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스포티파이, 클럽하우스 같은 앞서 나가고 있는 플랫폼들이 있지만 아직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진 못한 것 같고, 국내에서도 네이버 오디오클립, 카카오 음, 팟빵 등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시장의 성장성에 비추어 봤을 때 새로운 기업들과 서비스가 탄생될 부분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 말은 들은 내가 '지금 다 유튜브를 보고 있고 유튜브에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인데 누가 오디오를 듣냐'라고 묻자 그는 하나의 장표를 보여주었다. 그 장표에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담겨있었다.
조용히 성장하고 있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
그가 보여준 도표에는 '유튜브 시대에 누가 오디오를 듣느냐'는 질문이 무색하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연 10% 이상 상승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성장한다는 메시지를 내게 던지고 있었다. '내 주위에서는 오디오를 듣는 사람이 잘 없는데, 언제 누가 이렇게나 많이 듣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2년 전쯤 A사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모아놓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디오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수요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그래서 크리에이터분들을 모시고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이 A사 담당자의 말이었다. 그는 실제로 '김기사'와 같은 내비게이션 서비스에 자사의 오디오 콘텐츠들이 바로 연결되어서 콘텐츠가 소비된다고 덧붙였다. 또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서 만든 AI스피커에도 자사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제휴되어 듣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신기했다. 영상의 시대에 오디오는 이제 사라져 가는 낡은 콘텐츠 매체인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었다.
영상과 오디오, 똑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다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생각해보니 영상과 오디오는 같아 보이면서도 성격이 전혀 다른 콘텐츠였다. 우리가 영상이나 글, 이미지를 소비할 때는 온전히 집중해서 그 콘텐츠를 소비해야만 한다. 하지만 오디오는 달랐다. 오디오는 틀어놓고 글을 읽는다든지, 이미지를 본다든지 하는 무언가를 동시에 하는 것이 가능했다.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인 것이다. 이 이야기는 스마트폰 시대, 오디오는 더 이상 낡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아주 탁월한 매체였다. 반드시 보아야 소비되는 영상은 태생적으로 할 수 없는 오디오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오디오가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앞으로 스마트 카 시대가 열리고 AI스피커들이 더 보급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장에 지금 딱히 떠오르는 지배적인 사업자가 없다? 분명히 해볼 만한 비즈니스였다.
지금 오디오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나를 미팅한 대표는 지금 오디오 플랫폼 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오디오 콘텐츠가 크게 4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다. 음악, 팟캐스트, 실시간 라디오, 오디오북이 그것인데 이 중에서 아마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콘텐츠는 음악. 스포티파이도 음악 서비스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멜론이나 지니 같은 서비스가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유명인들이 사용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클럽하우스가 실시간 라디오, 팟캐스트에 속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 음이 클럽하우스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고 팟빵, 네이버 오디오 클립 등이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오디오북은 유튜브에서도 낭독하는 콘텐츠들이 꾸준히 생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고 전자책 서비스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디오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각각 다르게만 보였던 콘텐츠 기업들 간의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이 팟캐스트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나 오디오북 서비스를 하는 기업을 인수 합병하거나 제휴를 하는 등 하나의 시장으로 합쳐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제작 스튜디오 및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고, 애플은 팟캐스트 스타트업 Scout FM을 인수했다. 아마존 뮤직 역시 팟캐스트 업체 Wondery를 약 3억 달러에 인수해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콘텐츠 공룡이라 불리는 넷플릭스 마저도 최근 구독자 대상으로 Audio Only 모드를 제공해 화면을 끄고 재생이 가능한 사실상의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영상시장에만 눈길을 두고 있을 때 오디오 시장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영상보다는 시장이 작을지는 몰라도 앞으로 오디오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사업자들은 은밀하게 그리고 발 빠르게 계획들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키워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오디오 시장을 지배할 것이고 그 기업은 어마어마한 가치를 부여받으면서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바꿔나갈 것이다.
오디오 콘텐츠 & 플랫폼 비즈니스를 해보려는 대표의 생각을 알게 되자 나 역시 이 오디오 시장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미 오디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팟빵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시장에서 뭔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보려는 스타트업에서 한번 여러 가지 일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오디오 시장에서 우리는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