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도시락 가능성 확인, 편의점도 일상의 변화 반영해야”
편의점 CU에서 조기구이 도시락을 내놨다. 생조기를 통으로 튀긴 뒤 초간장에 절여 눅눅한 식감과 냄새를 줄이고 감칠맛을 높였다. 정재현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MD는 “편의점 도시락 식재료를 육류에 국한하지 않고, 보다 다양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정재현 MD가 ‘제주참조기정식’을 통해 전하는 편의점 도시락시장의 변화.
“처음 ‘제주참조기정식’을 개발할 시에는 상생의 개념으로 시작했습니다. 참조기가 풍어인데도 코로나19로 납품처가 줄어든 제주 참조기 어가의 물량을 해소해주기 위한 상품개발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수산물 식재료에 대한 가능성을 보게 된 겁니다.”
CU는 이전에도 코로나19로 줄어든 국내산 오리고기 소비를 늘리기 위해 ‘우리오리덕정식’을 출시해 누적 판매량 15만개를 돌파하며, 오리고기 약 40톤을 소비했다. 이번에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로 급식, 식당 등 기존 판매처의 수요가 급감해 냉동 창고에 참조기 수천 톤이 쌓였다. 특히 조기는 비싼 생선이라는 인식 때문에 널리 활용되지도 못하고 있어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섰다.
정재현 BGF리테일 간편식품팀 MD는 지난해 편의점 도시락시장은 신장했다기보다는 2019년 매출을 유지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 및 휴교로 인한 유동인구의 감소와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편의점업계는 이러한 중식시장을 타깃으로 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놨으며, 이런 전개 방식이 매출 방어에 효과가 있었다고 정재현 MD는 전했다.
정 MD는 “최근 편의점 도시락시장은 식사를 해결한다는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긴다는 분위기로 소비가 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산물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상품군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화하기도 힘든 상품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 ‘제주참조기정식’을 통해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선구이 도시락은 각 편의점마다 매년 1~2회 정도 늘 개발되던 품목이지만 인기 있는 품목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숙제처럼 안고 있는 상품군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부활동 감소로 소비자들이 생선구이를 쉽게 접할 수 없게 되자,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생선구이 도시락에 대한 관심도도 올라갔다. 게다가 조기는 비싼 생선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 ‘제주참조기정식’은 생조기를 한 마리 통으로 사용해 가성비도 높였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꽁치, 고등어 등 다양한 생선구이 도시락이 출시됐지만 조기 구이를 활용한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맛도 중요했다. 편의점이라는 불특정 다수가 방문해서 구매하는 채널의 특성상 ‘제주참조기정식’은 대중적인 맛을 살려야 했다. 이에 생선구이의 단점인 비린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 레시피를 적용했다. 생조기를 바로 튀긴 뒤 초간장에 절여내어 조기의 눅눅한 식감과 냄새를 줄이고 감칠맛을 높여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데 초점을 뒀다. 이외에도 반찬으로 특제 양념에 재운 돼지불고기와 깔끔한 맛을 더해줄 봄동나물무침과 건파래무침을 구성했다.
정 MD는 “지역친화적인 도시락은 장점이 많다”며 “우리나라에는 아직 미발굴된 메뉴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정 MD는 간편식품을 개발할 때 타깃층, 트렌드, 가격, 시즌성 등 고려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편의점 도시락은 현재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다. 것은 식문화·식생활의 하나다. 이에 편의점 도시락이 건강과 직결되기도 한다.
“먹거리의 가장 기본인 품질이 좋고, 신뢰도가 확보된 식재료로 만든 제대로 된 식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상품 개발 시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MD는 앞으로 편의점 도시락시장은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콘셉트의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상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의 변화가 아닌, 일상·소비패턴의 변화였다. 도시락시장에도 이러한 패턴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락시장은 아직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기존과 비슷한 상품의 연속이면 성장은 없습니다. 과거에 의존하는 변화가 아닌 신규 콘셉트를 통한 상품의 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변화된 일상에 안성맞춤인 상품으로의 전개가 수반된다면 수산물 식재료의 더 높은 도약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2021년 2월 15일자 더바이어 371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