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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Dec 04. 2017

머니십(Moneyship)의 시대가 온다

리더십만 중요하냐? 이젠 머니십이다!

머니십의 시대



  경제학에서는 재화의 생산은 노동과 자본에 의해 이뤄지며, 노동과 자본의 투입량에 따라 생산량 역시 변화한다고 본다.  그리고 노동과 자본, 생산량의 관계를 나타낸 식을 생산함수라고 부른다. 물론 생산함수에는 노동과 자본 외에도 기술의 진보나 교육수준 등을 반영하여 나타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가장 기본적인 생산함수의 모형을 가지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Q = f ( L, K )



  위의 생산함수에는 Q와 L과 K라는 알파벳이 나오는데 Q는 생산량, L은 노동, K는 자본을 의미한다. L과 K의 변화에 따라 Q가 결정되는 것이다. 물론 L과 K외에 다른 생산요소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넣을 수 있지만 경제학 모형에서는 현실의 모든 것을 담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부분을 살리고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버려서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형을 만들어서 사용한다.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업환경, 숙련도, 근로자의 나이 등 다양한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학에서는 노동과 자본이 생산량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로 생각하고 모형을 만들었다. 









  생산함수에는 1대의 기계(K)에 1명의 노동자(L)라는 식으로 생산요소가 일정한 비율로 서로 결합되어 기술적으로 불변인 경우도 있고 동일한 생산물을 만드는데 기계(K)를 더쓰지 않고 노동자의 수(L)를 늘린다던가, 노동자(L)를 더 쓰지 않고 기계(K)를 더 쓰는 것과 같이 생산요소의 결합을 가변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든 쉽게 이야기하면, 생산량(Q)은 노동(L)과 자본(K)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며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은 상호간에 대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동자 10명을 해고하고 기계를 1대 도입해도 생산량은 유지될 수 있듯이 말이다.




  이러한 생산함수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사에 대입해볼 수 있다. 1960년대 우리나라는 섬유 의류, 합판, 가발 같은 품목들을 수출하였다. 이러한 산업들을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하는데 당시 노동력이 넘쳐났던 우리나라의 사회여건에 잘 맞는 수출이었다. 특히 섬유나 가발 같은 업종은 저임금의 어린 여공들을 노동 시장으로 대거 유입시켜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자본이 넉넉지 못하고 노동력은 풍부했던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략은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다. 생산함수로 살펴보면 Q = f ( L, K )에서 부족한 자본(K)을 노동력(L)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산량을 만들어내고 수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노동력(L)에 투입되는 비용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산업은 수출경쟁력이 없게 된다. 비싸진 노동력(L)만큼 자본(K)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말이다.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의 수출전략은 우리나라의 수출을 증대시켰고 수출이 증가할수록 우리나라는 공업화가 진행되었다. 공업화는 도시를 형성하게하고 국민들의 임금을 높여주었다. 1967년부터 제조업의 실질임금이 연평균 10% 넘게 상승했으니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 위주의 수출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집약적 산업으로는 경제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철강, 선박, 자동차, 기계, 석유와 같은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게 된다. 중화학 공업은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본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자본이 없는 국가의 경우 중화학 공업에 대한 접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른나라에게 차관을 빌려가며 어렵게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이러한 산업정책을 두고 다른 선진국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 우리는 세계적인 조선회사, 자동차회사, 반도체 회사 등을 보유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세계적인 기업의 탄생에는 근로자들의 희생이 컸다. 마땅한 기술도 없이 세계적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경쟁력을 갖춰야하는데 이런 가격 하락 요인은 선진국 근로자에 비해 낮은 임금을 감내한 근로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중요했다. 산업의 경쟁력은 사람에서 나왔다.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정주영, 이병철 같이 사람을 잘 다룰줄 아는 리더가 있었기에 오늘날 현대차, 삼성전자가 존재할 수 있었다. 기업에서 리더십이란 기업의 구성원인 노동자들과 함께 기업을 잘 이끌어나가는 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국가 지도자의 ‘지배’와는 달리 자발적인 구성원들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에서 지배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경영학에서 리더십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주목받아왔고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중 하나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리더십 만큼이나 자본이 중요해질 것이다. 리더십이 생산함수에서 L을 의미한다면, 자본은 생산함수에서 K를 의미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 시대는 자본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각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위해서 돈을 무한정 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인 국가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니 얼마나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를 이끌어나가는 선진국들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기시작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한계치에 다다르기 시작했다. 생산가능인구는 만15세에서 64세의 인구를 의미하는데 경제의 생산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한 수치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노동력의 감소를 의미하는데 이는 생산함수에서 노동(L)의 양을 줄게한다는 것을 말한다. 노동력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히 생산량은 줄어들게된다. 자본으로 이를 대체하지 못하면 말이다.   




  노동력은 줄어들고 자본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사람을 다루는 능력인 리더십이 주목받아왔다면, 앞으로는 자본을 다루는 능력인 머니십이 새롭게 주목받게 될 것이다. 머니십이란 Money + Leadership 의 합성어를 뜻한다.




  미국은 화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어서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 기축통화는 미국 예일대 트리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쉽게 얘기하면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이야기한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가 가지는 이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첫째, 기축통화 국가의 수출입업자는 환위험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자국 통화로 외국에 결제를 하기 때문에 환율위험에 노출 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환율의 하락과 상승에 웃고 울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환위험으로부터의 자유는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유리한 요소이다.




  둘째, 기축통화국의 자산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경제충격에 비교적 영향을 잘 받지 않는다. 기축통화국가는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처럼 해외 요인에 따른 충격이 없고 세계적인 경제위기 발생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오히려 자금이 유입된다.




  셋째, 기축통화 국가의 중앙은행은 세계의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엄청난 돈을 찍어내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안정시킬수 있는 것도 미국이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축통화가 되고자하는 노력 외에도 세계 국가들은 환율을 통해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끌어올리려고 하는 환율전쟁을 치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은 자국의 내수 확대와 수출 증대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수출확대를 위한 각 국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모든 상행위가 그러하듯이 물건이 싸면 자국의 상품 수출량이 늘어날 것이 당연했기에 자국의 통화를 약세로 유지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한다. 자국의 통화가 약세가 되면 수출 제품의 해외 가격이 낮아지면서 매출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000원에서 통화 약세가 되면 1달러가 1200원이 된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1200원짜리 한국 제품을 그동안 1달러에 사지 못했는데 통화약세로 인해서 1달러로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을 어떻게 다루느냐도 경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국가 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도 투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자신이 가진 자본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단행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사업집중화 전략도 맥락이다. 앞으로는 지금처럼 모든 사업에 계열사를 두고 시행하는 사업전략으로는 경쟁이 어렵다고보고 삼성이 잘할 수 있는 기업만 남겨두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삼성코닝,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을 이미 매각하였고 다른 계열사나 자산들도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거나 검토 중에 있다.




   얼마 전,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을 대전하였다. 대전 전까지만 해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었고 이세돌 9단 역시 5대 0으로 이길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대국 결과는 처참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3 대 1로 이겼다. 이 바둑 대국 결과에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고 로봇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인류는 고령화되어가고 생산가능 인구는 한계에 다다랐다. 동시에 알파고와 같은 로봇과 로봇을 움직이는 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류가 그 속도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이미 미국의 대형로펌에서는 ‘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 변호사를 채용했으며 판사, 기자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영역까지도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생산함수에 대입해 생각하면, Q = f ( L, K )에서 노동(L)이 작아지고 자본(K)가 증가한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사람을 다루는 리더십이 주목을 받아왔다면 앞으로는 자본을 다루는 머니십이 그 자리를 서서히 잠식해나갈 것이다. 앞으로는 사람보다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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