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평.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스티븐 기즈

by 카멜레온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라고 시작하는 드라마가 있다. 하지만 실상은 “완벽했다. 나를 둘러싼 모두가 완벽하게 나를 속이고 있었다.”였다.


완벽함은 허구다. 완벽한 세상, 완벽한 커리어, 완벽한 연애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치 존재할 수 있다는 듯이 완벽하게 스스로를 속이며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아둥바둥 노력했던 내 모습은 얼마나 애처로웠던가. 이 책을 읽고 완벽함과 완벽주의자에 대한 환상을 깨고, 비완벽주의자로서 현실에 살기로 했다.


일단 개념부터 정리하자면 완벽함과 우수함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두 단어가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우수함이란 여럿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완벽함은 한 점의 결함 없이 절대적으로 완전함을 말한다. 마치 유니콘을 찾아 헤매듯 없는 것을 추구하는 완벽주의는 일종의 정신 장애로 비합리적이며, 잠재력을 제한하고, 수명을 단축하고, 우울증과 자살까지 일으킬 수 있어 치명적이다.


“완벽주의자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닌데요"라고 부정할 정도로 오랫동안 나는 자기파괴적이었고, 이 책에서 설명하는 완벽주의의 독성이 오랫동안 몸 속에 쌓이고 있었다. 결과가 완벽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까봐 두려워 애초부터 포기하고, 미루고,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불확실해 보이는 일은 도전하지 않고 결과가 보장돼 보이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많은 기회를 놓쳤고, 삶의 경험도 적다. 완벽주의는 단기적으로 보호막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막는 제약이었다.

비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서는 5개 영역에서 22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겹치는 부분이 많아 우선 실행할 것만 선별했다.


1 unrealistic expectations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완벽한 정도에서 충분한 정도로 조정한다. 타인이나 사회의 기대치 또는 그보다 높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이 정도면 됐다"로 낮춘다. 기대치라는 단어는 결과가 기준인데 내가 어쩔 수 없는 결과가 아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과정과 행동에 관심을 둔다.


2 rumination 과거를 곱씹지 않는다.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통해 개선점을 찾기 위해 시작한 생각은 자책과 자학으로 끝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우연이든 내가 기여했든 과거에 일어난 일은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현재에 적용한다. 생각을 과거에서 현재로 데려오기 위해 타이머를 이용할 수 있다.


3 need for approval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완벽함이 기준이 되면 나는 항상 모자르고 자신감이 낮게 된다. 일시적으로는 두 팔과 다리를 넓게 펴는 파워 동작을 하거나, 마치 자신감이 있는 척 행동하다보면 진짜 자신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합법적인 작은 반항을 할 수도 있다.


4 concern over mistakes 실수는 커녕 시작조차 두렵더라도 일단 한다. 초점을 결과보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둔다. 예전에는 뭐든지 완벽하게 잘하려고 했다면, 그래서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그냥 했다는데 의미를 둔다. 디지털 이진법처럼 했다(1) 하지 않았다(0)로 구분해서 복잡한 생각을 단순화한다.


5 doubts about actions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고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최악의 상황을 써본다. 최악, 최선, 사실상 일어날 확률이 높은 일을 쓴 후 실제 일어난 현실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내가 소설을 쓰고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유부단함을 고치고 싶다면 기한을 정해 때가 되면 생각을 멈추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힘 빼고 서평을 쓰고 있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 없이 더 가볍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소소한 목표를 소소하게 실행해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평. 피니시, 존 에이커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