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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Aug 01. 2021

육아웹툰 작가가 이야기하는 육아 이야기

오영경 (이루미맘) 작가




Q. 자기 소개

안녕하세요. 이루미맘이라는 필명으로 육아툰을 그리고 있는 오영경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는 과정이나, 아이와 함께 하는 단짠단짠 (달달하고 짠내나는) 일상을 주로 그렸는데 이런 육아툰도 벌써 6~7년째 되어가네요. 아들내미는 벌써 8살이 되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요. (이제는 육아툰이 아니라 초등툰을 그려야할거 같아요 :) 

작년에는 그동안 그려왔던 육아툰을 모아서 ‘육아가 美치도록 싫은 날’이라는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책 제목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하자면, 처음에는 책 제목이 센거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미’ 자는 사실 아름다울 미 ’美’ 자로 썼어요. 아이와 하루종일 함께 하다보면 미치도록 힘든데, 반면에 아이를 보면 또 엄청 이뿌기도 하죠. 아마 아이가 너무 이뻐서, 육아가 힘든게 아닌가? 라는 아이러니한 뜻을 담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Q. 아이 키우는 걸 소재로 웹툰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공이 디지털 컨텐츠 (웹디자인, 게임, 영상, 애니메이션 등) 였는데 덕분에 과제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접했던거 같아요. 원래 꿈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고 싶다. 였어요. 졸업 과제로 웹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긴 했지만 혼자서 하기에 작업 과정이 쉽지 않았고, 졸업할 때 즈음에 사실 포기했었죠. 인터넷에 올려진 웹툰을 보고 기회가 되면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러다 아이 낳고 육아 웹툰으로 그리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죠. 지금은 엄마이기 이전에 육아 웹툰 작업이 저라는 존재를 있게 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Q. 원래 그림을 잘 그리셨나요? 

중학교 입학하고 첫 미술 시간에 기억나는게 있는데, 파스텔로 자화상을 그리는 거였어요. 파스텔이 분필 같지만 문질렀을 때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이걸로 기본 색상을 깔고 약간씩 힘을 주어 명암을 넣으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기분이 묘하면서 좋더라고요. 그때 완성한 그림을 미술 선생님이 들고 가시면서 다른반에 수업하실 때 전시해두었는데 나름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그때였던거 같아요. 사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잘 그리구나~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초등학교 때까지 스스로가 잘 그린다는 생각은 못해봤었거든요. 하지만 그 경험 이후로 중학교 와서 스스로 그린 그림에 대해서 만족했던거 같아요.



Q. 사실 육아 하나만 하기에도 삶이 굉장히 바쁘고 지칠거 같은데, 웹툰까지 그리려면 몸이 2개라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이걸 다 해내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노하우가 있으면 좋겠지만 ^^ 사실 노하우라기 보다 간절하면 하게 된다! 인거 같아요. 물론 전공이어서 하게 된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아이가 자라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에 가게 되면, 그나마 엄마의 시간이 나서 지금처럼 아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겠지만, 어린이집 가기 전에 어린 아이를 키우는 시간만큼은 (이때의 시간를 혹자는 독박 육아라고도 부르지요) 정말 엄마만의 시간이 간절하니까 그렸던거 같아요. 

하루종일 어린 아들과 함께 하다 보면 엄마이기 이전에 내가 누군지 잊을 때가 많아요. 아들을 재우고 내가 육아만 하려고 엄마가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고, 육아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이러다 내가 죽겠다(?) 싶어서 아들이 자기만을 기다렸다가 그림을 그렸던거 같아요. 





Q. 육아라는 주제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뭐 저런 것을 누가 볼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너무 일상적인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 짐작하셨나요?


처음에 육아 에피소드를 그릴 때, 제가 겪은 이야기나 느낀점들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나중에 네이버 부모i에 소개가 되면서 댓글들을 읽어보니 ‘이건 딱 내 이야기다’ 라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에게는 평범한 육아 일기였는데,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거 같아요. 그러고보니 소재를 찾을 때 육아맘 카페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들을 읽어보면 저도 다 공감되는 이야기들이어서, 제가 육아툰을 그릴 때 경험담을 엮어서 에피소드를 그릴 때 참고가 되기도 해요. 뭐 사람 사는 세상 다 비슷하구나 덕분에 육아도 마찬가지겠죠~라고요 ^^







Q. 웹툰을 그리실 때 소재라든가 내용들을 어떻게 기획을 하시나요? 

주로 아들과 있었던 일화들을 엮어서 소재로 만드는데 이마저 다 그리지 못해서 요즘은 메모장에 쌓여가네요. 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적고, 그걸 연필로 스케치해서 펜선 따고, 마카로 채색, 이렇게 완성한 이미지를 스캔 받아 포토샵에서 편집한 후에 올리고 있어요. 그나저나 메모장에 쌓여가는 에피소드를 빨리 풀어내야 하는데,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다 보니 유치원때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져서 중간에 점심 먹고 하교 준비해야 하니까 작업 시간이 애매해지더군요. 이마저 지나가리라~ 뭐 언젠가는 적응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네요 :) 




Q. 웹툰을 그려서 발행하실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다면요? 

역시 중간에 작업의 흐름이 끊기는 거요. 아들 하교 시간이 짧다 보니 중간에 외출 준비하느라 흐름이 끊기는데 기분이 딱! 그 느낌이죠! (급하게 화장실 갔다가 중간에 끊어지는 느낌이네요 ㅡ.ㅡ) 이미 육아하면서 오랜 시간 경험했는데도 (아들이 어리니까 중간에 엄마 부르면 달려오고, 기저귀 갈아줄 때 달려가고, 엄마 놀아줘 하면 달려가고. 엉엉 울면 달려가고, 밥 달라 하면 또 달려가고 이때는 엄마의 낮시간이 거의 없지요) 하교 시간이 다가오면 빨리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마음만 초조하고, 중간에 끝내기가 참 아쉬워요. 덕분에 잠깐 홀드시키고, 외출할 때 작업할 것을 가지고 나가요. 아들을 기다리면서 잠깐 커피숍에서 완성하거나 하죠. 아직은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 손을 거쳐야하기에 당연히 엄마로서 해줘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Q. 요즘은 결혼한다고 아이를 모두 가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결혼할 때부터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육아 웹툰을 그려서 결혼전에도 육아에 관심이 많을 거라 추측하셨겠지만, 그런 생각을 한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내가 엄마가 된다고? 이게 낯설게 느껴질 만큼 그때는 육아에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후회는 되는게, 어짜피 아이를 낳아서 키운 김에 그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 아이 때문에 혼자서 아옹다옹 하지 않고, 약간의 여유는 가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초딩1 학년 아들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아이 낳고 키우기 잘했다 비록 육아 하면서 참을 인!!! 외칠만큼 고될 때도 많지만, 웃는 아들냄 모습 보면 이쁘고 사랑스럽다 많이 느껴지네요. 




Q. 결혼 전과 결혼 후, 아이가 생기기 전과 아이가 생긴 후의 삶에 변화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예전에 웹툰으로 담아둔게 있었는데 '육아맘에게 필요한 것' 에서 세개의 단어가 나오거든요. (참고 링크: https://blog.naver.com/oyk0303/222125608936) 그 중에 삶의 변화를 단어로 꼽자면 바로 '잠'이랑 엄마의 시간에 대한 '자유' 인거 같아요. 평소에 잠이 많아서 피곤할 때 점심까지 푹 자기도 했는데, 아이가 어릴 때는 잠을 못자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커서 잠에 대한 부분은 좀 나은데, 지금도 간절하다면 간절한게 저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자유! 결혼 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일 끝나고 여가 생활을 즐기거나 저만의 자유 활동을 한다는 것이 당연했던거 같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만 찾는 어린 아들에게 온종일 신경쓰느라 엄마만의 시간이 없다는 점! 나만의 자유 시간이 없다는게 가장 힘들었던거 같아요. 아이가 커서 어느정도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나마 엄마의 여유 시간이 난다고 하지만, 현재 초등1학년인 아들의 하교 시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완전히 제 여가 생활에 자유롭지는 못한거 같고요. 아이가 좀더 커서 엄마 손을 벗어 나게 되면, 육아웹툰 뿐만 아니라 예전에 하고 싶었던 동화책이나 웹 애니메이션도 간단하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Q. 웹툰의 내용 중에, 아이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그렇게 엄마라는 존재도 함께 탄생한다는 구절이 인상깊었는데요. 엄마로서 탄생하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아이를 낳으면 아이가 엄청 사랑스럽고 이뻐서 모성애가 저절로 생기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막상 태어난 아이를 보니 출산하느라 힘들기도 하고 아무 생각이 안들더군요. 아~ 내가 아이를 낳았구나 뭐 이런 생각! 물론 아이가 태어났으니 엄마로서 새롭게 태어난 것은 맞는데, 마음가짐은 바로 준비가 되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조리원을 나와서 아이를 직접 키워보니 모성애도 조금씩 자라는 구나 느꼈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아이가 절 보며 방긋방긋 웃어줄 때, 아이를 잠시 신랑에게 맡기고 콧바람 씌러 나가면서도, 핸드폰에 있는 아이 사진 보며 웃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나도 한 아이의 엄마구나 생각했던거 같아요. 




Q. 아이가 태어나고 삶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아까 위의 질문과 비슷한데,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엄마의 시간에 대한 자유가 없다는 점!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 달라진 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아이를 키우다보니 철이 드는거 같습니다 :) 가끔 저보다 한살 어린 동생도 언니가 예전보다 철이 많이 들었다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20살이 되서 법적 나이로 성인이 되는 것도 있지만, 엄마가 되어서 한 아이를 키운다는게 다른 의미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책에서도 나오지만 욜로 (Y.O.L.O) 라이프에서 볼로 (B.O.L.O) 라이프 (아이가 인생의 기회를 열다) 로 바뀌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2배 인생을 살다 보니 예전보다는 부지런해지는 거 같고,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Q.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신기했던 장면? 기억이 있을까요?

아이가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게 가장 신기한거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서 걷기 시작하고 엄마~라고 말하고, 아이가 처음으로 저를 그려준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하얀 종이에 고사리 손으로 크레파스를 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 얼굴 모양에 눈도 있고, 아이가 이건 엄마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직접 그려준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웹툰을 보니까 3살이 되면 반항기가 시작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반항을 하는 건가요?

A. 아이가 어릴 때는 온종일 엄마 손길이 가서 엄마가 하는대로 따라가지만, 3살이 되면서 말이 트이거든요. 그때 엄마에게 싫어~ 안해~ 하지마!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요. 근데 엄마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그걸 신기해하는 엄마도 있고, 어떤 엄마는 이때까지 순둥이라 생각했던 아이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조금은 충격을 받기도 하더군요.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 전까지 3살 육아때는 엄마가 육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라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당연히 거쳐야하는 과정이기에 저는 그걸 웹툰에서는 반항기로 표현했고요. 그때는 육아 스트레스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에게 순둥이였던 아이가 그런 반항어를 쓴다는게 귀엽기도 하고, 아이가 그만큼 컸구나 생각하면 될거 같아요. 






Q. 3살 전까지 초보맘들이 갖추어야할 스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쉬어가는 페이지에 ‘3살 전까지 엄마가 갖추어야 할 스킬’ 이라는 코너가 있어요. 아이 개월수에 따라 엄마가 갖추어야할 스킬(능력)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는데요. 2~4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해야하는 신생아 시절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을 ‘최강 정신력’이라 생각하고요. 사실 초보맘 시절에는 밤에 잠을 푹 못자서 힘들어요. 그러다 아이가 백일이 지나면 ‘백일의 기적’ 아니면 ‘기절’이라는 시기가 오죠. 말그대로 아이가 밤에 잠을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수유를 하면 엄마에게는 ‘백일의 기적’ 이때 밤에 그나마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백일의 기절’ 이면 아이의 패턴대로 계속 밤에 깨서 수유를 하게 되는데 (엄마들에게 이 시기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 수 있어요.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야 할거예요)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6개월이 되면 수유 타임이 잡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돌이 되기 전에 서서히 기어다닐 때부터 흔히 엄마들이 말하는 저지레 짓을 시작하는데요. 엄마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아이가 조용해서 가보면 휴지를 뽑고 있거나, 엄마가 자주 만지는 물건을 던지고, 뒤지기도 해요. 육아툰에서는 엄마 눈이 뒤에 달린 어안(물고기 눈) 스킬로 아이의 저지레 짓을 캐치해낸다 라고 표현해보았고요. 그리고 돌이 지나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또 다른 헬육아의 시작인데 이때 엄마의 체력을 키워두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걷고 뛴다는 것에 본인들이 굉장히 업되고 좋아해요. 그래서 이때 아이들은 앞뒤 안가리고 돌진합니다. 저도 에너자이저 아들냄 쫓아다니느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부분이고요. (초등학교 입학했는데도 지금도 7년째 쫓아다니고 있네요) 

24개월 한국 나이로 3살이 되면 말이 점점 트이기 시작하면서, 아까 이야기한 반항기가 찾아오는데요. 물론 아이의 자아가 자란 만큼 엄마에게 분명한 의사 전달이겠지만, 그동안 순둥이일거라 생각했던 아이가 안돼~하지마~싫어 하면서 떼를 점점쓰는 거죠. 떼의 강도도 아이마다 다른데 심한 경우에는 드러 누워서 고함을 질러대니, 엄마에게는 육아의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저건 진정한 락 샤우팅이다’ , ‘엄마의 내적 평화는 필수’ 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저런 순간이 오면 정말 미치죠. 아이를 다그치고 혼낼 수도 없고 (아이마다 더 크게 고함 지르고 악을 쓰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 그냥 소리지르는대로 놔두네요. (이것도 집에서나 가능하지, 밖에 나가서 그러면 떼쓰는 아이를 붙잡아 안아서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러다 본인이 지치면 알아서 엄마에게 오는데, 그때까지 엄마의 감정을 유지하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아이가 떼를 써도 전혀 동요를 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엄마라면 정말 육아 만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분은 정말 도 닦으신 거죠.) 근데 이런 반항기가 아이가 자라도, 다른 방법으로 수시로 찾아온다는 거네요. (미운 네살, 미친(?) 다섯살, 죽이고 싶은 일곱살 등 이런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닌거죠.) 알다시피 사춘기때 들어서야 거의 최고조를 찍고요. 아이가 어느정도 말을 잘하게 되면, 이제는 떼가 아니라 엄마랑 말로 배틀을 하는 시기가 오는데, 저희 아들 보면 머리가 자랐다고 엄마에게 꼬박꼬박 말대답하고, 꽤 지능적으로 그럴싸하게 둘러대는거 같네요. 






Q.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 자신이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한단어로 꼽지만 ‘기다림’ 이란 단어를 배우는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성격이 급한 편이라, 일을 할 때도 한번에 몰아서 처리해야 마음이 편해요. 하지만 지금은 아이 하원 시간에 맞추어 작업 시간을 조정하거나, 아이 일정에 거의 맞추는 편이죠. 덕분에 처음에는 한참 필(feel) 받은 작업을 중간에 끊으려니 속상하기도 한데, 이제는 뭐 천천히 하다 보면 완성되겠지~ 예전의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기다리는 거죠. 그러고보면 육아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처음에는 못한다 안된다 라며 울고 불고 하다보면 옆에서 바라보는 엄마 마음은 진짜 속상하지만, 뭐 아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처음에는 안된다고 하던 아이가 몇 달이 지나니 꽤 능숙하게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이도 나도 성장하는 구나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Q. 책에 보면 재미있는 상상이 있는데요. 수능에 육아과목을 넣으면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요?

중고등학교때 가정, 가사 시간이 있었지만 수능에 거의 나오지 않으니, 학교 기말 고사 대비용으로 지식만 습득했던거 같아요. 실습도 그냥 체험용으로 잠깐 하다 말고, 말 그대로 육아를 글로 배운거죠. 이마저 수능 끝나고 성년이 되니 거의 기억도 안나고요. 출산하고 육아를 본격적으로 하다 보니 아는게 없어서 부랴부랴 육아서를 읽고, 밤마다 맘카페 들어가서 우리 아이는 왜 그런지 아이가 아프거나 떼쓸때 마다 정독하며 찾아봤었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창 시절에 수학, 과학, 국어 등만 열심히 팠는데 막상 아이를 키우고보니 아이가 어릴 때는 거의 쓸일이 없더군요. (그나마 초등학교 가면 아이가 국어 수학 과목에 대해 물어볼 때, 조금은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봐요) 진짜 수능 시험에 육아 과목이 있었으면 지금보다 정독해서 배우지 않을까? 그래도 이론적으로는 조금은 나았겠죠. 지금처럼 급하게 육아 지식을 습득할 일은 없었을테니까. 근데 실제로 육아해보니 우리 아이가 이론서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ㅎㅎ 물론 아이 마다 성향이 각자 다르니 이건 어쩔수 없는 부분인거 같아요. 실제로 유치원 선생님도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온 걸 보면, 내 아이를 실제 키우는 육아는 참 쉽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Q. 아이를 아예 안낳거나 하나 정도만 낳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매년 출산율을 봐도 알 수가 있지만 한가구당 아이를 한명 낳을까 말까 하는 수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아이 낳아서 키우기가 힘들다는 인식이 있는거 같아요. 저같은 경우도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생기면 낳고, 아니면 딩크족으로 살자는 생각도 잠깐은 해봤거든요. 실제로 한아이를 키우는 외동맘의 입장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엄마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하고, 엄마가 감당해야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거 같습니다. 사실 저는 프리랜서 맘으로 육아웹툰을 그리고 있는데, 그나마 아이 하원 하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데리고 오거나, 만일 아이가 아플 때나 원격 수업에 맞추어 작업 시간을 조정할 수는 있어요.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의 경우 아이를 봐주는 조부모나 돌봄 시설이 없을 경우, 퇴근 시간에 맞추어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킹맘들은 회사에서도 일하고, 이제 집으로 육아 출근을 하는 거죠. 덕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게 되면 꾸준히 일을 해야 한다는 조건하에서, 더이상 아이를 낳고 키운 다는 생각을 못하게 되는거 같아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워킹맘들 중에 외동들이 눈에 띄고, 실제 제 주위에도 외동이 많은거 같기도 하고요. 덕분에 다둥이맘들 진짜 존경스럽네요! 










Q. 독박육아 라는 말이 유행이더라고요. 아빠들은 어떻게 육아를 돕나요? (유형)

책에서 이미 아빠의 육아 유형 네가지를 적어두었죠. 잔소리 시어머니형, 의욕만 충만형, 무관심형 (이게 제일 엄마들 사이에 분노 유발이죠) 슈퍼 대디형으로 분류해두었는데, 사실 독박 육아와 약간의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떼파파’ 라는 말이 있어요. 인터넷에 찾아보니 한 손엔 커피를, 다른 한 손엔 유모차 손잡이를 잡은 아빠를 가리키는 말로,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의미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제 주위에도 유모차를 밀고, 아기띠를 하고 다니는 아빠를 많이 보기는 합니다. 요즘 20-30세대 아빠들은 예전보다 그나마 육아 참여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독박육아’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아빠가 늦게 회사에 퇴근하거나, 일이 바쁘기라도 하면 온종일 엄마 혼자 봐야 해서 나오는 용어인거 같습니다. 예전과 다르게 핵가족 시대라 (조부모가 함께 모여 살던 시절에는 온가족이 아이를 돌본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아빠 회사로 인하여 집이 친정이나 시댁에서 떨어져 사는 경우에, 주위에 친구도 없고 아무래도 혼자서 아이를 돌볼 수 밖에 없어요. 사실 퇴근하고 와서 아빠가 잠깐 저녁에 아이를 봐주면 그나마 엄마도 저녁 준비하면서 약간의 숨통이 트이거든요. 하지만 아빠들도 일에 치이고, 늦게서야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면 아이를 잠깐이라도 돌본다는게 쉽지 않아요. 아빠들에게 육아 휴직이 자유롭지 않은 사회 구조라서, 육아는 서로가 함께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현실은 그게 쉽지 않은 거죠. 뭐 주중은 회사 때문에 힘들더라도, 주말에는 부부가 같이 육아를 담당한다면 다행인데, 막상 제 주위를 보면 그렇지 않은 아빠들이 꽤 있나봐요. 아이를 돌봐주고 함께 노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빠들이 있기는 해요. 
뭐 아빠들 마다 성향이 다르고 육아라는게 익숙지 않아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가끔 TV에 등장하는 만능 육아맨은 아니더라도 (아이를 케어하는데 뛰어난 육아빠는 제가 책에서 천연 기념물이라 칭할 정도로 귀하죠) 이제 아빠가 되었으니 어느정도 공동으로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는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웹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의미가 있으시다면요?

처음에 SNS 에 육아툰을 올렸을 때는 아이와 함께한 단짠단짠 일화들, 그리고 육아하면서 느낀 점들을 솔직하게 공유해보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생각외로 같은 생각을 하는 육아맘 동지들이 많더라고요. 아 사람 사는 세상 다 비슷하구나 당연히 육아도 마찬가지겠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정도 아이를 키워보니 이제는 육아가 단지 부모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겠지만, 육아는 기를 육, 아이 아 <아이를 기른다>는 용어를 넘어서 기를 육, 나 아 <나인 엄마를 성장시킬 수 있다> 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기도 해요. 가끔 어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자식 때문에 희생했다. 저는 이제서야 이런 생각을 해보지만, 육아는 단지 부모의 ‘희생’ 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공생’ 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요. 물론 아이가 어릴 때는 어느정도 부모가 희생하는 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가 커 가면서 엄마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 마라톤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너무 아이만 바라보면 나중에 아이가 자라서 엄마 인생은 없어요. 갱년기가 되어서 다 자란 아이를 바라보며 허한 감정을 느끼고, 아이 인생이 결국 엄마 인생이 되면, 엄마는 아이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독립을 해야 하는 아이와 갈등을 겪게 되겠죠. 저는 엄마들이 자신의 취미나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와 다른 엄마만의 인생을 위해서 가되, 단지 지금은 아이와 함께 한배를 타고 장기간의 마라톤을 함께 나간다고 생각하는 거죠. 덕분에 요즘은 엄마이기 이전에 나 자신을 생각해보고, 나를 찾아가는 웹툰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좀더 여유가 날 때, 다음 두번째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오영경 작가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다면, 인터뷰 영상을 보세요!

육아웹툰을 그리는 엄마 웹툰작가 이야기 I 오영경 1부
아이가 처음으로 그린 엄마 얼굴, 그 그림을 본 엄마의 반응 I 오영경 2부
육아웹툰 작가가 말하는 육아법 I 오영경 3부




▶ 브런치작가 @이루미맘 웹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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