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by 카멜레온

의미를 부여하는 무거움


매사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었다. 이 친구는 이래서 소중했고, 그 회사는 그래서 많이 배웠고, 그 경험은 그래서 뜻 깊었다. 정말일까? 잠깐 만났다가 헤어진 친구, 잠깐 다니다가 관둔 회사, 잠깐 겪었던 경험에 왜 내가 중요성과 특별함을 부여할까. 사람은 다 비슷비슷한 슬픔과 기쁨을 겪고, 고만고만한 실패와 성공을 한다. 혹시 우리가 가벼운 존재라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내가 다른 사람과 동등하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서 자신을 남들로부터 차별화하기 위해 우리가 삶에서 만난 사람, 집단, 경험은 물론 날짜, 종교, 사상에 의미 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인생이란게 원래 무의미하지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나는 이 책을 계기로 앞으로 가볍게 살 것이다. 아차, 가볍게 살려면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데 의미를 또 부여해버렸다. 이렇게 내 인생을 무겁게 만들어 왔구나.


깃털처럼 가볍게


연애는 왜 할까? 다른 남자보다 네가 더 멋지고, 다른 여자보다 네가 더 예쁘고,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고 인연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타이밍이다. 내가 연애하고 싶을 때 하필, 우연히 그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만났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반드시 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우리는 해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 도덕, 전통, 관습, 형식, 규범, 책임, 의무를 꼭 지켜야 할까? 부모님 기대에 어긋나지 말아야 하며,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하고, 결혼 출산은 꼭 해야 할까? 누구 좋으라고 하는 일일까? 가벼운 삶을 살았던 사비나, 무거운 삶을 살았던 프란츠, 가벼웠으나 무겁게 변한 토마스, 무거웠다가 잠깐 가벼움을 시도했으나 결국 무거움으로 돌아간 테레사의 삶 중 어떤 삶이 좋은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사는 인생, 나는 지금까지 진지하고, 진중하고, 무겁게 살았으니 오늘부터 가볍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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