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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Feb 27. 2019

레터_돌을 잡은 어부들

시작은 좋았습니다. 연말부터 계획하는 일이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되었습니다. 새해를 맞고도 불운의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돼지띠에 태어난 덕인지, 황금돼지해인 올 해는 편안하게 한 해를 시작하는구나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은 필자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설날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 불운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설날을 마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한 아침, 생각지도 못한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그날은 폭탄 뒷수습으로 새벽까지 일에 매달렸습니다.
이튿날은 다른 일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계약에 제동이 걸린 겁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일이 순조롭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그랬습니다. 전날의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예상치 못한 일에 스트레스 지수는 쌓여만 갔습니다.
다음날 저녁, 광고대행사를 경영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기에 대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친구의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친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대형 광고주 한 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보게 됐다는 겁니다. 이어지는 푸념과 못 다한 이야기로 통화가 꽤 길어졌습니다.
복잡한 한주를 보내고 맞은 주말 아침. 식탁에 앉은 큰 아이가 평소에 하지 않던 밥투정을 하더군요. 아침부터 아이와 티격태격하기 싫었던지 아내가 “그럼, 밥 먹지 말고 이야기나 하나 들려줘”라고 하더군요. 아이도 순순히 제 방으로 가더니 책 한 권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솝우화였습니다. 아이는 책에서 3개의 우화를 골라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돌을 잡은 어부들’이었습니다. 358편의 이야기 중 아이가 고른 우화가 마침, ‘돌을 잡은 어부들’이었습니다. 우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부들이 그물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물이 묵직해지자 어부들은 고기를 많이 잡은 줄 알고 기뻐서 춤을 추었다. 어부들이 바닷가로 그물을 끌어냈을 때 고기는 조금밖에 보이지 않고 그물은 돌멩이와 다른 부스러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어부들은 속이 몹시 상했다. 불쾌한 일이 일어나서라기보다 기대가 어긋났기 때문이다. 어느 늙은 어부가 그들 사이에서 말했다. “친구들이여, 이제 그만 괴로워합시다. 기쁨과 고통은 자매간인 것 같소. 우리는 미리 그토록 기뻐했으니 고통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오.”


가까운 어른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지만, 단짝처럼 붙어다니는 성공의 그림자는 오만이다. 이 사실만 염두에 둬도 많은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삶의 굽이굽이 깨칠 게 너무 많습니다.


더바이어 신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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