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바이어 Mar 22. 2019

레터_불안을 조장하기보다 대안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묘비에 남긴 말입니다. 카잔차키스는 생전에 이 묘비명을 실천하려 애쓴 ‘20세기 문학계의 구도자’였습니다. 작품을 통해 신과 제도권 교회에 저항했던 탓에 그의 많은 저서들은 가톨릭 교황청과 그리스 정교회의 금서 목록에 올랐습니다.


신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사후 세계가 그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신에 대한 경외감은 이런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신의 무기고에 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두려움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미래가 암울할수록 종교의 힘이 더 강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신에 대한 두려움이 경외감이라면 미래에 대한 단순한 두려움은 불안이라 부릅니다. 보험은 인간 심리의 저변에 깔린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대부분의 보험상품은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불안 요소’에 대한 대비책입니다.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라이프 플랜’의 저변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대중매체들도 갈등과 함께 불안감에 의지해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객관적, 비판적인 시각이라는 미명하에 갈등을 키우고, 불안을 조장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가끔 보다 고도화된 센세이셔널리즘이라 불러도 될만큼 지나친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만난 후배 기자가 이런 하소연을 하더군요. “선배, 요즘은 ‘까는 기사’만 쓰기 때문에 기자들이 오래 버티질 못해요”라고요. 이런 경향이 지나치면 독자도 기자들도 다 힘들어집니다.

더바이어가 창간 13주년을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더바이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불안을 조장하는 매체는 아니길…, 가능하면 대안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매체가 되길 바라봅니다.


더바이어 신규섭

작가의 이전글 스토리칼럼_두부 집 식구들은 어디로 갔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