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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Oct 04. 2020

서평. 먹기 명상, 틱낫한






추석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제 하루 동안 며칠 치 칼로리를 먹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을 또 놓쳤다. 다시 정신줄을 잡기 위해 틱낫한의 ‘먹기명상'을 펼쳤다. 


정확하게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슬프고, 두렵고, 지루한 감정에서 도피하기 위해 그렇게 식사와 간식까지 많이 먹었던 것같다. 틱낫한 스님은 공허감 때문에 적정량보다 많은 양을 먹는다고 했다. 스님에 따르면, 그렇게 허무함을 느낀다면 냉장고로 갈 것이 아니라 기쁘고, 즐겁고, 연대하는 마음을 통해 채우라고 했다. 


혼자 식사하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결국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고, 한 톨의 밥에도 만인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음식 한 입에는 햇살과 비뿐만 아니라, 땅 속에 있는 미생물과 인류 조상님들의 뼈와 살이 담겨있다고 했다. 섬뜩한만큼 사실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먹는 음식과 그 음식을 먹는 몸은 내 것이 아니라 전에 있었던 존재와 앞으로 생길 존재, 즉 우주의 것이라고 했다. 이 소중한 존재인 몸을 잘 보살피는 마음으로 식사하라고 했다. 과자를 먹으며 몸에 값싼 연료를 준 몸에게 미안해졌다. 


식물 그리고 동물은 더더욱 음식이 될 때까지 많은 존재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찻잎을 따는 노동자의 땀이 있었고, 대량으로 학살당한 동물의 피가 있었다. 이에 감사하며 나 또한 다른 존재가 당하는 폭력을 덜어주기 위해 살 것이라고 다짐하는 공양 기도를 식사 전, 후에 한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온전히 식사에만 집중한다. 혼자 먹는 경우에는 음식에만, 타인과 먹는 경우에는 음식과 타인에게 집중한다. 내 머릿속에 있는 오만가지 잡생각을 비우도록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일체 생각하지 않고 오직 지금 여기 식사하고 있는 현재에 있는다. 귤을 먹을 때는 귤 껍질의 색감과 촉감을 보고 느낀다. 한 조각씩 입에 넣었을 때 육즙의 맛과 향을 온전히 즐긴다. 이렇게 온 몸과 마음이 깨어있다면(mindful) 과식하지 않고 적정량을 스스로 알게 된다. 불안함을 잠재우고자 먹지 않는다. 평소에 마음챙기기 호흡을 하면 그 에너지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마음챙기기는 식사할 때는 물론 식사를 준비하고 정리할 때까지 계속한다. 


오늘은 어제 폭식을 참회하며 단식했다. 물만 마심으로써 몸과 마음에서 독소가 배출됐다. 이제 혼자 식사할 때 뉴스나 유투브를 보지 않고, 환경의 파괴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채식 위주의 좋은 음식을, 영양소로써 적당량을, 음식이 되기까지 수고한 온 우주에게 감사하며 내일부터 다시 마음챙기기 식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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