쇤베르크 ‘정화된 밤’
귀로 곡을 듣고 있는데,
한 편의 스릴러 영화가 눈앞에 펼쳐진다.
스산한 어둠의 밤공기를 타고
장엄한 선율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예상을 빗나가는 화음.
그리고 날카로운 현악기의 울림.
한 사람의 심리적 압박감을
무겁게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그 무거움은 격렬해지다가
이윽고 한줄기 빛과 함께 한결 가벼워진다.
공포감이 서린 선율을 따라
나는 어린 시절의 밤으로
생생하게 돌아간다.
어둠이 깊은 밤,
자다가 갑자기 눈이 떠진다.
그런데 곁에 함께 있어야 할 엄마가 없다.
어둠이 무서웠던 어린아이는
온전한 공포에 질려버린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러다 곧 할머니가 와서
나를 보듬어주신다.
이 어둠이 빨리 밝은 빛으로
정화되기를 바라며,
불안감을 품은 어린아이는
할머니의 따뜻한 품에서 곤히 잠든다.
이 곡은 리하르트 테멜의 연작시집
’여인과 세계‘의 내용을 그려내고 있다.
두 남녀가 숲길을 걷고 있다.
스산하고 어두운.
여인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품고 있다고
남자에게 말한다.
갈등과 침묵의 틈으로 고요한 달빛이
환하게 비춘다.
남자는 이내 그 아이를
사랑으로 정화된 아이로 품겠다고 여인에게 말한다.
용서와 사랑을 확인한 그들은
정화된 밤을 다시 함께 걷는다.
곡 안에서 현악기의 지속적인 대화는
두 남녀의 갈등처럼, 유년기의 불안처럼
인간의 심리를 그대로 담아낸다.
때로는 깊은 두려움으로.
때로는 벅찬 기쁨으로.
누구의 마음에나 두려움이 있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렇지만 어두운 밤과 같은 깊은 두려움이
영원할 수는 없다.
따뜻한 사랑과 용서, 그리고 위안이라는 달빛이 비추 듯
무거운 마음은 결국 정화되어
다시 삶을 살아가는 밝은 힘이 된다.
https://youtu.be/5h5Xc-rUef4?si=n9ldDnK16reDYV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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