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 투어_ 키즈밀
필자는 프랑스에서 문화충격을 세 번 받았다. 훈육, 교육열, 그리고 아이들의 식사에서였다. 프랑스 사람들의 훈육이나 교육열은 유럽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터, 그보다는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일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18개월 된 프랑스 아이를 3개월가량 돌봐준 적이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에반 베르, 엄마는 마사지사, 아빠는 무역업자다. 베르 부부는 파리 근교 이층집에서 두 아이와 살아가는 중산층 부부다. 에반을 돌보게 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식사였다. 음식에 까다로운 프랑스인들, 아이 음식에는 얼마나 더 까다로울까! 그런데 첫날 에반의 엄마는 찬장에서 간편식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주었다. 아이에게는 데운 간편식을 주고, 우리는 파스타를 함께 먹었다. 그 이후에도 에반에게 점심을 챙겨줘야 할 때는 파스타, 밥, 샐러드 등 여러 가지 간편식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 데워 주었다.
프랑스 엄마는 아이 음식에 크게 고집이 없었다. 간식도 금지하는 것은 없었다. 아이가 밥을 제때에 제대로 챙겨 먹으면 그걸로 되었다. 다만 한 가지 ‘식사예절’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밥을 먹을 때는 항상 식탁에서 턱받이를 하고, 수저를 사용하게 한다. 먹여주기보다는 스스로 먹게 한다. 식사 후 디저트를 챙겨주고, 오후 4시에는 간식을 준다. 간식도 똑같이 식탁에 앉아서 턱받이를 하고 먹는다.
최근 유럽에서는 키즈용 가정간편식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 소비자들은 키즈용 가정 간편식이 아이에게 좋은 성분과 영양이 많이 함유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키즈용 가정간편식은 인공감미료와 착향, 착색을 배제한 저염식, 저칼로리 중심의 건강식이다.
무엇보다 프랑스 엄마들은 조리된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통조림도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조리가 편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쉽게 자주 먹이는 음식이다. 주로 스파게티나 라따뚜이, 감자, 콩, 밥 등인데 연령에 맞게 소화하기 쉽도록 잘거나 으깨 나오는 편이다. 같은 파스타여도 훨씬 얇은 스파게티니로 조리한다. 1인분으로 상온 포장, 또는 냉동 포장되어 있고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있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된다. 짠맛 단맛보다는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경우가 많다.
아이의 첫 이유식도 사서 먹이는 프랑스 엄마들도 많다. 간식은 보통 과일이나 야채를 데쳐서 으깬 퓨레를 주는데, 이 역시 사서 먹인다. 다양한 종류를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한다. 그래서 프랑스의 키즈용 가정간편식은 이유식(간편식), 퓨레, 요거트 세 종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프랑스의 한 방송인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첫째와 둘째 아이 때는 퓨레 등을 구매해서 먹였지만, 셋째 아이 때는 채소와 과일을 하나씩 알려주는 마음으로 매주 장을 봐서 직접 요리해준다고 말했다. 에반의 엄마도 “요즘 프랑스 엄마들 사이에서는 유기농이 대세이며, 아예 채식주의자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해 왔다.
이처럼 프랑스 내에서 유기농과 채식이 붐이 일면서 유기농 인증을 받은 키즈용 가정간편식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간편하다는 점이 대부분의 구매 이유였다면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구매하는 경향이 커진 것이다.
맛에 까다로운 프랑스인들 역시 건강과 영양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요리를 고집하지 않고 가공식품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음식에 대해서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는 원칙이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일상 속의 식사 교육을 선호한다. 한 가지, 아이가 버릇없게 크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식이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은 확실하다. 그들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를 더 중시한다. 식사예절을 통한 아이 교육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게 우리와 다른 점이다.
2016년 9월 1일자 더바이어 264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