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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Oct 07. 2020

서평.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가끔 작품보다 작가가 더 흥미로운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그랬다. 내가 읽은 소설은 200년 전에 20살된 작가 메리 셸리가 쓴 작품이다. 아버지가 정치철학자이자 무정부주의자고, 어머니 역시 철학자이자 여권운동가이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은 후 2주 채 되지 않아 사망한다. 집에 놀러오는 아버지 친구와 제자들 중 자신보다 20살 많은 시인 퍼시 셸리와 연애를 한다. 그 남자는 유부남이었는데 둘은 유럽에서 도피성 여행을 간다. 17살쯤 임신을 하는데 유산한다. 다음 해, 둘은 시인 바이런 등 친구들과 스위스 제네바로 여행을 떠난다. 서로 무서운 이야기 쓰는 놀이를 할 때 ‘프랑켄슈타인’을 구상한다. 이후 퍼시 셸리의 부인은 자살을 하고 사별한 유부남과 셸리는 결혼한다. 메리 셸리는 둘째, 셋째 아이도 잃고 남편은 익사함으로써 19살에 결혼했다가 24살에 과부가 된다. 


자신이 태어날 때 어머니를 잃어서 그리고 자신이 출산할 때 아이를 잃으면 생명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것같다. 왜 태어날까? 생명을 만들 수 있을까? 괴물은 시체 조각들을 이어 탄생했다. 괴물은 갓 태어난 동물이 곧 일어설 수 있는 것처럼 빨리 보고, 듣고, 맛보고, 아프고 등 자신의 감각에 대해 배웠다. 그런데 지능도 인간보다 뛰어나 어깨 넘어 인간이 말하고는 것을 들으며 말을 배우고, 인간이 쓴 책을 읽으며 글을 배웠다. 마치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AI같다. 그런데 AI처럼 기계가 아닌 감정을 가진 괴물이라서 친구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다가갔지만 심지어 도와줬지만, 거대하고 흉측한 외모 때문에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도망가거나 자신을 때렸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무시 받고 소외 당하면 선한 마음을 가진 자도 살인자로 변할 수 있는 걸까. 괴물은 살인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자신을 시체 조각을 붙여 만든 창조자의 동생, 친구, 아내 모두 목졸라 죽였고, 살인자로 모함받아 사형받은 하녀, 충격받아 사망한 아버지까지 부수적인 희생자도 있었다. 괴물은 정말 사회에 아무 쓸모가 없었을까? 하다못해 거대한 힘으로 장작을 패는 나무꾼이라도 되었다면 살인자가 되는 것보다 낫지 않았을까. 인간은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고 왜 피하거나 없애려고 하는걸까. 무지에서 차별과 억압이 생기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 이름이고 자신이 만든 괴물은 이름조차 없다. 동물에게조차 이름을 붙여주는데 자신이 만든 생명에게 이름을 붙이기는 커녕 외모를 보고 도망간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조숙하게도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를 만든 과학자는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을까. 가끔 범죄자의 행동을 보면, 범죄를 구상할 때나, 실행할 때나, 탈옥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좋은 머리와 용기를 왜 거기에 쓸까 궁금한 적이 많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질문하며 성찰한다면 최소한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삶, 최대한 남에게 도움주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을까. 이 책은 월튼이라는 북극해를 탐험하는 과학자가 괴물을 잡으러 쫒아가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나면서 자신이 만든 괴물의 살인 행각 이야기를 듣는 액자식 구성이다. 북극해 탐험? 좋다. 궁금할 수 있다. 생명 창조? 좋다. 호기심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도전인지 생각해봐야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남자 괴물을 만들면 괴물이 외로워서 여자 괴물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의 주변 가족, 친구들이 살해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도 물론이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협박을 받아 여자 괴물을 만드는 도중, 두 괴물이 다음 세대 괴물들을 낳는 후폭풍을 상상하며 포기한다. 과학자이자 선장 월튼도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만든 괴물을 만나면서 북극항로를 포기한다. 인간은 언제까지 도전하고 언제 멈추어야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나 자신도 고민하는 과제다. 그런데 그 전에 왜 도전하고 왜 멈추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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