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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원칙, 레이 달리오

by 카멜레온

세계 최대 헤지펀드사를 운영하며 재산이 약 170억 달러(약 20조원, 2020년 기준)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마침 오늘은 수능일이다. 달리오는 수능 전국 1등과의 인터뷰에서 “비결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국영수 교과서 위주로 예습과 복습을 했어요”라고 답한 것같다. 그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살았다고 한다. 성공하려면 “극단적으로 현실을 인정하고 hyper-realist, 극단적으로 진실을 추구하고 hyper-truthful, 극단적으로 투명해야 radically transparent 한다”고 한다. 요즘 개인에게나 조직에게나 긍정적인 관점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낙관주의는 동기부여는 잠깐 줄 수 있지만 궁극적인 문제 해결에는 날카로움이 필요하다.


원칙의 중요성


“목표가 무엇인가? 사실이 무엇인가? 계획이 무엇인가?” 달리오는 독자에게 묻는다. 업무를 처리하는데 급급해서 목표를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사실과 주장을 혼동하지는 않았는지, 편도체 amgdala 가 지배하는 기분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전전두피질 prefrontal cortex 를 작동시켜 체계적으로 계획에 따라 살고 있는지 물어서 뜨끔했다. 판단의 오류로 작은 실수와 큰 실패를 하는 이유는 자존심 ego 그리고 맹점 blindspot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에서 배운다면 한 번은 해도 두 번의 반복은 예방할 수 있다.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한다. 하지만 달리오는 반복되는 실수와 실패를 오답노트처럼 정리해 원칙을 세움으로써 - 무려 200개가 넘는다 - 자신의 인생과 기업을 계속 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리오는 원하는 것을 얻는 5단계 과정을 소개했다. 1) 분명한 목표를 설정한다 2)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를 찾아내고 용인하지 않는다 3)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한다 4)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운다 5) 계획을 완수하고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실천한다. 마치 1) 건강하고 싶은데 2)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3) 원인을 진단하고 4) 치료 처방전을 받고 5) 처방전에 따라 행동하는 것같았다. 당연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1) 건강보다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먹고 운동하지 않고 2) 병원에 가지 않고 참고 3) 근본보다 직전 사건에서 원인을 찾으며 4) 계획도 없고 5) 실천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달리오에 따르면 잘못된 판단에는 패턴이 있으니 찾아라고 했다. 되돌아봤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그 일이나 그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건의 공통분모인 내 생각과 행동 패턴에 문제 원인이 있지 않을까? 달리오는 문제란 원인이 발현된 것이므로 문제라는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는 또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원칙에 따른 조직 문화와 인재


원칙은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활용해 성장할 수 있다. 달리오는 ‘현실, 사실, 투명성’ 원칙을 브리지워터를 경영하는 방식에도 똑같이 적용한다. “직원을 업무 기술보다 가치관과 능력을 우선해 평판을 검증하고, 연차보다 실력을 확인한 후 채용하고, 직원을 관대하게 평가하지 않고 정확하게 평가하고, 직원 평가 및 교육은 끊임없이 하고, 동일한 업무를 두 명에게 시켜 성과를 비교분석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이 동등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선별해야 하고, 모든 회의는 기록으로 남기고, 실수가 있으면 ‘우리’라는 용어가 아닌 담당자의 ‘실명’을 공개해 책임을 묻고, 실수는 한 번 용납하되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고 반복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업무에 실수가 있을 때는 능력이 부족한지 학습이 부족한지 구분해 능력 부족인 경우 학습시켜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은 최대한 빨리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살벌해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브리지워터가 2020년 기준 약 1,000억 달러(약 110조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고 헤지펀드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듯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배움 learn, 성장 grow, 개선 improve, 진전 progress, 진화 evolution 와 같은 단어였다. 현실을 비판만 하거나 긍정만 한다면 제대로 적응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것을 세상에 주면, 자신이 받고싶은만큼이 아니라 세상이 가치있다고 평가하는만큼의 보상을 줄 것이라고 달리오는 냉철하게 말한다. 보상이 아닌 가치있는 일과 의미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보상은 ‘목표’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한다. ‘현실’에서 어떤 일이 필요한지, 내 주장의 근거가 ‘사실’인지, 사람들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는지 보자.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원칙'에 따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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