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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Mar 23. 2017

# 34. 주식대가들의 투자법 - 필립피셔 편




세계적인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 그에게도 2명의 스승이 있었다. 한 사람은 가치투자 이론을 만든 벤저민 그레이엄으로 워렌 버핏이 컬럼비아대학 다닐 때 교수와 학생의 관계로 만났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전설적인 투자자로 손꼽히며 1950년대에 처음으로 '성장주(growth stocks)'라는 개념을 제시한 필립 피셔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주식투자 명저로 손꼽히는『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을 읽은 워렌 버핏이 단숨에 피셔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도대체 필립 피셔의 투자철학이 어떠하였기에 워렌 버핏이 책을 읽자마자 그를 만나러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던 것일까?








필립 피셔는 『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 『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등 다양한 책을 우리에게 남겼고, 우리는 그가 남긴 책을 통해 그의 주식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의 투자철학은 과연 어떠하였기에 워렌 버핏을 움직이게 하였을까?



 



(1)  경쟁 업체에서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 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필립 피셔는 기업의 질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투자자이다. 질적인 가치라는 것은 자산이나 부채, 수익률과 같이 수치로 나타내어지는 기업의 상태가 아니라 경쟁 기업에 비해 얼마나 비교우위가 있으며, 그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전략 등과 같은 기업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가 기업의 가치를 숫자로 분석하여 가치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가격과 비교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필립 피셔의 투자법은 그러한 수치보다는 '성장성'과 같은 기업이 가진 잠재력, 비교우위 등을 보고 투자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유를 생산하는 기업 A가 있었다. 다른 우유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높은 출산율을 바탕으로 고공성장을 거듭하던 기업 A는 최근 저출산 이라는 위기에 부딪치며 성장이 정체되고 있었다. 우유를 많이 먹는 어린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니 우유 판매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기업 A 뿐만 아니라 우유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닥친 공동의 문제였다. 그러자 기업 A는 발빠르게 시장상황을 파악하고 우유를 바탕으로 진출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유가 많이 들어가는 커피시장과 아이스크림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하였다. 우유업계에서는 가장 빠르게 내린 결정이었다. 우유를 생산하는 다른 기업들은 여전히 점점 작아지는 우유 시장에서 마케팅 비용만 늘려가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반면 기업 A는 빠르게 성장하는 디저트 시장을 발견하고, 1등급 우유를 바탕으로 만든 고급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여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 하였다.


필립 피셔는 A와 같은 기업에 투자하였다. 기업의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고, 신제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뛰어난 경영진이 운영하는 회사를 찾아서 투자하였다. 그리고 그 기업의 성장이 지속되는 기간동안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면서 수익을 극대화 하였다.


 





(2)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지말고,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포트폴리오'라는 단어일 것이다. 포트폴리오라는 말이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뭐 대충 여러 종목에 돈을 분산시켜서 위험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라고는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종목이 오를지 내릴지, 내일 갑자기 어떤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주식시장 인지라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산업별로, 종목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투자한 하나의 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내 돈을 모두 잃을 일은 없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을 여러 기업에 투자하여 위험을 분산하는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필립 피셔는 이러한 투자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필립 피셔는 역사적으로 보면 최고의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은 산업 평균보다 높게 성장한 소수의 기업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수의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수의 우수한 기업을 찾아서 집중투자 할 것을 권했다. 한마디로 계란을 깨뜨릴까봐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나눠담는 것이 아니라,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바구니를 하나 골라서 그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으라는 말이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1000만원을 가지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단 우리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기업 20개를 골라서 이 20개 중에서 투자할 기업을 최종적으로 고르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고른 기업은 20개 중에서 10개가 될 수도 있고, 5개가 될수도 있고, 3개 혹은 1개가 될 수도 있다. 다시말해 당신은 20개 기업에 나눠서 투자를 할수도 있고, 1개의 기업에 모든 돈을 투자할 수도 있다. 당신은 몇개의 기업에 투자를 할 것인가? 아마 사람마다 갯수가 모두 다를 것이다. 10개도 있을 것이고 5개도 있을 것이다. 20개도 있고 1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개의 기업 중에서 당신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기업을 평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기준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의 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의 갯수는 몇개라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세운 기준이 명확하고, 그 기준에 맞춰 기업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만 있다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은 당연히 1개 혹은 2개, 많아도 5개가 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20개의 기업중에서 10개가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그것은 평가기준이 애매하거나 기업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필립 피셔가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우리가 기업을 정확하게 분석한다면 산업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소수의 기업을 찾아서 그 기업에 집중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괜찮아 보이는 여러개의 기업에 분산해서 투자해서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3) 최고의 기업을 찾았으면, 이때까지 보유해라






뛰어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 그 잠재력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최고의 기업을 찾았다면, 그 기업의 주식을 사면된다. 그러면 그렇게 산 주식을 언제까지 보유하면 되는 것일까? 필립 피셔는 그런 기업을 찾는다면 평생동안 주식을 파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2가지 경우가 나타나면 주식을 매도하라고 이야기하였다.






1. 최고 경영진의 교체와 같이 기업 본질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을 경우




필립 피셔는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데 있어 생산, 마케팅, 연구개발, 재무 역량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검토했지만 특히 인적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생산이든 마케팅이든 연구개발이든 재무 역량이든 간에 뛰어난 인적요소가 있어야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최고 경영진 교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매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 더이상 경제 전체의 성장률보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없는 경우




모든 만물에는 흥망성쇠가 있다. 기업이 속한 업종에도, 그 업종에 속한 기업에도 흥망성쇠가 있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기업이 업종의 사이클이든, 개별 기업의 문제이든 더이상 그 성장세가 경제 전체의 성장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필립피셔는 주식을 매도해야할 시점으로 보았다. 이러한 성장률의 정체는 다양한 이유로 찾아오는데, 기업이 갑작스럽게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진의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 생길 수도 있고, 갑작스러운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성장률이 정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정말로 매력적이고 위대한 기업이 '단기적'인 사유로 인해서 성장률이 정체되는 경우라면 절대 팔아서는 안된다. 단기적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낸다면 다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계속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것이다.










워렌버핏은 자신의 투자지식이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85%, 필립 피셔로부터 15%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바 있다. 가치투자를 중시하는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는 기업의 계량적 가치, 다시말해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주가와 비교하는 법을 배웠고, 필립 피셔로부터는 기업의 질적 가치를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 사실 주식투자를 하는데 있어 기업의 계량적 가치로부터 주가를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회계사들이 주식투자로 큰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워렌 버핏도 회계사가 아니 뿐더러, 우리나라에서 주식투자로 손꼽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은 주식투자가 단순히 숫자로 계산하고 판단하여 될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그런 측면에서 필립 피셔는 기업의 질적 가치를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성공적인 성과를 일궈내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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