



Q.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하는 공간이라는 표현을 봤어요. 기존의 '카페'라는 공간 유형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를 일부는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러운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운영하시게 됐나요?

그렇게 조심스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옆자리의 연인이나 가족과 속삭이며 이야기하거나, 혹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며 혼자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콰이어트 라이트만의 분위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멀리서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질 거라 예상했어요. 


Q. '조용한 목소리'에 대한 판단 기준도 애매할 것 같아 운영상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걱정하던 부분이었는데, 아직까지 어려움이라고 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다만 처음에는 음악 소리가 크다 보니 사람 목소리까지 더해져서 볼륨이 같이 올라가면 이 공간에 있는 게 괴롭기도 했어요. 시끄러운 공간 안에 있다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얼마만큼의 볼륨으로 이야기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잘 들리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죠.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데, 주변 소음이 커지니 불만을 표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었고요. 그런데 사실 일부러 막 시끄럽게 떠드시는 분들은 없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씀드리면 기분이 상하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이 곳을 찾아 주신 분들이 문 밖을 나서는 순간까지 좋은 감정을 유지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주로 다른 테이블의 양해를 구하거나, 좀 소란스러운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바꾸고는 하죠.  


한 번은 저한테 전화로 ‘거기 혹시 말하면 안 되나요?’ 라고 물으신 분도 계셨어요. 대화가 아예 금지되어 있는 공간인 줄 아셨던 거예요. 이 공간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밸런스를 찾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주문하실 때 최대한 이해하실 수 있게 설명을 드리고 있어요. 잘 보이는 곳곳에 매뉴얼도 비치를 해 두었고요. 그리고 대체로 손님들도 이 공간이 대화를 하기 좋은 공간은 아니라는 걸 이제 아시는 것 같아요. 공간의 성격에 대해 잘 인지하고 계셔서 혼자 오셔서 책을 읽으시면서 음악을 들으시거나 하는 경우가 많고, 일행과 함께 오시더라도 대화를 많이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만 듣다가 가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Q. 콰이어트라이트에 준비되어 있는 스피커와 음반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스피커는 JBL 4344 라는 모델이고 재즈의 현장감을 특출나게 울려주는 스피커예요. 특징 중 하나가 일정 볼륨 이상에서만 공간감이 표현되서 소리가 크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을거예요. 파워앰프와 프리앰프는 매킨토시의 MC7300 / C34V, 턴테이블은 린 손덱. 스피커와 파워/프리앰프, 그리고 턴테이블까지 재즈를 잘 울리기에 적합한 조합입니다.  


재즈음반은 대략 1200장 정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 50-80년대에 발매된 앨범들이고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히 디깅하며 늘려가고 있어요. 특히 아끼는 앨범에 대해 소개해보자면 음… 역시 빌 에반스의 WE WILL MEET AGAIN (1979) / I WILL SAY GOOD BYE (1980)가 있겠네요. 두 음반은 1980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빌 에반스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작별인사 같은 앨범이예요. 아름답고 아름답습니다. 


Q. 최근 음악 감상을 주요 서비스로 하는 유형의 공간들이 빠르게,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예전부터 음악 감상을 테마로 하는 공간은 많았다고 생각해요. 롤링스톤즈나 우드스탁 같은 이름을 가진 레코드바들도 꽤 많았고 신촌과 홍대를 중심으로 주말에는 공연을 위주로 하고 평일에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장 겸 음악감상실도 많은 편이었거든요. 그 때 그 음악감상실들이 술을 파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조용했어요. 아마도 대다수가 ‘음악을 듣기 위해’ 방문하시는 분들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파주 헤이리의 카메라타나 콩치노 콩크리트 같이 규모가 큰 공간을 제외하고는 예전보다 그 수가 늘어난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레트로 열풍과 함께 바이닐(LP)만을 재생하는 공간은 많아졌다고 느껴요.  



Q. 계속해서 LP를 재생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처음에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같이 이용할 생각을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었죠. 3~4시간 내외로 하루 중 시간을 정해두고, 바이닐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그 시간 동안에만 집중해서 LP를 틀어야 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만약 계속 LP만 틀 생각이었다면 아마 바 쪽에 턴 테이블을 두 대 놨을 거예요. 그리고 처음에 오픈하자마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중간중간 LP를 교체하는 게 사실상 너무 어렵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기 인테리어를 맡아 주셨던 이망치 실장님이(이망치 스튜디오) 조언을 해주신 게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꼭 LP만 트셔야 한다’고. 여기 앉아서 LP로 재생되는 음악을 듣는 것이 너무 좋고, 일하시는 분들이 턴테이블 앞에 와서 LP를 교체하는 것을 보는 것조차 감각적인 자극이 된다고요.  


그러고 보니 인스타그램에 제가 LP를 교체하는 모습이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실내 소음이 높고, 많은 분들이 계셔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져 소란스러운 분위기일 때도, 저희가 LP를 바꾸는 순간에는 조용한 정적이 찾아온다는 걸 자각했어요. 셔터 소리도 나고요. 20~30초가량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순간인데 그 순간 사람들이 우리한테 집중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저희가 바이닐을 고집하는 이유는 손님들께 보는 재미와 새로운 경험을 드리고 싶어서 이기도 해요.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는 LP판을 보고 있으면 잡념이 사라지기도 하거든요. 집에서는 아무래도 턴테이블이 없는 가정이 많다 보니 새로운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현재 바이닐을 전문으로 다루는 음악 감상실이 많아진 데에도 같은 맥락이 작용했을 거라고 보고요. 정적인 공간에 유동적인 어떤 것, 시각적인 요소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Q. 다른 음악 관련 공간들과 콰이어트 라이트와의 차별화 지점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여타 다른 음악카페나 바와 달리 소란스럽지 않고. 다른 음악감상실들과 달리 엄숙하지 않은 그 중간 어딘가의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 외엔 울리는 음악이 재즈 한정이란 것과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가 있다는 점 정도일 것 같아요. 아, 하나 더 아이들과 강아지들도 언제나 환영한다는 것. 


Q. 커피와 디저트에도 무척 진심이신 것 같아요. 베이킹룸이 따로 있어 놀랐어요. 디저트류를 직접 베이킹 하시는 건가요? 음료와 디저트의 높은 퀄리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세요? 

맞아요. 제가 먹고 마시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제가 방문했던 음악을 위한 공간들에서 커피를 마시고 맛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콰이어트 라이트만큼은 커피도, 디저트도 ‘진짜 맛있는’ 걸로 선보이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맛있는 커피, 좋은 커피는 첫 번째로 로스팅을 얼마나 잘 했는가, 두 번째로는 로스팅 된 날짜로부터 원두가 가장 맛있는 시기를 정해서 그 기한 안에 사용했는가에서 결정되는 데요. 사실 사업적으로, 단기적으로 숫자를 봤을 때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어서 두번째를 지키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원두가 가장 맛이는 날짜라는 게 공식처럼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원두 자체의 특성이나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그래서 그 기한을 칼같이 지키면 로스가 엄청나게 발생을 하는 거죠. 그래도 저희는 좋은 원두를 최상의 기간 동안만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마 일반 카페보다 원두 로스율이 훨씬 높을 거예요. 디저트의 경우에도 프랑스 제과점에서 오래 일하면서 다양한 레시피를 익혀 오신 분을 섭외해서, 직접 베이킹해서 판매하고 있고요. 레시피 노트만 6권이 넘는, 프랑스의 클래식한 과자들을 정말 잘 아는 분이에요.  



Q. 어떨 때 이 공간을 시작하기를 잘했다 하는 보람이 느껴지시나요?

초반에 정말 자주 와 주신 백발의 노부부가 계셨어요. 항상 창가 쪽에 두 분이 앉으셔서 음악을 듣다 가셨는데 어느 날은 되게 수줍게 신청곡들이 적힌 종이 하나를 건네 주시더라고요. 저희가 사실 리퀘스트를 따로 받지 않거든요.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어떤 음악이 플레이되느냐에 따라 공간의 무드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는 저희가 컨트롤 하고 있어서요. 그런데 워낙 자주 와주신 분들이고, 개인적으로 애정이 많은 고객이라 일단 별 말씀드리지 않고 받았는데, 제가 그날 재생하려고 준비해 놨던 음반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5~6곡이 적혀 있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때.   


이 외에도 어린 아기와 함께한 젊은 부부, 강아지를 데리고 온 보호자, 손을 꼭 붙잡고 커피를 마시는 노부부, 서로 기대어 있는 연인들, 차를 마시며 뜨개질을 하던 손님,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손님까지 같은 시간대에 머무는 날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너무 따뜻하고, 아름답고. 특히 젊은 분들이 방문하셨다가 나중에 부모님이랑 같이 재방문해주시는 경우가 정말 많거든요. 재즈라는 음악을 통해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걸 목격하고 있는 것 같아서 행복하더라고요.


Q. 콰이어트 라이트의 넥스트 스텝이나 비전, 목표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얼마전부터 몇 가지 싱글 원두들을 직접 로스팅하고 있어요. 콰이어트 라이트 이름의 자체 블렌드를 개발해보려고요. 제가 좋아하는 재즈 넘버 같은 것을 접목시켜서 블랜딩 메뉴를 만든다거나, 원두를 사서 집에서 저희 커피를 즐기신다고 했을 때, 그 커피에 맞는 재즈 음악을 큐레이션 한다든가 하는 콘텐츠로써의 플레이를 해보고 싶고요. 


내년에는 재즈 관련 굿즈와 재즈바이닐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레코드샵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복된 일상의 고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고, 내일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재즈를 비롯한 음악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콰이어트 라이트가,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 오랜 시간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고 목표입니다.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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