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기자의 차이나 에세이_ 훠궈
중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훠궈와 비슷한 음식이 한국에 있냐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삼겹살’이라고 답할 것이다. 삼겹살만큼 훠궈는 중국에서 대중적인 요리이기 때문이다.
중국 어느 곳에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점 중 하나가 ‘훠궈 전문점’이다. 훠궈는 얇게 썬 고기, 두부, 채소 등의 신선한 재료를 끓는 탕에 살짝 익혀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 요리다. 그만큼 중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훠궈는 칭기즈칸 때 만들어졌다고 해서 중국에서 ‘칭기즈칸 요리’ 혹은 ‘몽골 요리’라고도 불린다. 흥미롭게도 몽골에는 샤브샤브와 같은 음식이 없다.
훠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칭기즈칸이 대륙을 장악하기 위해 출전한 정벌 전쟁에서 병사들이 제대로 끼니를 때우지 못하자, 병사들이 철모를 뒤집어 물을 끓이고 육포나 야채 등을 넣어 먹기 시작했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원나라 이후 명, 청나라가 들어서면서 훠궈는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사천지역에서는 매운 맛을 더해 중국 사람들의 입맛을 더욱 사로잡았다.
4년 전,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베이징에서 유명한 훠궈 전문점인 시아부시아부(呷哺呷哺)를 방문했다. 훠궈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필자를 위해 중국인 친구들이 데려간 곳이었다. 당시만 해도 훠궈는 ‘비싼 요리’, ‘향신료가 강해서 먹지 못하는 요리’로 생각하던 때였다.
시아부시아부에서는 육수의 맛, 고기, 채소, 두부 등 다양한 훠궈 재료를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었다. 중국인 친구들은 훠궈를 처음 먹어본 필자를 고려해 향신료 맛이 강하지 않은 약간 매운 맛의 육수를 선택했다. 면, 두부, 채소, 양고기를 육수에 데쳐 땅콩소스에 찍어 먹었다. 훠궈는 필자의 입맛에 딱 맞았고 푸짐하게 먹었음에도 1인당 1만원도 들지 않았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방문한 훠궈 전문점에서 훠궈의 오묘한 맛에 빠졌고, 이후 훠궈는 중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꼭 먹는 메뉴가 됐다.
중국에는 훠궈 전문점이 워낙 많다보니 저렴한 식당부터 고급 식당까지 다양하다. 특히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훠궈 전문점은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학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다.
또한 고급 식당도 있어 훠궈는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끼리 외식할 때, 첫번째로 고려하는 메뉴다.
중국 사람들은 집에 손님을 초대했을 때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대접한다. 훠궈도 손님들에게 자주 내는 요리다. 요리하기 쉽고 고기,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훠궈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육수다. 그러나 훠궈 육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돼지 뼈, 닭 등을 우려내야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다양한 육수 양념을 판매한다. 육수 양념은 아주 매운 맛, 조금 덜 매운 맛, 전혀 맵지 않은 맛, 깔끔한 맛 등 다양하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맛의 육수 양념을 구매해 뜨거운 물에 붓기만 하면 훠궈 육수를 완성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훠궈 양념만 사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다.
훠궈 양념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들이 유명한 훠궈 프랜차이즈에서 생산한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인 친구는 “중국인들이 훠궈를 좋아하는 만큼 집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이 있다”라며 “중국인들은 식품 안전성에 민감하다. 그래서 훠궈 양념을 구입할 때 항상 비교적 믿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 이름을 확인하고 상품을 구입한다”고 했다.
14억 중국인이 사랑하는 요리, 훠궈. 훠궈처럼 중국인들을 사로잡을 음식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중국 진출을 고려하는 식품·외식 기업이라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16년 9월 15일자 더바이어 265호에 게재 됐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