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않은 알파세대 필수 과목

아들에게 준 성탄절 선물보다 더 비싼 선물을 받은 이유

by 냉수 한 그릇

알파세대 필수 과목이 경제 교육이란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밝힌 내용이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인데, X-Y-Z를 잇는 알파벳이 없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지만, A라 부르지 않고 알파라 부른단다. 한마디로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출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 때엔(나도 ‘라떼’를 말할 나이가 되었나) 친구들과 밖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으로 놀았지, 요즘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등으로 놀진 않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MZ 세대마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이 예측 불허하고 독특한 종족에 내 아들도 속해 있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난 X 세대이나, 대부분 알파세대 자녀를 둔 부모는 자본주의 논리에 밝은 밀레니얼 세대이니,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 소비, 투자에 대한 교육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목회자(정확히는 부교역자)로 살아가는 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걸 잘 아는 나로선, 아들만큼은 자본주의 논리에 밝은 자녀로 키우고 싶었다. 방법을 몰랐을 뿐. 본인이 목회자가 되겠다면야 말리진 않겠지만, 굳이 목회자가 되라는 말은 절대 먼저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목회자가 된 걸 후회하진 않는다. 비록 회전초밥 먹기 전에 몇 개 먹을지 개수를 정해놓고 들어가야 할 형편이나, 하나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게 꽤 매력적인 일이니 말이다. 어디까지나 목회자는 내 사명이지 아들에게 주어진 사명은 아니지 않은가. 아무튼, 알파세대 자녀답게 경제 교육을 받아야 하겠는데, 내 코가 석 자이다 보니 가르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확히는, 누가 누굴 가르친단 말인가. 내가 아들에게 경제 교육을 할 만큼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뭐 꼭 경제적인 자유를 누려야만 교육하는 건 아니나, 내가 아들에게 경제 교육한다고 내 사정을 뻔히 아는 아들이 날 인정이나 하겠느냔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기야 내가 했다기보다 자연스럽게 아들이 흡수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경제 공부한답시고 미친 듯이 주식 공부할 때, 아들은 자연스레 내가 공부하는 걸 같이 하게 되었다. 형제 없는 아들에게 유일한 친구인 내가 공부하고 있으니, 본인도 어쩔 수 없이 유튜브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고, 내가 읽는 책에 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가 주식 창을 들여다보며 매매할 때 아들은 옆에서 훈수를 두었고, 이동평균선을 보고 한마디 했으며, 캔들과 거래대금을 보며 저 나름대로 분석까지 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보고선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우상향 한다나 어쨌다나, 유보율이 어떻고 부채비율이 어떻다는 등 떠들어댔다. 거래량을 보며 세력이 매집했다나 어쨌다나, 급기야 강의한답시고 칠판에 차트까지 그려가며 동영상 촬영을 했으니, 자본주의 사회의 필수인 주식투자에 관한 한 제대로 교육받은 셈이나 다름없다. 사실 목동에서 이사하면서 아들과 헤어진 친구들이 만들어 준 롤링페이퍼에 주식투자에 관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친구도 있었으니, 앞으로 살아갈 이 잔인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들이 꼭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




내친김에 아들 명의로 된 적금통장을 만들고 증권계좌도 개설해 주었다. 기존에 만들어 준 아들 통장으로 매월 얼마씩 용돈 명목으로 자동이체했고, 아들 통장에서 매월 얼마를 적금으로 빠져나가게 했다. 저축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도 설명해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저축 하나만큼은 잘하지 않던가. 내가 보관하던 아들 현금카드도 본인이 직접 보관하게끔 했다.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ATM에서 입출금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부부가 가장 잘한 게 있다. 그건 누군가 아들 용돈이라며 준 돈을 나와 아내 주머니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릴 적, 내가 받은 돈을 보관해 준다며 어머니가 가져간 돈을 다시는 보기 힘들었던 때를 기억하며, 아들에게 준 돈은 철저하게 아들이 관리하도록 했다. 아들은 그 돈을 은행에 차곡차곡 저금했고, 일부는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렸다. 경제 교육한답시고 따로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가난한 우리 집을 보고 자란 아들은 돈을 모으고 벌어야 한다며 스스로 경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금으로만 따지면 또래 친구들은 만져보기 힘든 액수니, 초등 3학년인 아들 돈이 나보다 더 많다. 크리스마스가 내 생일인 날, 난 아들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비싼 것을 생일선물로 받았다. 나보다 6일 늦은 아내 생일 때도, 아들은 내가 아내에게 선물한 것보다 더 비싼 금액의 옷을 선물로 사주었다. 여행 갈 때마다 식사나 간식을 사기도 해서 재정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계산할 때 자기가 계산한다고 해서, 음식점 사장님을 웃게 만들기도 한다. 할머니에겐 생활비가 얼마냐 물으며, 부족하면 자기가 보태준다며 허세를 떨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 말이 허풍이 아니란 걸 안다. 아들은 꽤 성숙하고 생각이 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선물이든 뭐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뭐 돈이 많으니 저러는가 하고 생각하고 만다. 이러니 경제 교육할 만하다.


아니, 아들 기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