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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Feb 06. 2018

삼계탕도 ‘치맥’처럼 대륙을 장악할 수 있을까

김경미 기자의 차이나 에세이_식품 한류

중국인들에게 한국 음식 또는 한국 식품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으면, 대부분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자칫 ‘중국에 진출하려면 영화와 드라마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오오,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생각인가. 중국은 그런 곳이 아니다.




‘태양의 후예’ 속 삼계탕이 중국인 입맛을 사로잡는다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소개된 삼계탕의 중국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 검역 요건에 대한 양국간 합의와 후속조치가 진행되면서 올 상반기 중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덕분에 중국에서 삼계탕이 뜰 것’이라는 보도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 기대감은 과연 얼마나 충족될 수 있을까.

김빠지는 소리를 먼저 하자면,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삼계탕은 전혀 새로운 음식이 아니다. ‘태양의 후예’가 방영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중국인들이 삼계탕을 알고 있었다. 또 중국에는 삼계탕과 비슷한 탕요리가 많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 탕 요리를 즐겨 먹기도 하고 탕 맛을 내는데도 익숙한 이들이 중국인들이다. 이처럼 중국인의 입맛과 건강에 맞춰져 있는 탕요리가 있음에도 굳이 드라마 때문에 삼계탕을 찾을 것이라고? 글쎄올시다, 일정한 수요층의 발굴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삼계탕 붐 창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노(No)”라고 답하겠다.



‘허니버터칩’ 말고 ‘허니버터 아몬드’를 보내라고…


중국 친구들을 만나 나누는 대화 중 한국 음식과 식품 이야기는 단골 메뉴다. 그때마다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국내에서 유행하지 않는 상품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경우다. ‘허니버터 아몬드’가 그랬다. 허니버터 아몬드가 지금은 국내에서도 유명 상품이 됐지만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달랐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가면 꼭 사와야 하는 상품 중 하나로 허니버터 아몬드가 꼽혔다. 필자가 처음 허니버터 아몬드를 알게 된 것도 중국에 있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허니버터 아몬드를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혹시 ‘허니버터칩’ 말하는 거야? ‘허니버터 아몬드’는 한국에 없는 것 같은데…”

중국친구에게 이 말을 되풀이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자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이 됐다. 허니버터 아몬드가 국내에서 대중화된 것이 요우커의 파워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허니버터 아몬드가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평소 간식으로 견과류를 즐긴다. 중국 마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가 있고, 이들은 다양한 향신료와 양념으로 버무려져 다채로운 맛을 낸다. 그래서일까, 중국 소비자들은 국내 소비자들보다 허니버터 아몬드를 쉽게 받아들였다. 중국 사람들도 좋아하는 ‘허니버터’ 맛을 첨가한 아몬드였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을 확 사로잡았을 수도 있다.



우리는 사실 비슷하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줄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국내 드라마나 영화가 마케팅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아시아 문화권역 속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은 공감대가 많다. 삼계탕이든 오골계탕이든, 허니버터 아몬드든 새우깡이든 상품의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맛과 품질이 중요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원동력은 공감인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주의할 점이 그것이다. “우리는 너희와 달라”라며 색다름을 부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실 비슷해” 하며 공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감동의 스토리를 얹을 때 비로소 수출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2016년 5월 1일자 더바이어 256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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