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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Apr 08. 2019

스토리칼럼_흥부냐, 놀부냐


남원 출신 후배와 막걸리를 마시며 들었다. 놀부와 흥부가 남원 출신이라는 사실. 그런데 애매한 (그리고 첨예한) 다툼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데… 흥부마을이란 이름을 독점하기 위해 두 마을이 양보 없이 다투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을은 흥부가 태어난 곳이고, 한 마을은 흥부가 분가해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던 곳이다. 마치 낳은 정이 중한가, 기른 정이 중한가, 다투는 모정의 세월 같다.


그래서 물었다.


“한 곳은 흥부마을, 한 곳은 놀부마을, 이렇게 나눠 가지면 조화도 되고 홍보도 잘될 텐데 왜 그럴까?”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흥부이길 원해요.”


놀부보다 흥부. 요즘처럼 돈을 밝히는 시대에도 놀부의 미운털은 빠지지 않는 듯하다. 우리 모두 착하게 살기를 원한다니 다행이라 다독였더니 후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착한 걸 원하는 걸까요? 대박을 원하는 걸까요?”


에구머니나, 정곡을 찌른다. 흥부는 비굴하고 가난하게 살았지만 말년에 흥했다. 놀부는 재테크의 달인이었지만 말년에 망했다. 남원의 두 마을 모두 말년에 흥하기를 원할 뿐 착한 마음씨를 본받으려는 투혼은 아니라는 의구심(아, 이렇게 삐뚤어진 시선이라니).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며 이렇게 토로했다. 진정으로 흥부이길 원한다면 기꺼이 양보해야 한다고. 놀부로 놀림받는 수모조차 감수할 때 복터지고 박터지지 않겠느냐고… 말장난을 나누었다(기꺼이 놀부가 된 보쌈 기업도 있잖은가).


얼마 후 남원시 홈페이지를 찾아가 흥부마을을 탐색해 봤다. 궁금증을 풀어주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으니, 우선 흥부마을의 고증에 관한 남원시의 답이다.


흥부가의 ‘제비노정기’와 ‘박타령’ 등에 나오는 지명 등을 근거로 하여 1992년 경희대학교 민속학 연구소에 고증용역을 의뢰하였는데… 흥부전은 단순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설화를 판소리로 짠 것으로 무대의 배경은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가 중심이다.


기왕에 탐색한 것, 읍면 포털까지 깊숙하게 들어가 보니 두 마을 모두 흥부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다. 인월면 성산리는 흥부와 놀부가 태어난 곳, 아영면 성리는 흥부가 분가해 살다가 죽은 곳. 먹거리 이름에도 흥부, 이곳저곳 지명에도 흥부, 각종 전통행사에도 흥부, 흥부, 흥부… 흥부란 이름이 이 마을들의 역사가 되는 중이다. 그러니 누군들 포기하고 싶을까. 흥부와 놀부가 살던 때부터 지금까지 갈등은 계속되는 셈인데, 과연 우리나라의 모든 모습이 이와 같다고 열변하는 모양새였다.


더바이어 임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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