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 아리아>
무대 위에는 한 대의 피아노와 한 명의 연주자만 있다.
어쩌면 쓸쓸해 보이는 텅 빈 공간 속에서 피아노 소리가 담담히 흘러나온다.
오케스트라의 어울림 없이 서서히 공백을 채우는 피아노 소리가 자연스럽고 순수하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 아리아는 어떤 한 사람이 오랜 시간 품고 있던 내면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이야기하는 듯하다.
삶의 괴로움이나 불평, 불만을 쏟아내지 않는다. 삶의 찬란한 순간도 폭발시키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반에 조심스레 얹어놓을 뿐이다.
화려한 수사 없이 진심을 담아 건네는 아름다운 선율은 살포시 듣는 이의 마음에 다다른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글을 쓰는 여정이 떠오른다.
모두가 잠든 밤 테이블 앞에 앉아 나와 마주하는 고요의 시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떤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가.’
생각의 여과를 거쳐 한 글자 한 글자 문장을 조심스레 써 내려간다. 내가 구축한 문장의 세계가 보는 이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
한 음 한 음 건반을 누르듯이.
사실 최근에 글태기가 있었다.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으로 에세이를 써보겠다고 연재 버튼을 눌렀지만, 바쁜 일정과 소재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책임감 없이 글쓰기를 놓아 버린 순간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 곡을 듣게 되었다.
피아노의 담담한 연주는 글 쓰는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고, 그 끝엔 어떻게든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글쓰기의 여정은 여전히 어렵다. 생각만큼 잘 써지지 않고,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하는 것인지,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 매 순간 고심이 되지만 그래도 오늘도 써 내려간다.
피아노 앞의 고독한 연주자처럼.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선율처럼 나의 문장이 누군가의 공감에 닿기를 바라며.
* 평온한 저녁,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 988 – 아리아>로 하루를 마무리하시는 건 어떨까요?
https://youtu.be/seYfmj3L2EA?si=C4t48-FeMUnY-g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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