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죽음을 읽는 시간, 이유진

by 카멜레온

의미 vs. 쾌락


요즘 부쩍 허무함을 느낀다. 장례식을 갔을 때의 감정, 기대했던 섹스를 드디어 하고 난 후의 감정과 유사하다. 연말이라서, 겨울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 의미 있는 삶을 추구했었다. 그러다보니 즐거움을 놓치는 편이었다. 또래 친구들은 당시 내가 보기에 생각 없어 보일만큼 놀았던 반면 나는 생각이 많고 진지했다. 근데 이제서야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즐겁고 쾌락적으로 살고 싶어졌다.


진실한 관계


작가는 진실된 인간관계가 다른 무엇보다 행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한다. 평생 성공을 향해 달려왔고 대인관계는 소홀했기 때문에 그래서 요즘 허무한가 되돌아본다. 내가 생각하는 의미있는 삶은 성취지향적인 삶이었다. 반면 친구들과든 나 혼자서든 노는 삶은 쾌락적인 삶이다. 작가는 내가 정의내린 의미있는 삶과 쾌락적인 삶이 상충되지 않으며 양립될 수 있다고 한다. 노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있다는 것이다. 부와 명예같은 일의 성취에만 의미를 너무 많이 두고 진실한 인간관계에 의미를 너무 적게 두는 것은 아닌지 작가가 내게 물었다.


자기결정권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모르면 결국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게된다. 삶의 결정권도 주체성도 없는 사람들은 자살에 취약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참된 자아를 알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삶의 모든 순간에서 타인이 아니라 내가 먼저고, 내 행복이 먼저라는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 또한 이만큼 일했으면 이만큼 노는 루틴을 만들어서 충실히 일하고 충실히 놀면 내 인생에 대한 조절감(sense of control)이 들어서 허무감을 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가 말해주었다.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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