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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멘트 Feb 24. 2019

꿈과 현실, 그 사이에서

# 해외생활을 꿈꾸는 자들이 고려해 볼 것들

꿈이 뭐예요? 

지금까지도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질문이다. 

사실 내 꿈은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것. 저 드넓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싶어서 한 때는 새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존재였었고, 영화 스파이더맨과 해리포터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단연코 주인공들이 탄성을 지르며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물론, 스파이더맨은 거미줄을 이용해 도심 속을 날아다녔고 해리포터는 큰 새를 타고 판타지적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날았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학생이었을 때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하늘을 나는 것이요.'라고 답할 만큼 내가 4차원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었다. '저는 공군이 되어서 하늘을 날고 싶어요.'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말에는 피식하던 사람들도 '공군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말은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반대로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꿈이 뭐냐는 질문은 현저히 줄었으나, 아주 가끔 내게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긴 있었다. 예전과의 차이점은 같은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질문의 무게가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나도 이제는 인생에 조금 더 진지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평생을 하늘을 날고 싶다는 간절함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는 있을지언정 어느 날 내 등에서 날개가 자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하늘을 난다는 상상에서 느꼈던 그 느낌을 이루 형용하기 힘든 까닭은, 아마도 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짜릿한 쾌감과 이 지구에서 중력보다 무겁게 느껴졌던 현실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행위가 주는 위안이 뒤섞인 그 감정을 문자와 언어로는 감히 표현하기 어려워서였는지도 모른다.  




@Mirador de los condores, Argentina

그렇게 시작되었었던 것 같다. 내가 있는 곳에서 꾸준히 발을 떼어 부지런히 세상을 휘젓고 다닌 것이.. 스펙을 쌓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내게 마치 그것은 숙명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으니까. 넓은 세상을 보는 것. 땅에 붙어서 사는 동물인 인간으로 태어나서 내가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력을 거슬러 비상하는 자유로운 새처럼 이 곳 저곳을 다니며 세상 구경을 하는 일 말이다. 그렇게 학생 신분으로 공부도 해봤고, 독립도 해봤고, 여행도 실컷 해봤고, 봉사활동도 해봤고, 프로젝트성 창업도 해봤고, 회사생활도 해봤다. 


하늘을 날고 싶어 날아왔으나 뭐든지 일상이 되면 그것은 현실이고, 현실은 늘 언제나 가볍지만은 않다는 그 당연한 사실에, 세상 사람들은 '그럴 거면 뭐하러 거기까지 가서 사서 고생을 해? 어차피 다 같은 현실인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해본 사람만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거다. '그래서 해봤고, 이제는 후회가 없다'라고.


그래서 익숙한 한국을 떠나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하는 용기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답답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년들 중 해외취업 혹은 이민을 고려하고 있는 이들에게 내 경험을 통해 느꼈던 나의 아주 개인적인 의견을 나누고 싶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경계

다음은 내가 해외생활 혹은 해외취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들의 특징이다.  


1. 다름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호기심과 호감이 더 큰 사람들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것들 마저도 어느 순간에는 모두 다 싫어지고 힘들어지는 때가 종종 오는 것이 해외생활의 자연스러운 한 면 일 터. 우리 같은 이방인은 곧 알게 된다. 내가 아무리 이 곳에서 화를 내고, 항의를 해도 이 나라와 이 곳의 시스템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걸.. 그래서 그 다름을 스트레스나, 거부감이 아닌,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하다.   


2. 감정적으로 단단한 사람들

이 곳에 가족이나 친지, 아니면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는 이상, 외로움은 사실 그 무엇보다 해외생활을 힘들게 하는 적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외로움이 한 번씩 심하게 올 때면 방 한편에 있는 큰 이민가방들을 보며 짐을 싸고 이 곳을 떠나는 그 날 만을 기다렸던 때도 있었다. 이 외로움이라는 것이 처음엔 가끔 오다가, 이따금 자주 오면서 나와 함께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해외에서 모든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물론 가끔씩 오는 감정의 슬럼프는 어쩔 수 없지만 감정이 그래도 단단하고 약간은 무뎌서 금방 금방 감정을 털고 refresh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 혹은 한국과의 상황을 비교하지 않고 현지에서 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정신력도 필요하다. 이 말은 뭐냐 하면, 예를 들면 내가 능력이 출중해서 현지에서 글로벌한 기업을 한국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은 연봉을 받고 다니는 그런 소수의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한국보다는 어쩔 수 없이 급여 면에서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해당 국가에 가족들이 모두 같이 살고 있는 교포라서 생활기반이 마련돼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월세부터(해외엔 전세 개념도 없다), 식비, 온갖 공과금, 통신비, 교통비등 등 모든 것을 본인의 월급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물가가 저렴한 국가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생활비도 무시 못한다. 그래서 해외에 주재한 한국기업에 취직을 한다면 돈을 생각하기보단, 다른 쪽에 포커스를 두는 게 맞다. 예를 들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혀서 그것을 본인의 특별한 능력으로 만들어 나의 존재감을 키워나간다던지 하는 것이다.  


3. 사업가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 

이건 해외에서 단지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해외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 내가 장기적으로 거주를 하면서, 그 나라에 숨어져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 또한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이 needs와 해당 국가의 needs를 연결시킬 수 있으면 그게 무엇이든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사업 기회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보면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훨씬 적은 자본으로, 더 괜찮은 경제적 수입을 올릴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  


4. 몸과 마음이 가벼운 사람들 

해외생활이라는 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단기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한 곳에 정착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목표로 한다면, 무엇보다 지구력이 중요하다. 즉, 낯선 곳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이 중요한데, 몸과 마음이 가볍다는 것은 반드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피치 못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해당 국가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내 일상을 안정시킬 수 있고, 최소한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이 유리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5.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그 어떤 좋다는 나라도 그곳에서 생계를 위한 일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현실이 되는 법이다. 그곳에도 또라이는 있으며, 금전적인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인간관계 문제 등등 한국에서 힘들었던 문제들이 정도의 차이일 뿐 되풀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헬조선을 벗어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생활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일찍 다시 그냥 짐을 싸서 한국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자신에 대한 믿음과 내가 여기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 확실한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홀로 해외에 나온다는 것은 철저한 혼자로 지내는 시간이 많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 시간은 고독한 시간이지만, 그와 동시에 정신없이 빠르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한국 사회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의미가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어두컴컴한 터널 속을 통과하고 있는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모든 청년세대가 머지않아 저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새처럼 살 수 있기를 원한다.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우리의 꿈을 한계짓는 지금의 현실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우리의 책임이 아니다. 꿈과 현실, 그 사이에 서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는 스스로의 한계를 긋지 않고 나를 굳게 믿어주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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