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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Feb 05. 2018

파리 푸드는 고집이 있다, 그럼에도 숍은 변한다

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 투어_ 파리 푸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나라.”


프랑스를 공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마케팅 업계의 말이다.

더바이어 김선희 기자가 씨알 월드투어 배심원단 일정에 참여한 뒤 파리의 식품유통업계와 외식업계의 변화를 살펴봤다. 




1년 만에 찾아간 파리는 처음 파리에 발을 디뎠을 때와 비슷했다. 다만 테러로 예민함도 느껴졌고, 주 35시간 노동법에 대한 노동자들의 시위도 있어 약간 날카로운 기운도 느껴졌다.

행사 2일간은 꼼짝 없이 숙소 근처만 움직였다. 다행히 3월 말의 파리는 서머타임이 시작되어 낮이 길다.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근처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요즘 국내에서도 한창 유행인 분자요리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한 입 맛보고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숟가락을 내려놓지는 않는다. ‘맛’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가 더 늘었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다. 한 입 더 먹어보고, 식감을 느껴보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살핀다.

음식이 입에 영 맞지 않는다. 나에게만 낯선듯하다. 거리로 나갔다. 8시가 넘으면 파리에서는 갈 곳이 없다. 게다가 지금은 12시가 넘은 시간. 온통 가로등 불빛밖에 없다. 점점 익숙함이 찾아온다. 비 내린 후의 파리 거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다.



콘셉트 디저트숍, 콘셉트 블랑제리들이 속속…


토요일 오전. 예전에 살던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길 작정으로 찾아갔다. 프랑스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들에게는 ‘고집’이란 게 있다. 쉽게 말하면 굳이 맛집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랄까.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는 이유 정도가 아니라면 집 앞 레스토랑에서 한 끼 식사를 즐기고, 근처 블랑제리에서 바게트를 산다. 나 역시 그들의 생활패턴을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한국 사람이니까. 프랑스를 공략하는 마케팅 업계 사람들에게 이런 말이 오고간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나라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느 레스토랑을 가든, 평균 이상의 음식을 먹게 될 거예요.”

그러나 내가 좋아하던 블랑제리는 문을 닫았다.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 앞에도 ‘이전 중’이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파리는 최근 이런 일이 많다고 한다. 오랜 전통의 레스토랑들이 인테리어를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매장을 내기도 한다.

1년 6개월 전, 좋아하던 멕시코 음식점을 찾아갔더니 주인이 바뀌었다. 붐비다 못해 테이크아웃조차 40분 이상 기다려야 했던 그 집은 주말 오후에도 한 두 테이블만 손님이 있는 파리의 싸구려 레스토랑으로 전락했다. 이전과 비슷한 맛조차 나지 않았다. 맛은 고객들의 수를 이렇게 정리해준다.

옛 주인이 다른 곳에서 과카몰레(Guacamole; 멕시코 소스의 요리. 콘칩과 비슷한 '토토포'라는 토르티야 조각으로 퍼서 먹는다)를 만들 것 같아 어디로 갔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다.

또 다른 블랑제리인 리베르떼는 새하얀 간판이 여전히 그대로다. 처음에는 맛있는 바게트 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잡지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콘셉트 블랑제리였다. 그러고 보니, 이제 파리도 콘셉트 디저트 숍, 콘셉트 블랑제리가 생겨나고 있다. 리베르떼가 잡지에 실린 이유도 새하얀 옷과 새하얀 인테리어로 꾸민 콘셉트 블랑제리였기 때문이다.


“요즘 프랑스에서는 BIO 라벨 붙으면 끝나”


파리에 8시 30분이 되면 문을 닫는 모노프리보다 10시에 문을 닫는 모노 어퍼스트로프(모노’)가 생겨나고 있다. 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형 할인마트가 없어진 자리에 인터마르쉐가 생겼다. 오샹이 있던 자리에도 인터마르쉐가 생겼다. 사실, 내가 있던 1년 전부터 모노프리가 없어지고 인터마르쉐가 생기는 추세였다. 당시 나는 SSM과 대형마트의 차이를 잘 몰라서 그냥 매장이 바뀌었다고만 생각했었다.

까르푸 시티에서도 1년 전보다 ‘샐러드’ 상품이 많이 늘었다. 1년 전에는 팩 샐러드를 사기 위해 꼭 아두파(A2pas)에 갔었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종류가 많아서 좋았다. 그런데 이제 까르푸 시티에서도 팩 샐러드 종류가 많아졌다. 신선한 농수축산물 위주의 상품이 주를 이루던 대형마트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BIO’ 이름을 단 매장이 늘어난 것이 특히 눈에 띠었다. 토요일 오후, 함께 길을 걷던 프랑스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요즘 프랑스에서는 BIO 라벨 붙으면 끝나.” 1년 전에도 건강식품은 인기였지만 최근 더 많이 선호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당시 까르푸 비오 매장에 몇 번 간 적이 있었다. 인테리어부터 일반 매장과 달랐다. 나무색과 연두색을 적절히 사용해 환경 친화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비오 매장은 주택가에 있지 않다. 내가 들렀던 비오 매장도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유명한 사무실 밀집 지역이었다. 코트를 잘 차려입은 남성과 여성이 ‘혼자’ 장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인 가구의 소비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까르푸 씨티에서도, 까르푸에서도 비오 매대를 따로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특별한 타깃’이 아닌 ‘모두를 타깃’으로 두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더바이어 2016년 4월 15일자 255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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