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휘림님 후기

더북클럽 19년 4월, 열다섯번째 만남

by 짱구아빠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제목을 붙인 것이 무색하게도, 나는 삶이나 죽음과 같은 심오한 문제에 대해 답을 얻고자 책을 펴진 않았다. 염세주의자의 에세이인가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언니가 진짜 부담없이 읽고, 부담없이 오라고 오조오억번 말했기 때문일까. 난 언니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굉장히 부담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모임에 나가고나니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꼈지만.


김영민 교수가 근심하고 애정한 것들에 대한 내용. 이 소개글을 보자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윤리 교수님의 교양 수업이 떠올랐다. 당시 교수님은 수업 첫 날, 앞으로 매일 1가지씩 일상 속 주제에 대한 단상을 써서 중간고사 대체 과제로 제출하라고 하셨다. 과제를 하기 위해서 아무 생각이나 배설했던 나는 책을 읽을 수록 그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아, 이건 나와 달리 유머와 지식, 그리고 통찰을 가진 사람의 단상 모음집이구나. 내 멋대로 이 책을 한 지식인의 단상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서 더욱 부담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짧은 글들 속 몇몇 구절들은 나를 위해 심어놓은 센서인 듯 와닿았고, 냉소적인듯 해학적인 유머 코드도 너무나 날 저격했다. 글솜씨에 반해서일까 그냥 내 독서 습관 탓일까 책에 대한 아쉬운 점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앞에 전도연 닮은 교수님이 앉아서 시니컬하게, 무미건조한 듯, 그렇지만 본인의 유머에 꽤나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 사는게 다 정치라지만 설거지와 뱃살을 보면서도 정치를 떠올리는 정치 덕후의 글을 통해 지식인의 시각, 사고 흐름과 통찰을 엿보는 것은 좋았다. 그래도 일부 글들은 내가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웠다. 내 지식과 통찰이 짧아서겠지...



재미있던 글들

*설거지의 이론과 실천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세 가지 주례사

*2월의 졸업생들에게

*광장으로

*대선 후보와 토론하는 법



짧은 생각

죽은 환자와 산 의사의 자유와 존엄이 대립한다는 내용이 왜 나에겐 학교 현장의 이야기로 대입되었을까. 최근 법정으로 넘어가는 일화들에서 학생과 교사의 자유와 존엄이 대립한다고 느꼈을까. 대립해야할 관계가 아니기에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지진 않지만 만약 대립의 사건이 있다면? 양면의 부작용을 모두 경험한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숙의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사회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나의 역할은 뭘까..


좋았던 구절들

* 아름다움의 향유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야의 확대와 상처의 존재다 ...(중략).....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p.37)


* 중요한 선택을 하거나 권위를 창출할 때 숙의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 숙의 과정은 그 선택과 권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 정당성을 잘 표현된 글을 통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다. (p.123 -124)


* 자신에 대한 믿음은 역사의식에서 나옵니다. ~ 역사의식을 가지고 비주류에 서서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완강하게 걸어나가기 바랍니다. (p.137)


* 그러나 인간의 진정성이란 양파와도 같은 것이어서, 까고 까다 보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심리적 사태에 불과한 게 아닐까.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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