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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Nov 18. 2020

서평. 직언, 윌리엄 B. 어빈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마음이 평화롭게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유투브 광고에서든 친구의 인스타그램에서든 항상 그에 비해 결핍된 내 자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고에서는 이 화장품을 쓰면 예뻐져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 맛집을 가면 음식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 것을 본 나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 화장품을 구매하고, 맛집에 가서 소비한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써서 정말 기분이 좋아졌을까? 그 기분이 얼마나 오래 갔을까? 그렇게까지 예뻐지지도 않았고 그렇게까지 맛있지도 않았고 곧 잊혀졌다.


진정한 가치있는 삶은 부와 명예가 아닌 평화로운 마음 tranquility 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인생 목표로 재산과 지위같은 물질적 만족이 아닌 정신적 만족을 삼는 것이다. 물질적 목표는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 끝이 없고 절대로 충족될 수 없어 어리석은 목표라고 한다. 반대로 평정심 tranquility 을 인생 최고 목표로 재설정하면 부와 명예에 집착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부와 명예를 추구하지 않았는데 갖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난다.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부와 명예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작가는 정신적 만족 위한 철학 중 선불교와 스토아학파가 있는데 선불교는 실천이 어렵다며 선불교의 라이트 lite 버전이자 본인이 직접 실천한 스토아학파를 소개한다. 


스토아학파는 흔히 금욕주의로 번역되지만 소박하고 단순한 삶에 더 가까운 듯하다.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카톡 알람을 끄고, 명상을 하고, 자연으로 여행가는 것과 비슷하다. 스토아 학파의 창시자인 키티온의 제논, 노예였던 에픽테토스,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 로마의 오현제 중에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속한 스토아학파가 말하는 평정심이란, 부정적 감정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감정을 최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 방법이 무엇일까?


부정적 감정의 치료제 1: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한다

부정적 감정의 치료제 2: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한다

부정적 감정의 치료제 3: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을 인정한다


부정적 감정의 치료제 1: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한다


멋진 차, 멋진 집 -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면 흔히 긍정적인 상상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스토아학파는 애초에 이런 물질적인 물건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므로 부정적인 상상 negative visualization 을 하라고 한다. 지금 가진 차가 사고가 나서 폐차해야 할 수도 있고, 지금 사는 집에서 더 작은 집으로 이사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지금 계신 부모님은 언젠가 돌아가실 것이고, 지금 있는 친구와도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다는 진리를 안다면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체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얼굴과 몸매를 원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화 때문에 시력이 나빠져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관절이 약해져 지팡이는 커녕 휠체어에 몸을 맡겨 타인의 도움으로 이동해야 한다. 멋진 눈은 커녕 보이는 본래 제 기능을 잘 하고 있는 내 눈에 감사하고, 슬림한 다리는 커녕 제대로 걸어주는 튼튼한 내 다리와 발에 감사하다.


부정적 감정의 치료제 2: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다. 사람들이 하는 걱정을 잘 살펴보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시험결과 때문에, 친구 때문에, 실력 때문에 속상하다고 한다. 스토아학파는 문제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라고 한다. 통제 완전 불가능, 통제 일부 가능, 통제 완전 가능한 부분이다. 그리고 통제 완전 불가능한 부분은 아예 신경쓰지 않고, 통제 일부 또는 완전 가능한 부분에만 신경쓴다. 시험결과는 말 그대로 결과이므로 완전 통제 불가능한 부분이다. 친구는 일부 통제 가능하다. 실력은 완전 통제 가능하다. 완전 통제 불가능한 부분도 일부/완전 통제 가능하게 바꿀 수 있다. 바로 결과에서 과정으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시험 합격은 결과라서 어쩔 수 없지만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실력을 갖추는 것은 내가 완전 통제할 수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신경쓰는 것은 내 시간, 에너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스토아학파는 주장한다.


부정적 감정의 치료제 3: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을 인정한다


기원전 3세기에 생긴 학파라 그런지 당시 다신론, 운명론이 반영된 듯하다. 하지만 인간 정신은 비슷해서 지금 21세기에도 유용한 점이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게 하기 때문이다. 흔히 일어날 일이 일어났고,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학문이 발달해도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우주의 원리가 있다. 운명론을 받아들인다면 내가 어쩌지 못하는 과거에 있었던 일, 미래에 일어날 일을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내가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만약에'라는 질문이 의미 없게 된다. 단지 현재에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어쩔 수 있는 미래를 만들 뿐이다. 


연예인의 드레스룸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드레스룸을 가져보니까 보였던 것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파레토 법칙에 따라 옷의 20%만 입으니까 나머지 80% 옷이 차지하는 공간이 아깝다. 혹시 나중에 입을지 모르니 보관하고 있긴하지만 이 공간을 물건이 아닌 사람 - 나 - 를 위해 쓰는게 현명하지 않았을까. 약 10년 전에 미국 티비에서 물건이 많아 정리되지 않은 집을 정리해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 집 정리해주는 프로그램 생겼고 인기를 얻고 있다. 물건이 더 많으면 과연 행복해질까, 있는 물건은 잘 쓰고 있나 돌아본다. 얕고 일시적인 쾌락 pleasure 보다 깊고 장기적인 기쁨 joy 을 위해 스토아학파 정신을 실천하면서 내적 평화 tranquility 를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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