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LESKINE Diary│인생 혼잣말의 넋두리
인생
아주 간단하지
엄마 뱃속에서 살다가 세상밖으로 나와
아기로부터 시작해
늙은 나로 살다가 죽는 것.
근데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인데
값지게 살다가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나이 들어 죽는 거나
갑자기 사고로 죽는 거나
병으로 죽는 거나
스스로 죽는 것.
죽기 전에
고귀한 삶을 살아갈 권리와
사랑할 권리와
하고 싶은 꿈을 위한 도전과
가족(꼭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라도)이라는 테두리와
살아가야 할 이유를 꼭 생각하다 보면
인생, 진짜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그거 알아?
우리네 인생은
낡은 창호지문의 녹슨 허술한 잠금장치일지도 몰라
쓸모없는 모습이라도
누군가에겐 절실히 필요할 수 있으니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러다 보면
내가 머 하러 이 짓거리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고 한숨 쉴 때마다
그 누구도 진심으로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 없이
나 혼자 다 버티고 일어나야
그나마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니깐,
그래도
괜찮다는 것은
저 낡은 창호지문에 달린 잠금고리만큼은
아무리 녹슬어도
여전히 작동한다는 것이지.
녹슬어도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여전히 잘해나간다는 것.
이젠,
저 녹슨 모든 얼룩들을 깨끗하게 다 닦고
예전에 처음처럼 처음 세상에 나온 모습처럼
다시 시작해도 되니깐,
그래서 좋아.
아무리 녹슬고 낡아도
다시 닦고 원래 모습대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실패하든, 힘들든, 성공이나, 하고 싶은 삶을 위해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해.
그러니깐,
너의 마음속에 버려진 창호지문의 녹슨 잠금장치를
이제, 깨끗하게 닦아내고
다시 문을 열어서
한 걸음만 딱, 한걸음만 문지방을 넘어
나와볼래?
그럼 내가 그때부터 너의 손을 잡고
함께 갈게. 너를 위한 시작을 위해서.
창호지문Ⅲ
MOLESKINE Diary│인생 혼잣말의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