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하게 묘사하는 글에도 감탄하지만 촌철살인으로 압도하는 글에도 입이 떡 벌어진다. 세 개의 네모상자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만화작가는 후자의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스콧 애덤스는 딜버트 Dilbert 라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만화의 작가이다. 애덤스는 어떻게 30년 넘게 만화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시스템
작가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아마 시스템 system 일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성공처세나 자기개발에 대한 책은 목표와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누구나 원하는 것(목표)과 좋아하는 것(열정)이 있으므로 이를 강조하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 겸손하게 보이기 위한 미사여구일뿐이라면서, 목표와 열정으로는 성공하기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목표를 마감일과 함께 구체적으로 정하라는 조언에 따라 언제까지 체중 감량 얼마, 언제까지 연봉 얼마 등 숫자까지 붙인다. 목표를 달성하면 정말 다행이지만 막상 허무하고 더 높은 목표를 다시 정하고 또 달려야 한다. 반대로 힘들어서 포기하는 경우는 더 많다. 작가는 목표와 열정 대신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일, 즉 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장한다. 언제까지 체중 감량 얼마로 목표를 세우는 게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작가는 실제 가끔 생선을 먹는 채식주의자인데, 건강한 식습관 중 하나로 단순탄수화물 대신 복합탄수화물을 먹는다. 흰 빵을 먹는 대신 통밀빵을 먹는데 신경쓰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체중 감량이라는 결과가 따로 신경쓰지 않아도 저절로 따라온다. 또한 어떤 일에 실패하더라도 성공으로 가는 시스템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항상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작가는 레스토랑을 열었다가 실패하고, 딜버리토 Dilberito 라는 상품을 내놨다가 실패하고,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다가 실패했지만, 매번 실패로부터 다음 성공을 위해 배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실패는 개별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더 큰 성공을 하기 위한 실패 failing forward 로, 시스템으로 봤기 때문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확언
시스템 외 또 자주 사용한 단어는 확언 affirmation 이다. 확언이란 상상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것이다. 여러 책에서 간절함, 기도, 긍정 선언, 끌어당김, 시각화 등 확언과 비슷한 개념에 대해 들어봤다. 작가 역시 질병으로 3년 넘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때, 만화작가가 되길 원했을 때 자기확언을 했다. “나 스콧은 완벽하게 말할 것이다 I, Scott, will speak perfectly” 그리고 “나 스콧은 유명한 만화작가가 될 것이다 I, Scott Adams, will be a famous cartoonist” 라고 확언하면서 질병도 극복하고 실제 유명한 만화작가가 되었다. 작가는 확언은 마법주문이 아니라 스스로 한 가지에 강도 높게 집중하며 불필요한 것을 차단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너무 힘들 때 내가 나를 붙잡아주는 정신줄처럼 보였다.
딜버트
만화 딜버트가 성공한 이유는 처음으로 회사를 배경으로 하는 만화였기 때문이다. 여러 주제가 있지만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에 대한 만화는 1989년 당시까지는 없었다. 작가는 15년 넘는 회사생활 경험과 MBA가 있었고, 어릴 때부터 집에서 크레파스로든 바다 모래에서 막대기로든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도 잘그렸다. 작가에 따르면 한 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갖는 것보다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잘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작가 경우 그 두 개가 회사생활과 그림그리기였다. 작가는 만화작가가 되기 전에 은행과 통신회사를 다녔는데, 본인 스스로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데 실패했다고 말하며, 그림을 뛰어나게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 둘을 결합한 만화는 없었기 때문에 만화작가로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내가 있는 분야에서 갖고있는 기술 외에 어느 분야에서 또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