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아 첼로
오늘은 스즈키 2권에 수록된
헨델의 ‘개선의 합창’을 연습했다.
비교적 무난한 편이지만
세 군데에서 자꾸 멈칫거린다.
현을 옮기며 음을 자연스럽게 이어야 하는 것이
초보생에게는 특히 어렵다.
손에 익을 때까지 역시나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것 같다.
내 연주를 듣던 선생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개선의 합창이 너무 슬퍼요. “
그 말에 공감의 웃음이 났다.
매사가 그렇듯이 ,
첼로 소리에도 성격이 반영된다.
곡의 특성상 대범하게 현을 그어야 하는데,
주인의 성격을 따라 신중하게 긋는 활.
그러다 보니 소리가 시원하지가 않다.
내향인이 외향인 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장엄한 ‘개선의 합창’을 위해
활을 세게 긋다 보니 손가락과 팔목이 아파왔다.
그럴 때는 잠시 쉬면서
선생님과 스몰톡을 하고는 하는데,
첼로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 들고는 한다.
오늘은 첼로 앙상블에 관해 묻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가까이에서 꽉 찬 첼로의 우아한 선율을 들으니
마음이 웅장해지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첼로 연주가 끝나는 순간,
순수한 열정을 지닌 소녀처럼,
바로 한 곡 더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
신청곡은 바흐의 프렐류드 1번이었다.
이 곡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옆에서 들으니 정말 감동이었다.
중후하고 깊은 목소리로
담백한 위로를 건네는 첼로 소리에
대문자 F 연습생은 또 감수성이 폭발했다.
첼로 하나로 화음을 내면서,
여백 없이 음악을 꽉 채우는 그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선생님의 연주가 끝나고 바로 여쭤봤다.
“선생님, 프렐류드는 어느 정도 배워야 연주할 있나요?”
이 곡을 연주하는 게 나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첼로와 관련된 로망이 참 많기도 하다.
선생님이 가르쳤던 첼로 초보생은
바흐의 프렐류드만 연주하는데
개인 연습시간을 포함해서
무려 5개월이 걸렸다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정석대로라면 스즈키 5권까지는 해야
연주할 수 있는 곡이라고 하셔서,
이제 2권을 막 시작한 나에게
약간의 막연함이 다가왔다.
’지금 배우는 속도라면
몇 년은 걸릴 거 같은데?‘
할머니가 되어 비로소 완벽하게 연주하는
바흐의 프렐류드.
긴 세월의 시간과 노력이 축적된
그 선율은 더 깊고 유의미할 것 같아
나름 기대감이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