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주곡

슈만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

by 메이옌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슈만이 작곡한 단 하나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하나라는 희소성답게 오래 곁에 두고 바라보는 보석 같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귀를 아름답게 유혹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선율의 최초에는 ‘사랑’이 있다.


슈만과 클라라는 클라라 아버지의 반대라는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고 결혼했다.

서로의 사랑은 깊었고, 특히 슈만을 먼저 하늘로 보낸 클라라가 마지막까지 슈만에게 보여준 사랑의 의리는 위대했다. 브람스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사랑을 둘러싼 다양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다.

기쁨과 환희, 행복감에 젖어 있기도 하고, 달콤한 사랑 뒤에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고독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1악장>

고혹적인 멜로디로 시작되는 1악장은 슈만이 결혼 후 1년 후쯤에 쓰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신혼이라면, 행복감에만 빠져 있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함께 산다는 것.

두 갈래의 길을 하나로 합쳐, 같은 보폭으로 맞춰 나가야 한다는 것은 물과 기름을 섞는 과정과 닮아 있다.


본래는 섞이지 않는 두 존재는 대화와 행동이라는 유화제를 더하며, 조금이라도 하나가 되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서 말다툼이 생기고, 뾰족한 말에 마음이 베이기도 한다.

곁에 사람이 있는데도 문득 쓸쓸해지는 순간. 사랑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고독이 함께 따라오는 감정.

그것이 결혼이 가져다주는, 피할 수 없는 양가적 감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곡의 1악장이 그렇게 느껴졌다. 결혼 후 사랑의 달콤함이 존재하지만, 지치고 힘든 마음이 선율 속에 함께 녹여져 있다고.


혹은 슈만의 입장에서는, 예비 장인어른과의 법정 싸움 등으로 결혼까지의 과정이 험난했으니, 그의 감정의 흐름이 1악장 같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2악장>

2악장에서는 잔잔하고 평온한 서정이 느껴진다.

햇살이 비추는 잔디밭에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부부가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이 선율 속에 흘러나온다.

파도처럼 몰아치던 갈등은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어느 정도 잠잠해진다.

그리고는 ‘아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결혼 10년 차쯤 되면 둘 사이에 ‘권태’라는 것이 찾아온다고 한다. 같이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는 않는 권태감이 2악장의 느릿한 선율에서 느껴져 씁쓸하기도 하다.



<3악장>

3악장은 조금 빠른 템포로 2악장의 나른함과 권태를 이겨낸다.

한 음 한 음 쌓아서 옥구슬 굴러가듯 흐르는 선율이 슈만과 클라라의 굳건하고 달콤한 사랑을 보여주는 듯하다.

특히, 곡의 마지막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조화로 분위기의 반전을 이끌어 내는 부분은 이 곡의 절경이다.

두 사람의 힘든 여정은 아름다운 선율로 폭발한다.

이 곡의 마지막처럼 사랑이 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고독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그 모습을 변주하며 삶의 틈에 머무른다.

그렇지만 달콤한 사랑의 순간을 위해 우리는 그 변주곡의 다음 악장을 조심스레 넘긴다.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2월 1일 현장의 감동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https://youtu.be/SUoUXNLHlOs?si=d5xtouSkDddgupFT

출처 : 유튜브 ‘하온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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