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타이베이, 골목 감성

빛바랜 골목이 주는 담백한 위로

by 메이옌

여행의 기쁨 중 하나는 날씨로부터 온다. 맑은 하늘을 가지고 나타나는 날씨 요정의 등장은 여행자의 여정에 유쾌함을 더한다.


대만 역시 그랬다. 파란 하늘이 가져오는 분위기에 더욱 경쾌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그렇지만 1월의 타이베이는 생각보다 흐린 날이 꽤 많았다. 그런데 그 흐릿함과 타이베이의 조화는 독특한 감성을 자아냈다. 흐린 날의 여정도 꽤 괜찮다고 위로해 주듯이.


타이베이의 골목에는 시간을 품은 회색빛의 건물이 즐비했다. 그리고 낡은 벽에 그려진 그림의 흔적과 누군가의 자전거 한 대는 대만의 담백한 느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디지털과는 한 발 떨어져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숏츠나 릴스 같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박자감에 타이베이의 골목은 멈춤의 미학이 있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가만히 머무르면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만 사람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그려졌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 편안한 휴식처로 회귀하는 모습이,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그들의 모습이. 그리고 생계를 짊어지고 있는 가장의 모습이.

골목의 곳곳에서 삶의 흔적이 묻어 나왔고, 그 모습은 나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타이베이의 골목길을 걷는 그 순간이 그냥 편안했다.


자연스러움이 배인 회색빛의 건물에는 쌓아온 역사, 고온다습한 날씨와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대만인들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


타이베이의 골목을 느슨하게 걸으니, 일과 육아로부터 벗어난 찰나의 여유가 느껴졌다.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니어도 충분했다. 빛바랜 골목의 여백과 나의 마음이 만나 이대로도 좋은 ‘담백한 위로’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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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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