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닮은 쌉쌀하고 깊은 풍미, 마루 초콜릿
마루 초콜릿(MAROU Chocolate)은 2015년 초콜릿 분야 미슐랭 가이드에 해당하는 살롱 뒤 쇼콜라 파리의 CCC(Club des Croqueurs de Chocolat)에서 ‘다크 초콜릿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1월 20일 방한한 사무엘 마루타 마루 초콜릿 공동 대표를 만나 마루 초콜릿만의 깊은 매력을 들었다.
마루 초콜릿은 매년 100톤의 초콜릿을 생산해 전 세계 20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를 통해 수입된다. 마루 초콜릿은 설립되던 2011년부터 국제 시장의 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카카오를 구매해왔다.
세계적으로 카카오 가격이 하락하던 201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2018년 현재 아프리카 현지에서 거래되는 톤당 카카오 가격인 800~900달러의 5배인 4000달러선에 카카오를 구매한다. 참고로 런던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카카오 가격은 3000달러선이다.
마루 초콜릿은 카카오를 구입할 때 농장주와의 관계, 가격 투명성 등을 가장 중시한다. 사무엘 대표는 “마루 초콜릿의 이런 이념은 선한 일을 위해서가 아닌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말한다.
사무엘 대표는 사업 유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카카오의 품질 유지를 꼽는다. 마루 초콜릿 컨설팅 담당자는 발효, 건조 과정에서 농장주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조언도 하고, 건조기와 기술 자원도 지원한다.
사무엘 대표는 “좋은 품질의 카카오 열매를 얻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술 지원이나 조언보다도 농장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루 초콜릿은 베트남에 있는 20여개의 농장에서 카카오 열매를 구입한다. 현지 농장 방문 횟수는 연 200회 이상이다. 1년에 한 농장을 10번 이상 방문하는 셈이다. 방문 외에도 전화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나눈다.
아울러 마루 초콜릿은 50~70대가 주를 이루는 고령화된 베트남 카카오 농가에서 농업을 제대로 다음 세대에 전수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초콜릿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인 셈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루 초콜릿은 공식적인 공정 거래 레이블을 달지 않는다. 소농들에게 협동조합 구성을 강요하는 등 공정거래 규칙을 강요하지 않기 위해서다.
마루 초콜릿은 2015년부터 매년 4000그루의 카카오나무를 심고 있다. ‘혼농임업(Agroforestry) 프로젝트’도 2015년부터 지속하고 있다. 나무를 베어내 토양을 황폐화하거나 삼림을 파괴하는 캄보디아의 화전 농업 같은 사례를 피하기 위해 숲의 나무들 사이에서 카카 오나무를 농사짓는 그늘 재배를 시도한 것이다. 2015년부터 심은 카카오나무는 2020년경 첫 수확을 한다.
마루 초콜릿은 또한 재생 가능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플라스틱 재료를 포장재에서 전혀 쓰지 않는다. 베트남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음료에 종이빨대만을 제공한다.
사무엘 대표는 공정 거래와 친환경적 농법을 행하는 이유가 사업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건강하고 맛있는 식품을 아무리 많이 팔아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마루 초콜릿이 환경에 신경을 쓰는 이유다.
베트남에서는 트리니타리오 품종을 기본으로 한 10여개의 하이브리드 품종의 카카오를 생산한다. 이들은 토양의 특질, 환경, 생산성, 발효에 따라 고유의 향과 풍미가 있다. 와인처럼 테루아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다만 생산지를 선별하여 품종을 기를 수 있는 와인과 달리 카카오 품종들을 별개의 장소에서 분리해서 재배할 수 없다. 원하는 비율로 품종을 섞어 풍미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사무엘 대표는 “서로 다른 토양을 만나면 카카오 열매의 맛과 향이 세세하게 달라지지만, 같은 농장 안에서 자라도 품종이 섞여 특질이 다르다”며, “카카오 열매의 맛과 풍미는 마치 선물 뽑기 상자 같다“고 말한다. 좋은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카카오 선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