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기자의 차이나 에세이_ 니엔이예판
중국 사람들은 음력 12월 31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배경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한 해를 의미하는 ‘니엔(年)’은 원래 괴수의 이름이었다. 이 괴수는 커다란 뿔을 가졌으며 흉악하고 잔인하기까지 했다. 니엔은 평소에 깊은 잠에 빠져있지만, 섣달 그믐날만 되면 꼭 허기진 배를 채우러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괴수라도 약점은 있기 마련. 이 괴수는 붉은색, 촛불, 폭발음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괴수를 쫓기 위해 매년 섣달 그믐이 되면 집집마다 붉은 색의 대련을 붙였다. 또한 날이 밝을 때까지 불을 켜놓고 밤을 지새웠다.
시대가 변하면서, 몇몇 풍습은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사람들은 음력 12월 31일이 되면 밤을 새며, 한해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한다.
나는 춘절마다 중국친구들과 새해인사와 안부를 묻곤 한다. 한국의 설날과 중국의 춘절이 같아서 이와 같은 안부가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중국 친구들과 화상통화를 했다.
그때, 한 친구가 말했다.
“방금 동전이 들어간 만두를 내가 먹었어, 2016년은 재물운이 좋네.”
만두에 동전을 넣은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이 벌칙이 아니라 좋은 일을 예견한다는 것에 놀랐던 적이 있다.
섣달 그믐날 밤, 중국 사람들은 가족들과 모여 ‘니엔이예판’을 먹는다. 니엔이예판을 먹은 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카드놀이, 마장, 폭죽 터트리기를 하며 밤을 지새운다. 넓고 넓은 중국이다보니 니엔이예판 때 먹는 음식도 다양하다.
북쪽에서는 지아오쯔(饺子)를 니엔이예판 때 빠지지 않고 꼭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떡국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지아오쯔의 지아오(饺)는 ‘교차하다’를 나타내는 지아오(交)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올해와 내년의 교차점인 음력 12월 31일 저녁에 발음이 같은 지아오쯔를 먹는다. 지아오쯔를 먹을 때, 그냥 먹지 않고 지아오쯔 속에 돈, 사탕, 땅콩 등을 넣고 이를 골라먹은 사람에게 새해에 특별한 복이 올 것이라는 놀이도 함께 한다.
중국의 남쪽지방은 니엔이예판에 십여 가지의 요리를 올린다. 두부와 생선은 여기에 반드시 포함된다. 중국어에서 두부의 푸(腐)와 물고기의 위(漁)가 재물이 넉넉함을 뜻하는 푸위(富裕)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남쪽지방 중국인들은 두부와 생선을 꼭 먹는다. 남쪽지방에서는 니엔가오(年糕)라는 떡도 함께 먹는다. 니엔가오는 니엔가오(年高)와 발음이 같아 새해에 발전이 있으리라는 기원을 상징한다.
며칠 전 상하이에 살고 있는 중국 친구와 연락하며 춘절기간 동안 어떻게 지낼지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는 이번 춘절을 위해 벌써 중국 유명 레스토랑을 예약했다고 답했다. “춘절이 되면 지역마다 있는 특별한 요리를 먹어야 되는데, 그 요리를 만드는데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그래서 우리처럼 아예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니엔이예판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최근 니엔이예판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과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레스토랑을 예약해 니엔이예판을 즐기거나 훠궈 등 조리하기 쉬운 음식들로 대체해 니엔이예판을 즐기는 중국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력 12월 31일 중국 내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니엔이예판을 즐기러 온 중국 사람들로 가득할 정도다. 춘절연휴가 되기도 전에 중국 소셜커머스,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는 니엔이예판 맞춤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2017년 1월 1일자 더바이어 272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