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느껴본 '무지호텔(Muji Hotel) 심천 Shenzhen'
1980년에 일본에서 시작한 무인양품 MUJI 無印良品은 가구, 식품, 의류 등의 품목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무인양품의 이름은 일본어로 '무지루시료힌'이라고 읽고 줄여서 '무지(MUJI)'라고 부른다.
'무인無印'은 인印은 찍히다를 뜻하는 것으로 도장이나 인상 등의 의미이다. 인이 없다는 것은 인상적이지 않고 특징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양품良品'은 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의미이다. 이 둘의 의미를 합치면 '특징이 없는 좋은 제품'이라는 뜻으로, '무인양품' 이름 자체에서 브랜드의 핵심 철학을 나타낸다.
무지는 라이프스타일 매장 내 코너로서의 무지카페, 무지북스 등의 새로운 시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자체의 영역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 시도 중 하나는 '무지호텔'이다.
무지호텔은 현재 중국 심천 shenzhen에 1호점, 북경 beijing에 2호점이 자리하고 있다. (3호점은 오는 3월에 일본 긴자에 오픈 예정에 있다.). 출장으로 홍콩을 방문했을 때, 겸사겸사 주말에는 심천으로 이동해 18년 1월에 오픈한 무지호텔 심천 shenzhen에 다녀왔다. 무지호텔에서 의, 식, 주를 경험하며 오감으로 느낀 관점에 대해서 나눠보고자 한다.
하라 켄야가 아트디렉터로서 지휘한 무지는 미니멀리즘이 브랜드의 특징적인 아이덴티티다.
'무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특징이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디자인하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한다.
2003년 지평선 캠페인 광고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무지의 컨셉은 ‘비움’이었다. 특정한 슬로건이 적힌 것도 아닌 무인양품 네 글자로서 브랜드를 나타냈다.
기존에 무지 브랜드에서 보여주던 것처럼 공간으로 펼쳐진 호텔에서도 무지의 '비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지호텔의 시설 구성은 일반호텔에 비해 간단하다.
호텔의 각 층수는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2F 리셉션, MUJI diner, MUJI Store
3F 짐, 도서관, 회의실
4-6F 게스트룸
無印良品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생활의 기본, 즉 간소하면서도 배려심 있는 일본의 미 의식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 무인양품 공식 웹사이트
무인양품은 위와 같이 말한다. 의, 식, 주의 라이프 스타일에 더 집중하고 생활의 기본에 충실함이 무지의 아이덴티티인데, 시설 구성에서도 무지의 의, 식, 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한번 더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호텔에서 입장 시, 이 리셉션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장소다.
일반 호텔에서는 로비라고 불리는 공간을 무지호텔에서는 '리셉션'이라 표기했다. 왜 로비가 아닌 리셉션이었을까?
사전에서는 로비와 리셉션에 대해 각각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로비 : 로비(공공건물 현관 입구 안쪽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기다릴 수 있는 공간)
리셉션: (호텔 등의) 접수처
사전적 의미처럼 무지호텔 Shenzhen 리셉션 층에는 접수처와 화분들, 벤치 한 개 정도로 간단하게 구성되어있다.
이 리셉션 공간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목재다. 리셉션에 활용된 목재는 중국의 오래된 가옥의 기둥재 및 벽재, 조각을 활용해서 다시 이어 붙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다. 무지 매장에서도 주로 만나 볼 수 있는 목재라는 재질을 사용함으로서 무지의 고유한 감성을 전달하면서도, 목재의 독특함이 무지호텔의 리셉션을 더 돋보이게 한다. 기존 매장에서 익숙해진 덕분인지, 무지가 창조한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도 무지에 속해있다는 느낌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방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는 리셉션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바로 탑승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의 겉은 일반 엘리베이터와 별 다를 바 없어이지만, 타는 순간 엘리베이터 내부까지도 여전히 무지이다.
무지의 따뜻하면서 기본적인 느낌을 살리는 무지의 목재와 패브릭 벽, 그리고 육면체 조명으로 공간을 이룬다. 무지는 엘리베이터에서도 '무지스러움'을 놓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호텔의 핵심인 방으로 향한다. 방으로 가는 여정에는 잠깐 쉬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이곳은 미니멀한 공간이었지만 차가운느낌은 없었고 무지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층별 쉬는 공간에 감탄하며 복도를 지난다. 복도는 엘리베이터에서의 공간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벽의 천이 동일했기 때문이고, 유사한 간접 조명의 은은함 덕분이다.
복도에서의 새로운 점은 객실 넘버가 객실 문이 아닌 사이드 벽에 표시되어 있었다. 많은 호텔에서는 객실 문 앞에 사람 눈높이보다 약간 높게 넘버를 기재하는 반면, 무지호텔에서는 사람 눈높이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해 있다. 일반 성인의 눈높이가 기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아이나 장애인도 비교적 쉽게 객실 넘버를 인지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영어: universal design, 보편 설계, 보편적 설계)은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흔히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범용 디자인'이라고 한다.
무지호텔에서는 객실 넘버같은 작은 요소도 놓치지 않고 디자인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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