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이의 静园
영화 ‘마지막 황제’를 아시나요?
영화 포스터의
어린 ’푸이‘의 모습은
기억 속에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황제 옷을 입고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눈빛에는
어린아이에게 볼 수 있는
순수함과 천진난만함보다는
쓸쓸함과 무게감이 묻어 나옵니다.
어리지만 황제가 되어야만 했던
그의 비극적 운명의 모습이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중국 천진은
바로 그, 비운의 황제 푸이가
자금성에서 쫓겨난 후
거주했던 도시입니다.
푸이가 거주했던 곳이 천진에 두 군데가 있는데,
그중에서 먼저 ‘静园(정원)‘ 에 가게 되었습니다.
静은 ‘고요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한자예요.
직접 가보니,
이름처럼
고요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머금은 고즈넉한 공간이었습니다.
과거 황제였던 신분과 어울리지 않게
소박함이 많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물론 수수한 공간 속에서도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화려함에서
그의 지난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시공간에 설명이
세밀하게 적혀 있어서
푸이와 황후 완룽,
황비 원슈의 생생한 이야기를
천천히 곱씹으며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었어요.
푸이의 회의실, 침실,
완룽과 원슈가 사용했던 공간 등을
직접 눈으로 보며,
그들의 삶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황후였던 완룽의
고독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영어와 피아노 등을 배우며
당대 여성들 가운데서도
교양이 있는 인물로,
황후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죠.
결혼 초반 시절,
푸이와도 영어로 편지를 주고받는 등
둘의 사이는 각별한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겉보기와는 다르게
그녀의 내면은
쓸쓸한 고독과 공허감으로
가득 찼습니다.
결국, 그녀는 힘든 마음을
아편에 의지하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어요.
이러한 이야기를 알고 나서 그런지
그녀가 사용했던 공간이
더욱 어둡고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원슈 역시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황제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이혼에 성공한
당찬 여성이었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간
그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이었죠.
전시물의 설명을 읽어보니
푸이는 부인을 존중했다기보다는,
봉건사상으로 꽉 찬 사람이었다고 해요.
남녀 사이의 속사정은
그들만이 알겠지만,
눈앞의 무거운 공간을 마주 하며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을
그녀들의 삶을 조심스레
짐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건물을 넘어서
몇 사람의 삶이 담긴
푸이의 ‘정원’에서도
앞서 이야기했던
‘고우뿌리빠오즈’처럼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평범해 보이는 듯한 장소가
다양한 감정과 의미가 깃든
시공간으로 변모한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