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이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고함.
지금 당신은 일을 즐기고 있습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일을 즐기며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게 본업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취미로 무언가를 할 때와 본업으로 했을 때의 '즐거움'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가수 이효리가 나와 최근 방송 중인 [효리네 민박]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남편 이상순의 삶에 대해 언급했던 말이 제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 남편은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서 차 마시고, 하고 싶은 음악 좀 하고, 혼자 즐기며 디제잉하고 있다."
그러면서 음반을 내기 위해 동동거리며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이효리에게 "좀 여유있게 해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그 말에 문득 든 생각!
이효리는 일을 하고 있고, 이상순은 취미를 즐기고 있구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상순은 음악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최소한 제 기준으로는 그렇습니다.
사실 이효리가 돈이 많아서(자신의 기준으로 많다고 거듭 강조했음) 남편 이상순은 자신의 용돈 정도 버는 것 외에 기대하는 바가 없기에 취미 수준으로 음악을 하고 집안 일 잘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지요. 다른 남편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화가 날 이야기일까요?
사실 제 꿈은 먹고 놀고 글만 쓰는 거지만 실제로 글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피하고 싶고 미루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내고, 그것을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이 끝도 없이 쌓여가는 현실이 버겁기만 합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글을 쓰면서 데드라인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한 달이 무사히 가고, 1년이 지나면서 약속했던 결과물이 속속 세상 밖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올 해로 9년 째, 아홉번째 책 [나를 증명하라, 골드칼라의 시대]가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평판을 얻을진 알 수 없지만 결코 그 과정이 즐겁거나 행복했던 걸로 기억되지 않는 건 책을 출간하는 것 자체가 저의 본업이기 때문입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런 일이 아니니까요.
일본의 한 아이돌 그룹은 자신이 부르고 싶은 노래나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는 돈을 내고 노래방에 가서 부르거나 듣는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그런 노래, 세상이 듣고 싶은 노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본업으로 하는 일은 잘해야 합니다. 잘하기 위해서는 어중간한 정도로 훈련하거나 노력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결코 그 과정이 쉽지 않고 힘이 듭니다. 몇 날 며칠을 준비한 제안서가 낙찰을 받지 못했으면서 그저 그 과정을 즐겼다고 말하는 사람을 프로페셔널하다고 볼 수 없고, 시합이나 시험에 임하는 사람들이 긴장과 부담을 내려놓고 그저 즐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본업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을 겁니다.
일의 즐거움은 노력에 노력을 더하고, 괴롭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 그 결과가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쯤 되서야 되돌아보니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도 늘 조마조마하고, 긴장하면서 한 해 한 해를 보내는 것도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그 때가 아직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고, 언젠가는 그 때가 반드시 올거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까 올 때까지 쓸 거라는 게 더 맞는 말이기도 하겠네요.
어쨌거나 일은 힘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