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를 소설처럼

실수하면 유튜브 영상 하나 더 보여줄게

by 냉수 한 그릇

하루 세끼 밥 먹는 게 당연하듯 독서 역시 마찬가지라고 닦달한 덕에,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해리포터] 시리즈 정도는 가볍게 읽어 내려간다. 문제는 국어나 수학 문제 질문도 소설처럼 읽는다는 것이다. 분명 질문에선 두 가지를 고르라고 했는데 하나만 고른다던가, 틀린 것을 고르라고 했는데 맞는 것을 고른다거나, 합을 구하라고 했는데 차를 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심지어 한 문제를 그냥 건너뛰기도 했다. 어릴 적 내 모습과 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던지. 아들이 했던 실수는 이미 어릴 때 내가 겪었던 실수이기도 하다. 몰라서 틀리면 억울하지 않다. 하지만 실수로 틀리면 온종일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아들에게서 어릴 적 내 실수를 보았기 때문일까, 실수를 연발하는 아들의 모습이 매우 불편했다. 물론 경험만 한 스승은 없다. 다만 실수로 틀렸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아들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토록 싫었던 내 모습을 아들에게서 보는 것이 스스로 언짢았을 뿐이다.


잔소리도 소용없다. 하루가 멀다고 문제를 풀 때마다 실수가 나왔다. 실수를 거듭할수록 내 속은 타들어 갔다. 옆에서 불안해하니 아들도 실수할까 봐 두려워했고, 문제 풀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실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학교에서 보는 수학 단원평가에서도 꼭 어이없는 한 문제 실수로 100점을 놓치기도 했다.




실수를 반복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을 반복하면 실력이 된다. 어떡하든 실수가 습관이 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일단 질문을 한자씩 천천히, 또박또박 읽도록 했다. 그리고 실수를 유발하는 핵심 단어에 밑줄이든 동그라미든 치게 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남으면 다시 풀었던 문제의 답을 점검하게 했다. 어느 부모라도 하는 일일 뿐, 이런다고 하루아침에 나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였다. 문제 풀 때마다 이전보다 신중하게, 꼼꼼히 풀려는 모습이 보였다. 실수로 틀린 날, 속상한 마음에 잠 못 이룬 내 경험담을 들려주며 다독인 것이 아들의 마음을 다잡게 했는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수학 과목 한 단원을 마치고 다시 평가시험일이 다가왔다. 등교하는 아들에게 마음 편히 시험 보라고 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아들에게 실수하면 오히려 평소 보는 유튜브 영상 개수보다 하나 더 보여준다고 했다. 실수하지 않으면 실수하지 않은 대로 좋고, 실수하면 실수한 대로 좋은 기분을 느끼도록 했다.


결과는, 백 점이었다.

이후 학기 마칠 때까지 다섯 번 연속으로 백점이었다.

내 기분도, 백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