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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Dec 17. 2017

우리나라 명문대생에게 주어지는 6가지 선택지

6가지의 선택지는 정답이 될 수 있을까?

* 이글은 문과 대학 졸업생의 시선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이야기를 정리해서 글로 정리해서 올린 것입니다.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명문대학교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진로는 크게 6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대기업, 전문직, 고시, 공무원, 공기업, 유학. 극히 소수만이 선택하는 이례적인 선택을 제외하고는 보통 이 6가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누군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고민한 끝에 결정하는 진로는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6개의 선택지는 마치 객관식 시험처럼 ‘자신의 진로로 가장 적절한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과 같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입시시험까지 모두 객관식으로 답을 찾는 시험이다보니 객관식에 익숙해져버린 것은 모르겠지만 자신의 진로마저 주어진 보기에서 고르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주관식이나 서술형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서술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보기 6개중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만 할뿐, 보기 외에 답을 쓸 생각은 하지 못한다. 간혹 극소수의 학생들이 6가지 주어진 보기 외에 ‘창업’과 같은 주관식 답을 쓰기도하지만 그런 답을 쓰는 학생을 보는 대다수 학생들의 시선은 그 답을 오답 보듯이 한다. 그래서 자신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하는 6개의 보기 중에서 무엇이 더 나은지를 고민하다가 하나를 찍는다.



  그렇다면 명문대학교 학생들이 대기업, 전문직, 고시, 공무원, 공기업, 대학원. 이 6개의 보기를 가장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대기업









  대기업은 명문대학생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선택하는 선택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들 중에서 그룹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 위주로 지원을 하고 그런 기업들에 입사하기를 희망한다. 대다수가 선택하는 길이기에 대기업에 취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주변을 둘러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이기도 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점을 열심히 따고, 토익과 같은 영어시험에서 영어점수를 만들어 놓으면 일단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낼 수 있는 자격은 갖추게 된다. 하지만 최종합격까지 하기에는 이 2가지 외에 준비할 것이 몇 가지가 더 있다. 이른바 취업9종세트라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학점과 토익 외에 학벌,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경력, 사회봉사, 성형수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전반적으로 경제성장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시작하자 그룹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아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도 눈높이를 낮춰 명문대 졸업생들이 지원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2. 전문직







  전문직은 이른바 자격증을 갖춰서 ‘사’자로 끝나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변리사, 변호사, 회계사, 계리사, 노무사, 법무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학교를 졸업해서 그냥 대기업에 입사를 하는 것보다는 전문직 자격증을 갖춰서 기업에 입사하거나 개인 사무소를 차릴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조금 처우가 달라지긴 했지만 전문직 자격증을 가지고 기업에 들어갈 경우 신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직급과 처우가 더 좋은 경우가 많았고 기업이 어려움에 빠져 구조조정을 진행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직업안정성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설령 구조조정으로 기업에서 퇴출을 당하더라도 나와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이런 이점 때문에 전문직을 진로로 결정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이 선택의 단점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인데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 도전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오히려 뒤처지는 결과가 남게된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경우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목표로 수험공부를 하게 되고, 변호사의 경우 사법시험이 폐지되어 로스쿨 입시를 공부하게 된다. 회계사, 계리사, 노무사, 법무사의 경우 자체적인 시험을 치러서 자격증을 부여한다. 공인회계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수험기간은 보통 빨라도 2년정도로 잡는게 통상적이며 4년, 5년이 되어도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경우 저학년때 이러한 전문직 시험에 1년정도 도전해본 뒤 합격여부를 가늠해보고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합격만 한다면 사기업을 그냥 입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대우와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명문대학교 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선택지이다.






3. 고시








  고시는 원래 사법고시, 행정고시, 입법고시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만 남았다.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는 시험과목이 유사하고 입법고시의 경우 선발인원이 많지 않아 통상 고시라고 하면 행정고시를 이야기한다. 행정고시는 5급 행정공무원을, 입법고시는 5급 입법공무원을 선발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통상 5급 공무원시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시의 경우, 젊은 나이에 고위직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선택지로 국가의 정책을 만들고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전문직의 경우, 최근 각 시험의 합격자 수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어 직업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위협을 당하고 있는데 반해 고시의 경우 법으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은퇴 후에도 국가에서 연금을 지급하여 노후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직업안정성이 매우 높은 직업이다. 국가를 위해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적지 않은 월급, 노후가 보장되는 연금 등의 이점으로 인해 서울대학교에서는 학과에 관계 없이 한번쯤은 도전해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인기가 좋은 진로이다.


  특히나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경우 ‘출세’나 ‘입신양명’은 국가에 큰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전문직종에 비해서 급여는 다소 적을지라도 직업적 자부심으로 이를 보완한다.










4. 공무원






  공무원의 경우 국가에서 5급, 7급, 9급을 시험으로 선발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공무원은 7, 9급 공무원을 말한다. 공무원은 최근 굉장히 뜨겁게 인기를 끌고 있는 선택지이다. 불경기가 지속되어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게 기업에 취업을 하더라도 어떤 기업에서도 고용안정성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고용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공무원의 인기가 늘어났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정한 시대에서 안정성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안정성에 대한 갈증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적으로 높게 평가되면서 지금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공무원시험을 치르는 사람들도 생겨날 정도이다. 과거만 해도 7, 9급은 단순 업무와 적은 연봉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안정성과 연금의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명문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민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다. 40대가 아닌 20대에게도 권고사직을 하는 대기업이 있을 정도이니 비록 행정고시보다는 낮은 직급과 적은 급여로 일을 한다는 측면은 있으나 행정고시와 마찬가지로 국가를 위해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안정성은 지금의 시대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매력이다. 명문대학교 학생의 경우 대부분 공부만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공부에 대한 거부감은 적은 편이며 실제로도 많이 합격하는 편이다.







5. 공기업







  공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사실상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대기업과 다르다. 급여나 복지제도는 공기업마다 다르며, 정부와의 관련성 때문에 공무원과 차이가 없어보이기도하지만 공기업 직원들에게는 연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잔력, 코레일, 수출입은행 등이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NCS라는 시험을 통해서 입사지원자들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NCS 외에 평가항목과 절차 등이 대기업 채용 절차와 유사한 점이 많아 대기업을 쓰는 학생들이 대기업과 같이 지원해보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보장받고, 기업의 생존경쟁이 덜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지만,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복지제도, 공기업의 지방이전 등으로 개인에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6.  대학원







  대학원의 경우 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이 있고, 해외와 국내로 나눌 수 있다. 전문대학원의 경우 졸업을 하면 앞서 언급한 전문직의 길을 걷게 되니 여기서는 일반대학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되겠다. 일반대학원의 경우 학문에 대한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대학교의 교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경우 학부는 국내에서 마치고 석사는 해외로 나가서 학위를 따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국내에서의 학위보다는 해외에서의 학위를 더 인정해주기 때문에 교수가 되기위해서는 거의 해외 대학원을 나와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교수님들의 학력사항을 확인해보면 학부는 서울대학교(비슷한 명문대 포함)를 졸업하고 석사나 박사는 해외 유명대학교에서 마치고 온 경력이 제일 많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의 경우에도 50% 이상이 자대 출신 교수보다도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져있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서울대 학부(비슷한 명문대 포함) – 해외 명문대학 석박사 커리어가 우리나라에서 교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선택하는 진로이다.


  국내 일반대학원의 경우에도 석사 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명문 석박사 학위를 소유한 사람과 경쟁에서 다소 불리하기 때문에 교수가 되기위한 목적으로 국내에서 석박사를 모두 취득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교수가 되기위해서 국내 일반대학원을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부족한 학부 학벌을 보완하려는 목적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학부 학벌보다는 더 좋은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에는 학부를 졸업하고도 취업이 되지 않자 자신의 커리어 공백을 남기기 싫어서 일단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이 설령 되지 않더라도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니 보험 차원에서 일반대학원을 진학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명문대학교 학생들은 6개의 선택지 중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 위의 6개의 선택지가 가장 일반적인 진로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게 가장 올바른 답일까? 한번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1997년 이전만 하더라도 9급 공무원은 그리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박봉의 공무원을 뭐하러하냐라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기업과 9급 공무원 중에 대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시대분위기였다. 하지만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세상은 180도 바뀌었다.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서서히 증가하면서 2016년인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호도가 높다.




  1982년 대학배치표를 살펴보자.






서울대가 상위권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 인문사회교육학과와 연세대 치의예과, 가톨릭대 의예과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때만 해도 서울대가 제일 위쪽에 위치한 다음에 그 밑으로 다른 대학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인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대 인문대보다는 지방의 의예과가 입시 커트라인이 더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시대는 변화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정답도 오답이 되고 오답도 정답이 된다. 그러니 앞서 언급한 6개의 답이 정답이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시대에 변화를 감지하는 속도는 시대의 변화보다 늦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새 시대에 맞는 답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형성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객관식 답처럼 생각하고 있는 6개의 선택지 역시 지난 시대의 정답이 아닐까. 6개의 선택지는 변화하는 새 시대에도 여전히 정답으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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