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바이어 Mar 12. 2018

여유를 즐기는 광둥성의 문화 ‘자오차(早茶)’

김경미 기자의 차이나 에세이_ 자오차

홍콩 여행을 준비하는 지인이 있다면,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자오차’를 꼭 먹고 오세요.”

자오차, 이는 한자 그대로를 풀이하면 아침의 차라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 광둥성에서는 차와 딤섬과 같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가족, 친구들과 여유롭게 늦은 아침을 즐기는 문화를 일컫는다.




중국 광둥성(廣東省) 주하이(珠海)에 살았을 때 일이다. 처음으로 중국인 친구들과 자오차를 먹으러 갔다. 자오차라고 했기 때문에, 필자는 차를 마시는 ‘차관(茶館)’에 가는 줄만 알았다. 약속시간도 11시였고 그래서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먹은 후 시간에 맞춰 중국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자오차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필자가 자오차를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게 안은 발 디딜 곳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차와 함께 딤섬, 닭발,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당황하는 필자를 보며 중국인 친구는 웃으며 “자오차(早茶)는 늦은 아침에 차와 간단한 요리를 먹는 광둥(廣東)지역의 문화다. 보통 가족 혹은 친구들과 자오차를 즐기러 오며, 광둥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오차를 즐길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필자는 자오차의 매력에 빠졌다. 차와 어울리는 다양한 딤섬도 맛있었고 둥근 테이블에 앉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시간이 즐거웠다.


무역업의 발전, 비즈니스로 활용된 ‘자오차(早茶)’


자오차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딤섬’이다. 최근 들어 차와 함께 먹는 요리가 다양해졌으나 전통적으로 광둥 사람들은 차와 딤섬을 먹는다. 자오차의 시작은 중국 고대 농경사회에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 농민들은 농사일을 마치면,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때, 차만 마시기 심심했던 농민들이 간단하게 차와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 만든 것이 딤섬이다. 딤섬이 처음 만들어진 시기와 장소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는 1000년 전 랴오닝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남쪽으로 전파되었다는 설이 있고 다른 하나는 3000년전 광둥지역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와 딤섬을 먹는 문화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으나, 여전히 광둥 사람들은 차와 딤섬을 먹으며 자오차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광둥지역에서 자오차가 이렇게 오랜 시간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역산업의 발전 때문이다. 광둥성은 청나라말기 영국과 서방에 가장 먼저 개방된 곳이다. 그렇다 보니 광둥지역 사람들은 근대적 경제관념을 중국의 다른 지역보다 빨리 받아 들였고 무역이 발전했다. 중국 10대 부자 대부분이 광둥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광둥지역 사람들의 경제발전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무역업이 발전하면서 광둥 사람들은 자오차를 비즈니스에 활용했다. 광둥사람들은 가족 외에도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자오차를 즐기며, 친목을 다지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즉 자오차는 여유를 즐기는 문화뿐 아니라 광둥사람들에게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어주는 문화로 발전한 것이다.



패스트푸드로 변신한 ‘자오차(早茶)’


최근 홍콩에 다녀왔다. 홍콩에서 중국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자오차를 즐겼다. 이야기를 나누다, 한 중국친구가 “오랜만에 자오차를 즐기러 왔다”라는 말을 꺼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주말만큼은 자오차를 즐기던 친구였기 때문에 이유를 물었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평일에는 자오차를 즐기기 어렵고 주말 오전에는 늦잠자기 바쁘다”며 “예전보다 자오차를 즐기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했다.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과 함께, 자오차를 즐기던 광둥 사람들의 여유도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자오차를 즐기는 광둥 사람들은 대부분 퇴직 후의 중노년이라고 한다. 그만큼 여유를 즐기는 젊은층이 줄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전처럼 긴 시간 동안 자오차를 즐길 시간이 없자, 광둥 사람들은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자오차를 찾고 있었다는 점이다. 홍콩, 심천, 광저우 편의점에서는 냉동 딤섬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거리 곳곳에서는 차와 딤섬 등의 간단한 요리를 포장·판매하는 프랜차이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유를 즐기던 ‘자오차’의 문화는 조금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광둥 사람들의 삶에 ‘자오차’가 자리 잡고 있다.


2016년 8월 15일자 더바이어 263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마토 한 박스에 2유로! 단골은 1유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