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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Jun 03. 2020

인스타그램에 지배 당하는 삶

가상은 현실이다




인스타그램에 지배 당하는 삶


사진은 나의 디지털 아바타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사진'현대의 '사진'이 같은 단어를 쓰고 있을 뿐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사진은 더 이상 서랍속에서 바래가는 인화지 조각이 아니며, 영원히 지속되는 디지털 세계 속에서 호흡하는 나 자체다.


오늘날 인간의 사진, 즉 사본-인간은 육체 자체보다 더 자주 더 많이 타인과 접촉한다.

그뿐 만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사진을 '더욱 진정한 나' 자신으로 믿는다. 


현대인이 사진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진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사진이 원본인 자신보다 더 중요한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본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의 존재를 자각하고 정체를 파악한다. 현대인은 사진이다.


사진이 된 인간에게 인스타그램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단지 사진 공유 서비스가 아니다.


현대인 스스로가 진짜라고 믿고, 남들도 진짜라 믿게 만드는, '진짜 자아'가 살아숨쉬고 실현되는 공간이다.


즉 인스타그램은 현실보다 더 강력한 리얼리티를 갖는 가상현실이다. 

그곳에서 유통되는 우리의 이미지 사본은 현실을 지배하는 새로운 현실을 구성하며,  TV가 만들어내는 가상현실보다 더욱 강력하다.


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인스타그램은 다양한 촉수로 현실을 빨아들인다. 

뉴스피드(과거의 나), 스토리(오늘의 나), 라이브 스트리밍(지금 이순간의 나)으로 인간의 모습을 가상세계에 정교하게 붙여넣는다. 


나아가 인스타그램은 인간으로부터 획득한 수억장의 사본 이미지를 빨아들이고 다시 순위를 매겨 뱉어내면서, 사본 이미지 간의 관계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현실을 제어하는 새로운 가상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누가, 무엇이, 어떤 행동과 태도가 오늘날 '좋아요'를 받는지 또는 못받는지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순위가 매겨진 사본을 보며 우리는 우월감과 열등감, 동질감 등을 느끼며 가상의 질서를 따르게 된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을 다른 소셜미디어와 다르게 깊고 은밀하게 의식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그것은 사본의 세계일 뿐이지만 실재가 재구성된 또 다른 현실이다.



< 출처 : 가상은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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