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냉수 한 그릇 Dec 26. 2023

금강경과 성경이 말하는 행복(feat. 붓다의 치명적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는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고, 잠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저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형조 교수가 풀어쓴 금강경, '붓다의 치명적 농담'에 나오는 글이란다.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인용한 구절엔 무척 공감한다. 먹고 자는 게 뭔 대수인가 하겠지만, 살아보니 걱정이 많으면 잠이 안 오고, 근심이 가득하면 밥이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는 건 성인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 대단한 걸 구할 줄만 알았지, 밥 잘 먹고, 잠 잘 자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은 손에 꼽는 정도다.      




신약성경인 사도행전 12장에 보면, 헤롯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 사도를 참수형에 처한다. 이에 유대인들이 기뻐하자, 헤롯은 베드로 사도까지 투옥한다. 그런데 성경에서 난 희한한 기록을 본다. 베드로가 두 군인 틈에서 두 쇠사슬에 매여 누워 자고 있었다는 게 그것이다. 자는 거야 어찌 보면 당연하겠으나, 문제는 이 날이 헤롯이 베드로를 잡아내려고 했던 전날 밤이란 사실이다. 야고보 사도를 죽인 걸 보면, 헤롯이 베드로 사도까지 죽일 건 확실해 보인다. 사형을 앞둔 사형수가 전날 밤 잘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내 상식으론 불가능하다. 심지어 베드로는 천사(주의 사자)가 그의 옆구리를 쳐서 깨워야 할 정도로 깊게 잠들었다. 문득 '아 베드로가 무척 피곤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사형 전날 피곤하다고 자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베드로는 생각이 없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행복한 사람의 특징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되는대로 산다는 뜻이 아니다. "미래를 미리 염려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미래는 하나님의 영역이다. 미래를 생각하며 돈 10억을 모을지라도, 오늘밤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가야 하는 게 인생 아니던가? 미래를 미리 염려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는 태도가 있다. 바로 오늘 하루, 나아가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한다는 것이다. '생각 없는 사람들'은 현재에 충실하기에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기에 늘 감사하며 행복하다. 자족(自足)은 행복이나,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다.      


시편 23편을 기록한 다윗의 고백이 떠오른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시편 23편 1절-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심리로 재해석한 하나님(feat. 알랭드 보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