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칠레 FTA로 성장한 수입과일, 경쟁력은 친절과 물량
대동유통은 중앙청과 소속 중도매인 업체로 바나나, 오렌지, 파인애플 등 수입과일을 취급한다. 중소형 마트를 중심으로 200여개 업체와 거래하며 연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승용 대동유통 대표에게 수입과일 유통의 노하우를 들었다.
정승용 대동유통 대표는 2000년 국산과일을 주로 취급하던 남도상회에서 근무하며 중도매인 간의 치열한 경쟁을 경험했다. 그 때문에 2002년에 대동유통을 설립하며 주력 품목으로 수입과일을 선택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품목이기에 성장할 여지가 더 많으리라 보았다.
대동유통이 크게 성장한 계기는 2004년에 발효된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이다. 한국·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국·아세안 FTA 등이 발효되며 포도를 비롯한 수입과일의 품목은 다양해지고 가격 경쟁력은 높아졌다. 대동유통이 주로 취급하는 바나나, 오렌지 등도 크게 성장했다. 대동유통의 2002년 바나나 거래량은 일평균 20박스였던 반면 현재는 일평균 3000박스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대동유통의 바나나 연 매출액은 약 150억원이다.
정 대표는 “도매시장은 가격 메리트만큼 인간적인 교류가 크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어들과 단순히 거래 업체로 만나기보다 개인사를 공유하며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 대표는 대동유통이 바이어들에게 인기 있는 비결로 친절을 꼽는다. 바이어들의 근황에 관심을 갖고 친분을 쌓는다. 90% 이상의 거래가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친절, 관심과 같은 인간적인 부분이 일정 부분 거래에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 쌓은 대동유통의 현재 거래 업체는 200여곳이며, 그 중 설립 초기부터 장기거래 중인 업체도 30여곳에 달한다. 정 대표는 장기거래 업체도 잡힌 물고기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관리한다. 물동량이 많아 같은 상품도 할인 금액이 다른 중도매인보다 크다. 2016년 기준 중앙청과의 수입 바나나 반입량은 가락시장 총 반입량의 32.6%, 대동유통의 거래량은 중앙청과의 절반에 달한다.
정 대표는 수입과일은 당도와 가격에서 경쟁력이 크다고 말한다. 일례로 중국 사과와 미국 배 등이 수입된다면 국산과일은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정 대표는 “수입과일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과일은 산지의 상품 선별 과정에서 육안 선별보다 기계 선별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상품의 당도 차이가 적다”며 “앞으로 과일을 수입할 수 있는 국가와 품목은 더욱 많아지고, 소비자 선호도 역시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 대표는 SNS 등 개인 사업자의 온라인 거래는 난점이 많을 것으로 보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 판매업자에게 과일은 어려운 품목이다. 소량으로 판매하기 어려울 뿐더러 대다수가 택배거래고 배송 시간은 오래 걸려 과일이 쉽게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바나나는 시간이 지나면 외양부터 점이 생기는 등 변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른 과일도 유통 과정에서 쉽게 물러진다. 정대표는 과일은 눈으로 먼저 먹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취급하기 가장 알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이 아니라면 그나마 홈쇼핑이 경쟁력이 있다. 홈쇼핑은 상대적으로 대규모 물량을 취급하고, 그 안에서 소량 판매도 가능하며 배송망도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온라인 과일업체가 홈쇼핑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반 대동유통의 주거래업체는 대형마트, 백화점, 외식업체 등이었다. 최근에는 중앙할인마트, 우형마트, 두꺼비마트 등 중소형 할인마트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마진은 대형업체와 거래하는 게 훨씬 좋다. 그러나 지금은 인력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업체는 주말에 납품하거나 선별, 소분 등의 추가 작업이 더 들어간다. 추가 작업을 하려면 HACCP 인증도 필요하다. 이에 인건비 등의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지금은 대동유통이 전문인 중소형 마트 위주로 거래하고 있다. 대형업체와의 거래 가능성은 늘 열어두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더 많다.
정 대표는 앞으로 수입과일 유통에서 바나나를 한 핑거 단위로도 판매하는 일본처럼 소매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편의점, 외식, 온라인 업체 등 소분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산과일에서 중도매인이 빠지고 산지 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수입과일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앞으로 벤더로서의 중도매인의 역할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에 따르면 앞으로 중도매인은 소분 작업을 해 납품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유통업체에서 소분하고 있지만 중도매인들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접 소분하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2018년 4월 15일자 더바이어 303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