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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Nov 19. 2020

서평. 로지 이펙트, 그레임 심시언

연애 이야기는 재밌는데 결혼 이야기는 지루하다. 주제 자체가 연애는 달달한데 결혼이 따분해서일까. 로지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책 로지 프로젝트 Rosie Project 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주인공 돈 Don 이 감성이 필요한 연애를 하지 못하다가 결국 로지 Rosie 를 만나 결혼함으로써 끝났다. 동화처럼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2부 책 로지 이펙트 Rosie Effect 에서 실현됐을까? 로지 이펙트는 주인공과 아내의 임신부터 출산까지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주인공 돈 Don 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내가 과연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아빠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숙고해야 한다.


좋은 아빠의 자격


좋은 아빠란 무엇인가. 책의 팔분능선에 (글을 쓰며 팔부능선은 일본어고 이게 표준어라는 사실을 찾았다) 이르러셔야 이게 책의 의도가 아닐까 짐작되었다. 흔히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남자들은 생물의 본능을 거들먹거린다. 신체 구조에 따라 남자/수컷은 유전자를 “최대한” 퍼트리려고 하는 반면 여자/암컷은 “최상의” 유전자를 선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본능을 통제하는 이성이 있는 인간으로서, 한 인간을 최소한 성인이 될 때까지 약 20년 동안 공동으로 온전하게 양육할 책임을 져야 한다. 주인공은 양육과 관련된 여러 논문을 검색해 좋은 아버지는 다음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비폭력 Non-violence 

마약 금지 Drug Use—Lack of

정서 안정 Emotional stability

아이의 필요에 대한 민감성 Sensitivity to Child’s Needs

배우자의 감정적 필요에 대한 민감성 Sensitivity to Partner’s Emotional Needs.

자아 성찰 기능 Reflective Functioning

사람들의 지지 Social Supports

솔직함 Honesty


좋은 엄마의 조건도 위와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조건과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들을 신문기사와 주변 현실에서 목격하면서, 아이와 배우자에 대한 감정적 지지는 커녕 언어 및 비언어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이는 아무나 낳아도 되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정 낳고 싶다면 정말 부모의 역할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양육 때문에 잘못 성장한 아이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생각하면 이러한 교육이 애초에 사회악을 줄이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준비 없이 본능에 따라, 부모의 자격에 대한 생각 없이 임신 및 출산을 한다면 아이는 물론 가정, 사회에 좋은 결과가 있을까? 대부분 문제는 심리학 관점에서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주장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손톱 밑의 가시


주인공 돈 틸먼 Don Tillman 은 평균적인 사람에 비해 감성보다 이성이 발달한 유전학 교수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건 아니고 감정을 덜 느끼고 더 통제하는 것일 뿐이다. 타인의 감정을 쉽게 읽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감정은 잘 인지한다. 주변 사람들은 앞으로 겪을 틸먼의 양육 생활에 대해 품평회를 한다: “틸먼이 잘 키울 것이다 vs 틸먼이 차라리 없는게 아내와 자식을 위해 돕는 것이다”. 경악스러운 두 번째 의견은 사회복지사 리디아 Lydia 의 의견이다. 양육전문가도 아니고, 충분한 사실과 근거도 없고, 감정적으로 내뱉은  리디아의 의견은 안타깝게도 틸먼의 손톱 밑 가시처럼 박혀 틸먼이 스스로를 더 의심하게 만든다. 첫 번째  “틸먼이 잘 키울 것이다” 라는 의견은 자신을 잘 아는 가족과 친구가 말한 것이고, 두 번째 “틸먼이 차라리 없는게 아내와 자식을 위해 돕는 것이다” 주장은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모르는 사람의 의견인데 틸먼은 왜 그런 사람 때문에 괴로워할까.


세상에는 의견이 가지각색이다. 어떤 의견을 따를 것인지는 나의 선택이다. 나에게 타인의 의견을 골라 들을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너는 남편 및 아빠 자격이 없어” 라고 노골적으로 평가한 리디아의 의견 때문에 틸먼이 힘들어하는 것은 틸먼 스스로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점이 마음이 아팠다. 나 또한 타인으로부터 좋은 말과 나쁜 말을 듣는다. 좋은 말이 나쁜 말보다 수십배가 될지라도 나쁜 말을 듣고 상처받곤 했다.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인데, 듣고 흘릴 수 있는데 왜 굳이 그 의견에 집착했을까. 몇 달 동안 상처받은 말을 지금 다시 곱씹어보며 생각해보니, 원인은 내가 그 말을 스스로 믿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부족하고 못났다고 생각하면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 중 부정적인 말만 귀에 들어온다. 자격지심이었다. 그 말이 객관적인 사실이거나 과반수 이상의 다수 의견이라면 개선해야겠지만, 일부 주관적인 의견이거나 심지어 소수 의견이라면 마음에 담지 않고 흘려보내자.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나를 믿고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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