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다재다능'이다. 그런데 주변에 다재다능한 친구들이 있다. 의학 박사인데 영어도 잘한다. 공학 박사인데 피아노도 잘친다. 경제학 박사인데 외모도 연예인급이다.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지능이 높은 사람에게는 조심해야 할 점, 지능이 낮은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리고 아이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모차르트를 들으며 태교를 하고, 교육비 지출로 허리가 휘는 학부모에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을 준다. 성격은 (가정환경 아니고) 사회환경에 따라 약 50% 달라질 수 있지만, 지능은 이미 유전자에 의해 약 80% 결정됐기 때문이다.
사바나 원칙
작가가 정의한 ‘사바나 원칙’이란 원시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인간은 잘 이해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사람 지능(IQ)에 따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 사람은 상대적으로 지능이 높은 사람, 낮은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인간 활동도 원시시대부터 했던 일, 하지 않았던 일로 나눌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했던 일은 - 친구 만들기, 부모 되기 등 - 지능이 낮은 사람이 오히려 더 잘한다. 반면, 원시시대에 하지 않았던 일은 - 민주주의 만들기, 과학자 되기 등 - 대부분 지능이 높은 사람만 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인류가 몇백만 년 전에 출현할 때부터 생겨 진화를 거쳤다. 수렵 및 채집을 했던 원시시대부터 농업혁명을 거쳐 4차 산업혁명시대인 오늘날까지 뇌는 시대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지능의 수준에 따라 적응 속도가 다르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빨리 적응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취향과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반면, 지능이 낮은 사람은 적응하지 못하며, 오래된 것을 고수하고, 기존의 선호와 세계관을 유지한다.
이에 따라 지능이 높은 사람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사바나 원칙과 달리 다음 특징을 갖는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세습형 권력보다 민주주의를 추구한다; 정치 성향이 보수주의보다 진보주의자다; 종교를 갖기보다 무신론자다; 일처다부제보다 일처일부제를 따른다; 생활 스타일이 아침형보다 저녁형이다; 이성애자보다 동성애자이다; 랩처럼 가사가 있는 음악보다 클래식처럼 악기가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 술, 담배, 마약을 하기 쉽다; 신체를 이용한 범죄보다 지능을 이용한 범죄를 저지른다; (신체 구조 특성상 비용이 높은 여자는) 출산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적은 수를 낳는다; 커피를 선호한다; 육식을 하기보다 채식주의자다; 외모가 뛰어나다; 이과와 문과 지식 모두 습득이 빠르다; 재산이 많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
지능보다 중요한 것
원시시대의 뇌를 가졌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다. 뇌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새로운 세계에 몰입해 웃고, 울고, 화내고, 심지어 스크린에 대고 대화도 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영화가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지능이든 노력이든 부족해 현실세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원시시대로 후퇴할 위험도 있다: 위 특징과 반대로 권력을 세습받는 기업인, 정치인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북한과 빨갱이를 운운하며 보수적이고; 과학적인 인과관계를 보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기도하고; (신체 구조 특성상 위험이 적은 남자는) 바람피는 것이 본능이라며 여러 이성과 성관계를 하는 등 작가의 말에 따라 개인의 지능이 낮아져 사회 전체 지능이 낮아질 수 있다. 지능이 높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얻게 되겠지만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 못하는 부분에 주의해야 한다. 즉, 좋은 친구,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가 되는 데 신경써야 한다. 작가는 특히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모든 생물체는 번식해야 하며, 생물체 중 하나인 인류가 자발적으로 번식하지 않는 것은 자연에 대한 최대 범죄 the greatest crime against nature 라고까지 심지어 표현한다. 나는 인간이라는 한 생물의 관점에서 번식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몇백만 년 이어져왔고 또 몇백만 년 이어가려고 하는 유전자 관점에서는 최대 범죄라고 볼 수 있겠구나.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바꿔준 책,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 어쨌든 내 지능과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 부모님의 부모님 이전의 모든 부모님들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