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단짠’, 소금·트랜스지방 규제 나선 동남아4
동남아 음식은 ‘단짠(달고 짠 음식)’의 원조라 할만큼 맛과 향이 자극적이다. 그러나 건강식 열풍이 불면서, 정부 주도로 식품의 나트륨·당·트랜스지방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다. 견과류 등 슈퍼푸드와 유기농 식품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자극적인 향신료와 양념음식을 즐겨먹는 동남아 국가에도 건강식 열풍이 불고 있다. 고열량·고나트륨 음식 대신 건강식품을 사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저염분·저당·저칼로리의 ‘3저(低)’ 식습관 정착을 위해 식품관리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심혈관질환의 주요인인 트랜스지방에 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나쁜 지방’ 퇴출하고
저염·저당식품 생산 박차
태국과 대만은 지난해 ‘부분 경화유(Partially Hydrogenated Oil·트랜스지방의 주원료)’ 사용식품의 금지를 선포했다. 이 조치로 마가린·쇼트닝 등 일명 ‘나쁜 지방’ 함유 식품의 유통이 타격을 받게 됐다. 2007년 가
공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 표기를 의무화한데 그친 한국보다 진일보한 조치다.
생산단가는 낮고 유통기한은 길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던 트랜스지방에 이들 국가가 제동을 건건 국민 건강 때문이다. 미국심장학회 등의 연구를 통해 이 첨가물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방콕지사에 따르면 태국 던킨도너츠와 오봉팽(Au BonPain)의 공동운영업체인 머드맨 측은 추후 도넛 제품을 없애고 샌드위치와 커피 품목에 주력할 계획이다.
식품 칼로리를 낮추고 당·나트륨 함유율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여러 동남아 국가에서 일고 있다. 한국에 이어 세계 2위 라면소비국인 인도네시아에선 국민소득이 늘면서 ‘건강 지향적’ 라면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트랜스지방·화학 조미료·설탕을 첨가하지 않고 튀기지 않은 면으로 만든 ‘레모니요’ 라면을 필두로 칼로리가 낮은 인스턴트 곤약 면, 보리 첨가라면 등 다양하다.
aT 자카르타 지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는 2018년 기준 4000달러(예상)로 최근 연평균 5%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건강식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된다.
식품 나트륨에 관해서는 지난해 태국 정부가 발표한 ‘소금세’가 주목받았다. 태국은 2017년 ‘설탕세’ 도입 후 일년만에 소금세 도입 계획을 밝혔다. 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3500㎎으로, 세계보건기구의 기준(2000㎎)을 1.8배 웃돌기 때문이다. 당국은 소금세 부과제도 도입까지 유예 기간 5년을 뒀다.
한편 설탕세 부과 이후 식품업계에서는 ‘가공설탕이 아닌 천연설탕에 대한 세금은 면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설탕세 부과로 상품 가격이 올라 매출이 감소됐기 때문이다. 태국주스 제조사 ‘도이캄 프로덕트’ 매출은 전년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캄 관계자는 “열대과일에는 천연설탕이 함유돼 있다”며 “설탕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캠페인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도이캄은 한편 코카콜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미닛메이드-도이캄’ 브랜드를 공동 출시, 태국산 토마토와 패션푸르트를 코카콜라사에 공급키로 했다.
홍콩 유기농식품시장 연 5% 성장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 증가과 함께 동남아 국가에서는 유기농 식품 수요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홍콩 유기 농식품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억6000만 홍콩달러(한화 153억원)로 일년새 5% 성장했다. 유통 채널로는 중산층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프리미엄 마트 ‘시티수퍼’, ‘쓰리식스티’와 유기농 전문매장 '올가닉플러스’ 등이 있다.
aT홍콩지사에 따르면 미국산·유럽산 유기농 식품에 대한 홍콩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나, 최근 들어 한국산 유기농 김과 영유아 과자에 대한 시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베트남 유기농 식품 시장은 연간 218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대형마트인 롯데마트, 이온몰 등과 체인형 유기농 전문매장 ‘Bac Tom’ 등이 주요 유통채널이다.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의 경우 유기농 식품의 진열 비중은 전체 물량의 10%다. 유기농 수산물로는 노르웨이산 연어 등이 판매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유기농 포장식품 매출이 증가 추세다. 2017년 말레이시아 유기농 포장식품 매출은 1000만링깃(28억원)으로 일년새 4% 증가했다. 현지 유기농 식품산업 발전 수준이 낮아 하인즈, 네슬러 거버 등 외국산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은 유기농 식품 매출이 연간 7%씩 성장하고 있다. 주로 판매되는 유기농 식품은 신선 야채와 코코넛 과일 등이다.
태국의 우돈타니 주(州) 정부의 경우 유기 농산물을 재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역내 호텔과 백화점, 20개의 병원이 유기농 채소를 구매하고 있으며, 농부들에게 유기농 채소 재배를 위해 더 많은 시설을 짓도록 장려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튀기지 않고 저온에 로스팅한 견과류가 출시되고 있다. 약 200℃의 온도에서 튀긴 견과류와 달리 100~130℃의 온도에서 볶은 견과류는 칼로리와 영양소 파괴율이 더 낮다. 대만정부는 이력추적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이 안전한 견과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견과류 식품첨가물, 중금속 검출여부, 원산지 등 정보를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네슬레는 태국에서 설탕 함유량을 줄인 ‘3 in1 저설탕 마일로’ 제품을 출시했다. 미얀마에서는 건강식품 콘셉트로 농축맥아우유를 출시했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네슬레는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각각 40%, 25%의 연매출 성장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