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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링크 Jul 03. 2023

극 J라 늘 불안한가요?

계획 없이 일하는 건 못 참는 J 모여라

저는 MBTI를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MBTI를 들으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되는 것 같다. 회사에서는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일처리를 빨리 처리하는 사람부터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까지 정말 각양각색. 업무 처리를 할 때 스케줄은 정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리드하는 사람이 P일 경우 정말 힘들다.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목표를 정하고 해야 할 일들을 단계별로 쪼개서 일을 진행해야 마음이 놓이는데 극 P인 리더는 어차피 하다 보면 바뀐다는 생각에 계획을 디테일하게 짜는 것을 싫어한다. 계획을 탄탄히 짜는 게 회사가 잘 돌아가는 필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 역시 그게 톱니바퀴 맞물리듯 딱딱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에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목표에 크게 문제 되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버리고 갈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선순위를 제발 짭시다.


정말 입에 달고 사는 말인 것 같다. 너무 입에 익어서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내 업무는 내가 조절할 수 있으나, 회사 방향성과 기대는 대표와 윗사람들이 정할 수 있으니 우선순위는 그들이 정해야 한다. 어떠한 업무를 기획할 때 해야 할 것들이 정말 너무나 많다. 그렇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수가 너무 많아진다. 특히나 스타트업에서는 인력이 너무 부족한데 우선순위가 빠져 있다면 집중도도 분산된 업무를 하다가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지 않고 그대로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항상 회의 때만 되면 물어보는 말이 있다. "이 일을 하는 목표가 뭐예요?",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이 일을 하는 것이죠?", "우선순위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어느 정도 기간 내에 달성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래서 얼마를 투자할 거예요?", "세부적으로 무슨 일을 할 거예요?" P들은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내가 봐도 좀 그렇긴 하다. (T발 너 C야?) 저 질문들은 놀랍게도 직급이 나보다 낮은 사람들에게 던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윗사람들에게 더 질문하곤 한다. 저 질문들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땐 그전에 목표와 계획이 분명히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P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나를 대하기 조금 힘들어한다.



내가 틀린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틀리진 않았지만 다 옳지도 않다. 어쩌면 저 디테일한 계획들이 행동력을 지체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닥터스트레인지 마냥 머리로 여러 방향을 시뮬레이션해 보고 안될 것 같은 길을 머리로만 판단하는 겁쟁이가 되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하나의 목표만 생각해 리프레시가 되지 않아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길로 가면 안 될 것 같고, 검증되지 않은 길이 무서웠다. 어떠한 문제가 닥치면 나는 패닉 상태가 놓여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아닌데 하면서 좌절하고 있었고, 문제점울 찾아 과거를 되짚어 다시 계획을 짜는 바쁜 반면, P의 성향이 강했던 분들은 별로 개의치 않으며 '다른 길로 가면 되지~'하며 빠른 행동력을 보여줬다. 일을 하다 보면 생각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너무 잦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힘들어하면서 금방 지치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고민을 터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하는 말이 "니 회사 아니야. 나중에 니 회사에서 그렇게 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내 오랜 고민을 별것 아닌 듯이 쓰레기통에 대신 버려주는 것 같은 말 같지만, 매번 실망감을 안겨 힘들어하는 나에게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으라는 말이었다. 그랬다. 나는 프로 오지랖퍼였다. 사실 그들도 다 겪어본 일이다. 그들도 매번 답답하고 왜 저렇게 일하는 걸까 싶고, 다 우리 회사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왜 안 고쳐지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란 말이 있는 것처럼 회사도 고칠 수 없다.



이 불안함을 어떻게 달래는 게 좋을까?


시선을 돌렸다. 온 신경이 회사에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일주일에 5일 출근이지만 주말에도 일 생각을 접을 수 없다. 퇴근을 하더라도 내일 뭘 해야지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POWER OFF' 스킬을 시전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책임감에서 직무에 대한 책임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매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생각한다. 


난 디자이너니까. 이 일을 잘 해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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