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구아빠 Apr 06. 2023

「3월」, 한유

서로에게 다르게 적힐 말들, 23년 3월


2023년 3월의 한 단어 , '3월'



「3월」, 한유


3월이면 새해하고도 지난 시점에 무언가 진척되어 있거나 시작되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당장은 부러진 손톱에 눈길이 간다. 늘 이렇다. 새해, 새학기, 20살, 30살이 되었다고 해도 늘 눈 앞에 있는 일이 먼저다.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을 받아놓고 이걸 어떻게 내려놓을지 고민하고, 당장 이번주까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곱씹는다.

© anthonydelanoix, 출처 Unsplash


그래도 가끔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것들을 시작할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이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답을 내리기 쉽지 않지만, 당장 오늘이라도 퇴근길에 부웅 쾅 하고 사고가 나면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게 삶은 종료될테니까 말이다.


분명 물리적으로는 집을 향하고 있었을테지만 왜 노트북을 들고 집에 가고 있었는지 생각하면 고민이 된다. 단순히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있고 싶어서일까, 장애물을 극복하고 이 업무를 잘하게 되는 것이 중단기 목표였던걸까, 그것도 아니면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멋져보이려고? 생각은 탐탁치 않은 대답들만 내뱉는다.


© apham, 출처 Unsplash


그럼 이건 어떨까, 사실 그 업무를 열심히 해서 잘하게 되는 것에는 궁극적인 목적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타인과 부대끼며 답답하리만치 늘지 않는 일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이걸 지나가는 데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면 너무 허탈할까 생각한다.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그렇다. 만나서 도움받으려고? 내 편으로 두려고? 모두 아니다. 무엇이 느껴질지, 무엇이 얻어질지 모를 일이다.



결국 노트북을 들고 집을 향하던 나도 무엇이 손에 남게 될지 모른채 그 과정을 느끼려고, 지나가듯 떠오르는 잡념들 그것들을 떠올리기 위해서 유혹을 이겨보려 하고, 서러움을 감수하고, 남은게 없다는 실망감을 감내하는거다. 대단한걸 기대하지 않는다는게 포인트이다. 이런 사람이 되고싶다.



© chuttersnap, 출처 Unsplash


거창한걸 바라며 좌절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에가서 마시는 시원한 물 한 모금, 오랜만에 오는 친구들의 연락에 타닥타닥 답하는 타자기 소리, 놓쳐왔던 것들을 영화 속에서 포착하는 어느 한 순간, 조금씩 종이에 남기는 일기 몇 줄로 충분히 살아가는 사람말이다.



내 새해 목표는 이제야 이렇게 정리되었다. 무엇이 얻어질지 모르지만 그걸 담을 바구니를 들고 꿋꿋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되는걸 목표로 하겠다. 마음 한 구석에 마음을 먹고 오늘도 노트북을 들고 퇴근길에 오른다.





Written by. 한유





독서모임, 우리들의 인문학 시간

https://blog.naver.com/ysgravity3659/221775696915


우리들의 인문학 시간, 글쓰기 모임

https://brunch.co.kr/@thebooks/169

매거진의 이전글 「3월」, 공교롭게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