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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Jul 15. 2019

『쾌락독서』, 문유석

  Bookreview  by. 여행자

여행자, 똥개, Operarius student 등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 만든 서평크루「책갈피」, 다양한 책과 다양한 시선을 공유합니다



가장 극단적인감정인 쾌락과 이성적인 행동인 독서의 합작
by. 여행자

'성공', '입시', '지적으로 보이기' 등등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자꾸만 책을 신비화하며 공포 마케팅에 몰두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 

- 프롤로그 중에서


 쾌락독서~!매우 이질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직관적인 제목이다. 문유석 판사님의 책은 개인주의자 선언을 먼저 읽었다. 그 책에서 실망을 하고 독서 모임에서 그 실망감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그 모임에서 두 사람이 이 책이 좋게 읽었고, 그 이유를 말했었다. 그 이유를 들으니, 책이 별로인 게 아니라 내가 별로였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책(노래나 만화, 영화도 있다.)을 읽고 느낀 점을 표현해 주신다. 주제인 책을 간단히 정리가 되어 있어서 모르는 책이 나와도 읽는데 문제는 없다. 내가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기에 잘 모르는 내용의 책들이 많았다. 어떤 책은 내용을 몰라서 재미가 없었고, 어떤 책은 내용을 알고 싶어서 재미있었고, 아는 책은 오랜 친구를 만나 거처럼 들떴다. 커피 세 잔정도 가격으로 이렇게 많은 책을 만나고, 그로 인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가성비를 따질 수가 없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설명하시다 보니 내용이 쉽게 잘 읽힌다. 페이지도 많지 않아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다. 한 주제의 흐름이 길지 않아서 진득하게 카페에서 읽어서 좋지만, 출퇴근 시간에 짧게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인간이란 판단력이 없어서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없어서 이혼을 하며, 기억력이 없어서 재혼을 한다'

- 본문 중에서


재미있는 구절이었다. 내용 자체가 유머러스 하지만 생각을 많이 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요새만큼 말이 많은 시대는 없었을 거다. 과연 우리는 결혼을 해야 하는 가? 결혼이 인생에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사랑은 필수적이지만 결혼은 필수적이지 않은 거 같다. 물론 누군가는 사랑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혼자 태어나 남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의 머리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 한다. 감정적인 영역은 이성적인 영역으로 이해한다는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생각이라면 내 생각을 그렇다. 


‘요즘 시대에는 유대가 부족하다.’ 하고들 말한다. 유대라는 것을 넓게 본다면 일종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사랑이라는 감정에는 분노/질투/실망 등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사실 유대가 사라졌다기 보다는 유대의 종류가 변화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유대에서 사람들은 예전의 유대에서 느꼈던 감정을 요구한다. 변화한 유대는 그런 감정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접적인 사랑에 더 갈구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 이다. 머리로는 유대의 변화를 인식하려 하지만, 가슴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사람이다.





  '상처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 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이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

-본문 중에서

 

제일 좋았던 내용이다. 여기서 표현된 사람이 너무 좋다. 다른 것보다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라는 내용이 너무 좋다. 우주에 수조개의 별들이 빛나고 있는 것처럼 지구에도 70억명의 사람들이 빛을 내고 있다. 자기 자신이 발광해서 빛을 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빛을 받아서 빛을 낼 수도 있고, 아무나 볼 수 없는(느낄 수 없는) 파장으로 빛을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지금 강남 카페에 앉아서 독후감을 쓰고 있을 때도 그렇다. 누구에게는 발광하는 거처럼, 누구에는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누구에게는 자신만 느낄 수 있는 파장을 내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다 상관없고, 제일 중요한 것은 빛난다는 것이다. 자신의 빛은 사실 자기 자신은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럼으로 더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자신의 빛을 알아서 더욱 빛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눈부실지언정 더 밝거나 아름답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빛이 진짜 빛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나에게 나오는 빛은 어떤 빛이며 다른 사람에게 어떤 빛으로 보일까 생각에 잠긴다.

 



인문학의 아름다움은 '무용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꼭 어디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하니까... 실용성 없이 순수한 지적 호기심만으로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학문의 기본 아닐까.

-본문 중에서 


 편식독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부분만 읽어도 된다는 내용은 너무 위안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남들이 읽은 것은 재미없거나 어려워도 읽어야 될 거 같고, 읽는 책은 다 읽어야 한다는 나도 모르는 책임감이 생길 때가 있다. 그런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책들도 읽기 싫어지고, 완독하는 대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문유석 판사님이 말씀하신 거처럼 한 책에서 오직 한 구절만 얻더라도 충분히 좋은 독서이다. 그 한 구절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끝도 없으니깐. 독서가 좋게 끝나려면 책도 좋아야 하지만, 읽는 사람이 좋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들이 있다고 한들 내가 생각할 필요는 못 느끼거나, 올바르지 못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 책은 나에게는 좋지 않는 책이다. 그렇다고 모든 책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휴일 날 집에서 게으름 피우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읽을 수도 있고, 어떤 책은 수능 공부를 하는 것 처렁 공부하면서 읽을 수도 있으며, 어떤 책은 연인과 데이트 하듯이 설레어 읽을 수도 있으며, 어떤 책은 친구와 놀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서 읽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읽으며, 자신의 스타일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서평 한마디 : 이 책은 독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책들이 좋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책은 읽고 있는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 제대로 읽는 것일까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독서에 아직 흥미가 없지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by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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