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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바이어 Apr 08. 2019

레터_더바이어만의 스타일 찾기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독일에서 출발한 발도로프학교입니다. 제도권 학교가 아니니 일종의 대안학교인 셈입니다. 발도로프학교에서는 저학년 때 습식수채화를 배웁니다. 젖은 종이 위에 세 가지 천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색이 섞이고, 종이에 스며들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습식수채화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림 뿐 아니라 수 공예 시간에 만드는 인형이나 자수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발도로프학교 공연단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공연단은 체류 기간 일주일 중 사흘을 서울에 머물렀는데, 단원 두 명이 그 기간 필자의 집에 묵었습니다. 그들이 현관에 들어서며 한 첫 마디가 “Waldorf Style!”이었습니다. 파스텔톤의 습식수채화와 비슷한 느낌의 인형을 보고 한 말입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세계 어디를 가도 발도로프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집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하더군요. 통일된 스타일이 발도로프학교의 아이덴티티가 된 겁니다.


미디어도 자기 고유의 스타일이 필요한 때입니다. 쿼츠는 미국의 경제 전문 디지털 미디어입니다. 짧은 기간 자생력을 확보한 쿼츠는 핵심을 찌르는 차트로 유명합니다. 자체 제작한 차트와 그래픽을 쿼츠 저널리즘의 핵심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2017년 창간한 신생(?) 매체 악시오스는 정치에 특화된 인터넷 매체입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악시오스는 굵직굵직한 특종과 특유의 간결한 기사로 미디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디어 업계에서는 스마트하면서 간결한 그들 콘텐츠를 ‘악시오스 저널리즘’이라고 부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보급으로 하루가 다르게 신생 미디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디어 시장이 혼란합니다. 아쉬운 점은, 많은 미디어들이 ‘편집방향’이라는 미명 아래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피해는 결국 독자들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독자들에게 더바이어는 어떤 미디어로 기억되는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고리타분한, 고만고만한 미디어로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변화무쌍한 식품·유통업계를 다루는 전문지답게 변화를 두려워하지는 않겠습니다.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 속에서 더바이어만의 스타일을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바이어 신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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